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크벨트, 전하?"
"정말이지. 이런 것과 피가 이어져 있다니, 생각만 해도 토나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아리아드네. 그녀에게는 지크벨트가 건네는 다정한 말들만이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듣게 되자 믿을 수 없다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음 순간, 지크벨트가 몸을 숙여 아리아드네의 귀에 입을 가까이했다.
"우스꽝스럽군. 어머니가 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고 내 말에 속아 넘어가다니. 하지만 덕분에 나는 왕세자가 될 수 있었다. 넌 아주 훌륭한 버림패였어."
"ㅡㅡ설마 처음부터 저를 버리려고 했던 건가요!?"
거리를 둔 지크벨트를 향해 외친다. 다음 순간, 그는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입꼬리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관중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한숨을 푹 내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애인으로 삼을 수 없다고 처음부터 말했잖아. 그런데도 이런 악행까지 저지르다니......... ...... 남매가 결혼할 수는 없다는 걸 몰랐느냐?"
"ㅡㅡ뭐!?"
그녀의 입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리아드네가 지크벨트에게 향하는 것은 가족애이지 연애 감정이 아니다. 그런 것은 지크벨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다니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에게서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지크베르트의 음모였다.
관중들은 놀란 얼굴로 침묵하는 아리아드네를 보고 오해했다. 그녀는 남매가 결혼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짝사랑을 키우다 돌이킬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아리아드네는 역대 가장 부끄러운 착각을 한 황녀로서 처형당했다.
"ㅡㅡ후회했어! 있는 힘껏 후회했다구! 다시는 오빠라고 부르나 봐라! 지옥에서 만나면 꼭 때려눕혀 줄 거야! ......, 어라? 나는 처형당했을 텐데?"
내가 깨어난 곳은 침대 위였다.
창밖으로 비치는 황금빛 노을이, 마치 꿀을 가득 채운 것처럼 침실을 물들인다. 그런 환상적인 공간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졸린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보고만 있었다.
(서, 설마 그게 꿈이었어!?)
실소 속에서 처형당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며 최후를 맞이했었다. 그것이 꿈이었다. 다시 한번 그 부끄러운 최후를 맞이하게 될까 봐 눈앞이 캄캄해진다.
하지만 무심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아리아드네는, 그 작은 손에 위화감을 느꼈다.
(...... 어? 이거 내 손 맞아?)
데뷔 무대를 마치고 아름답게 성장한 아리아드네의 가늘고 긴 손가락 끝이, 웬일로 작아져 있다. 마치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ㅡㅡ서, 설마!?)
아리아드네는 침대에서 뛰어내려 방에 있는 거울을 향해 달려갔다. 평소와 다른 느낌 때문에 넘어졌지만, 그대로 카펫 위를 기어가서 거울에 매달렸다.
거울에 비친 것은 10대 중반의 소녀.
푸르스름한 백금빛 금발에 자수정 같은 눈동자. 레스투르 황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보석 같은 눈동자를 가진 그 몸은, 어린 시절의 아리아드네 그 자체였다.
"...... 이게 뭐야, 어렸을 적의 나? 설마...... 어린 시절로 회귀한 거야?"
믿기지 않아 얼굴을 만져보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신과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꿈이...... 아니야? 잠깐, 정말 회귀한 거야? 그럼 몇 살로 돌아간 거야!?"
당황하여 방 안을 둘러본다.
(붉은 장미 한 송이를 꽂아놓은 꽃병......)
아리아드네가 15세가 되던 날 누군가가 몰래 장식해 준 것이다.
하지만 그 꽃병은 반나절 정도만 존재했다.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