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에피소드 1-2(1)
    2023년 09월 11일 22시 3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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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가에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뜬다. 아리아드네가 깨어난 곳은 푹신한 침대 위였다. 손을 들어 올리자 작은 손이 시야에 비쳤다.

     아직 어린아이의 손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아리아드네는 자신이 회귀했음을 떠올린다.



    (그래요. 나는 회귀해서 어머니의 자살을 막으려고 ......맞다, 어머니!)



     일어나 보니, 침대에 기대어 자고 있는 시빌라의 모습이 보였다.



    "시빌라, 일어나, 시빌라!"

    "으음 ......? 아, 황녀 전하, 깨어나셨네요!"



     밤새도록 시중을 들어주었던 모양이다.

     잠에서 깨어난 시빌라의 눈가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피곤한 와중에 미안하지만, 어머님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줘."

    "아, 그 ...... 아리아 황녀 전하께서는 ......"

    "뭔데? 분명히 말해."

    "아뇨, 그 ...... 부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주세요."



     시빌라가 슬며시 눈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아리아드네는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 차림으로 복도로 뛰쳐나갔다.



    "ㅡㅡ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시빌라가 쫓아왔지만, 아리아드네는 그녀를 뒤로 하고 어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아리아드네의 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그곳에 아리아의 침실이 있었다.

     입구에 서 있는 호위 기사를 물러나게 하고서 어머니의 침실로 뛰어들었다.



    "어머님!"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 이제 일어나셔도 괜찮으세요?"



     대답한 것은 앞에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였다. 그리고 그 안쪽의 침대에는 의사와 시녀에게 간호를 받고 있는 아리아의 모습이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이지만, 잠옷을 밀어 올리는 가슴은 약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괜찮아. 그보다 어머니는 어떻게 되셨어?"

    "아리아 님은 ...... 그, 말씀드리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

    "ㅡㅡ물러나."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의사를 밀어내고 아리아 앞에 섰다.



    "어머니, 저예요. 아리아드네예요."



     강하게 부르자, 아리아가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하지만........



    "아.......에 ...... 아...... 아?"

    "...... 어머니?"



     기억에 남는 그녀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약한 모습.

     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리아 황녀 전하께서는 그 ...... 일단 목숨은 건지셨습니다. 하지만 독극물에 의한 후유증으로 ......"

    "...... 그렇구나. 치유 마법은 시도해 봤고?"

    "물론입니다. 다만, 치유 마법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라서 ......"

    "그래, 알고 있어."



     이 세계에서의 치유 마법은 그다지 강력한 마법이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도 적고, 공격마법에 비하면 애들 장난 같은 것이다.



    "그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

    "다행히 의식은 있는 것 같으니 시간을 들인다면, 어쩌면 ......"



    (아마도가 아니라 어쩌면......?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구나)



     의사의 말은 위로의 말이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조금만 둘만 있게 해 줘."

    "알겠습니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 있던 시녀와 메이드를 데리고 퇴실했다. 이를 지켜보던 아리아드네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어머니. 저는 한 번 죽었다가 회귀해 왔답니다."



     아리아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믿기지 않겠죠.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어쩌면 지금도 처형당한 직후에 주마등처럼 저만의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아리아가 두 번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아리아드네는 그 손을 붙잡았다.



    "어머니께서 저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어요. ......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어머니는 말씀하셨죠. 도망가라고........"



     아리아드네가 움켜쥔 아리아의 손이 꽉 움켜쥐어주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머니가 긍정해 주는 것 같아서 아리아드네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 저는 기뻤어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거든요."



     꽉 잡은 아리아의 손을 끌어당겨 뺨을 쓰다듬는다. 그러다 딱 멈춰 서더니, 자수정 보석 같은 눈을 가늘게 뜬다.



    "...... 그래서 어머니를 이런 일을 겪게 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요. 반드시 그 자를 찾아내서,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깜짝 놀라서, 아리아의 손이 크게 떨렸다.



    "......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반드시 ...... 잘 해낼 테니까요."



     아리아의 손을 다시 침대 위에 올려놓은 아리아드네는 조용히 일어섰다. 그리고 방 밖에 대기하고 있던 의사에게 아리아를 맡기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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