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 아리아드네가 15살이 되어 맞이한 첫 아침. 방으로 달려온 시녀의 입을 통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보고를 받은 충격으로 꽃병을 깨뜨려 버린 것이다.
즉, 꽃병이 이 방에 존재했던 것은 생일 파티가 끝난 당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만이다. 지금은 저녁이니까 어머니가 사라지기 전날이라는 뜻이 된다.
"...... 잠깐만. 그게 사실이라면 흑역사를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왕자를 만난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아리아드네는, 가족임을 넌지시 말하는 지크벨트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다 맞이한 것이 그 결말.
그 역사에 남을 흑역사를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야)
지크벨트를 따랐을 때의 결말은 이미 몸으로 체험한 바 있다. 하지만 그를 거스르고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레스투르의 이름을 짊어진 소녀니까.
예전에 레스투르 황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황국은 어리석게도 그랑헤임국에 전쟁을 일으켜 반격을 당했다. 나라는 합병되었고, 황족들도 처형당했다. 하지만 단 한 명, 황족의 딸만 살아남게 되었다.
그 딸이 바로 아리아드네의 어머니인 아리아다.
즉, 아리아드네는 망국의 황녀와 황국을 멸망시킨 나라의 왕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식인 것이다. 황녀로 인정받기는 하지만, 귀족들 사이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는다.
그런 그녀가 차기 국왕과 대립하며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후원자가 필요해. 하지만 지크벨트 전하와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르놀트 전하가 기치를 내건 제1왕자파 정도려나?)
회귀 전의 제1왕자파는 지크베르트가 이끄는 제2왕자파에 패배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리아드네 때문이다. 그녀가 손을 거들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같은 일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리아드네는 제2왕자파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아리아드네는 붉은 장미로서 사교계에 군림하고 있었다. 지크벨트를 위해 익힌 기술과 지식,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에 대한 기억이 있다.
제1왕자파를 내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제2왕자파에 대항할 수 있다.
그러면 흑역사와 나쁜 행동으로 얼룩졌던 인생을 바꾸어, 이번에는 지크벨트에게 속지 않는,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어머니가 방해가 돼)
아리아는 아리아드네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리아가 아리아드네의 이름을 불러준 적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딸을 황녀궁에 묶어두고서 가정교사를 통한 교육만 엄격하게 시켰다.
그것도 오직 라파엘 폐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런 그녀가 있기에 아리아드네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아리아도 새벽녘에 자결한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리아드네를 옭아매는 족쇄 중 하나가 사라진다.
(그래. 어머니가 죽어도 상관없잖아.)
당시 아리아드네는 어머니가 자신을 두고 가실 리가 없다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유서가 발견되고, 아리아가 평소 폐하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고 있었다는 주변의 증언이 나오면서 자살로 결론이 났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지금의 아리아드네는 어머니의 죽음 따위는 이미 극복한 지 오래다.
게다가 아리아드네가 아무리 사랑을 원해도 어머니는 그에 응해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리아드네가 어머니를 포기했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래서 나는...)
아리아드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