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프롤로그(1)
    2023년 09월 11일 19시 04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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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궁에 있는 알현실.

     귀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인이, 손을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다.



     초라한 모습이지만 푸른빛이 도는 백금빛 금발은 여전히 윤기가 흐르고, 황족의 상징인 보석 같은 눈동자는 자수정처럼 빛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아리아드네 레스투르.

     그랑헤임국의 왕과, 지금은 고인이 된 레스투르 황실의 황녀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식이다.



     아버지로부터 그랑헤임이라는 이름을 허락받지 못했고, 어머니도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불우한 황녀였지만, 성장하면서 그 재능을 꽃피웠다.



     강렬한 데뷔 무대를 거쳐 붉은 장미로서 사교계에 군림하는 황녀.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걸어가는 것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결코 없었다. 그녀가 도달한 곳은, 치욕으로 점철된 배드엔딩이었다.



     그런 그녀가 바라보는 곳.



     국왕 폐하는 요양 중이라서 왕좌는 부재중이다. 그 옆 자리에는 왕비가 엄숙하게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판사가 서 있으며, 그는 죄목을 정리한 종이를 높이 들고 있다.



    "아리아드네 레스투르. 그대는 전 왕비를 암살하고, 제1왕자를 독살했다. 사고로 가장한 전 기사단장의 살해. 국왕의 암살 시도 및 부상. 현 기사단장에 대한 협박. 지하 길드와 내통하여 국가 기밀 정보의 유출. 금주에 손을 댄 죄를 인정하는가?"



     너무 많은 죄목에, 모여 있던 귀족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ㅡㅡ그래, 인정해."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며, 조용한 어조로 죄를 인정했다. 맑은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청중석에 울려 퍼졌고, 그녀가 황족의 상징인 보석안으로 바라보자 재판관은 한 발짝 물러섰다.

     관중들의 눈빛에, 악행을 일삼는 아리아드네에 대한 공포가 묻어난다.



    (기억나지 않는 죄도 섞여 있지만 ......)



     아리아드네는 그들의 증오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나열된 죄목들은 모두 둘째 왕자 지크벨트를 차기 왕으로 밀어주기 위해, 같은 파벌의 누군가가 저지른 일들이기 때문이다.



     아리아드네는 현 국왕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그랑헤임의 이름을 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모친의 성인 레스투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어머니로부터도 애정을 받지 못했다.

     가족애에 굶주린 그녀는,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불러준 지크벨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지금은 오빠라고 부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지만, 지크벨트가 왕이 되면 현 국왕의 명령을 철회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지크벨트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악행이 들통난 이상, 그의 여동생이라고 자칭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고 말해준 그가 왕이 되어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준다면 죽어도 후회는 없다.

     아리아드네는 모든 죄를 떠안고, 희대의 악녀로서 심판받는 것을 받아들인다.



    (결코 후회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는 지크벨트 오빠의 도움이 되었는걸)



     오히려 그를 위해 단죄받는 것이 기쁘다. 나 한 사람이 단죄됨으로써 지크벨트의 측근들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련한 마음으로 있자, 지크벨트가 약혼녀를 데리고 나타났다.



    (지크벨트 오빠가 왜 여기에?)



     아리아드네가 저지른 많은 악행에는 그가 연루되어 있다. 그 일을 추궁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단죄의 희극에 관여하지 않을 터였다.



    "설마, 네가 이런 엄청난 짓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경멸 섞인 눈빛을 받는다.

     그 순간, 아리아드네의 심장박동이 안 좋은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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