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 코니와 나의 미래(1)
    2023년 09월 09일 19시 2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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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체 백작부인이 "셀레나 씨를 꾸미자"라고 선언한 이후, 나는 타체 가문의 메이드들에게 자주 둘러싸이게 되었다.



     지금도 전신 거울 앞에 앉아서 여러 가지 드레스를 입는 신세다.



     그래도 실제로 드레스를 입으면 다친 팔에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색감과 분위기만 확인하고 있다.



     부인이 "역시 옅은 색이 좋으려나?" 라고 중얼거리자 메이드가 "하지만 일부러 어두운 색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제안한다.



    "저는 셀레나 아가씨를 처음 만났을 때 같은 어른스러운 드레스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메이드장은 내가 사교계의 독부로 불리는 모습이었을 때부터 칭찬을 해줬다. 그런 옷차림을 좋게 봐주는 사람도 있다니 신기하게 느껴진다.



     부인은 흰 드레스와 빨간 드레스를 번갈아 가며 "하지만 너무 남자에 익숙해 보이면, 호위하는 리오가 나쁜 여자에게 속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부인의 말에 메이드장은 알았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청초함 속에 어른스러운 품격을 넣어서 ......"



     부인과 메이드장 모두 진지한 표정이라서 내가 끼어들기를 주저할 정도였다.



     드레스를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문득 전신 거울을 보니 코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와 꽤 떨어진 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혼자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코니?"



     내가 말을 걸자 고개를 홱 들더니, 고개를 크게 숙이고서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순간적으로 보이는 코니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잠깐 나갔다 올게요."



     부인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나는 서둘러 코니를 쫓아갔다.



     코니의 발이 너무 빨랐다. 금방 길을 잃어버려서 저택 안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 쪽으로 걸어가니, 정원 구석에서 무릎을 감싸고 바닥에 앉아 있는 코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왼쪽 손목을 잡혀서 '힉'하고 비명을 질렀다. 뒤돌아보니 리오 님이 "죄송합니다!" 라며 당황하고 있었다.



    "리오 님, 깜짝 놀라니 갑자기 만지는 건 그만해 달라고 말했잖아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리오 님은 "이쪽으로."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시키는 대로 따라가자, 그곳에서는 코니와 에디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 코니를, 팔짱을 낀 에디 님이 내려다보고 있다. 여기서 보기에는 코니가 에디 님에게 혼나는 것처럼 보인다. 당황한 내가 리오 님을 바라보자, 그는 검지손가락을 들며 "조용히."라고 속삭였다.



     코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셀레나 아가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소중히 여겨지는 것이 너무 기뻐. 하지만 ......"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 계속 아가씨의 곁에서 지켜주는 게 내 역할이었는데........ 지금은 제대로 된 귀족 메이드들이 많아서 누구도 아가씨를 해치지 않아. 이제 고아원 출신인 나는 더 이상 아가씨에게 필요하지 않아. 그게 너무 슬퍼서 ......"

    "이봐, 미친개 메이드."

    "뭐야 그게! 좋겠네? 넌 호위 기사니깐! 좋아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분 나쁜 말투로 말하지 마!"



     머리를 긁적거린 에디 님은, 코니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먼저 말해두지만, 나도 평민이라고"

    "뭐? 하지만 너 어디든 따라다니잖아?"



     코니의 의문은 일리가 있는 것이, 평민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다.



    "나는 기사 계급인 사작위를 받은 평민이라고. 이 나라에서는 기사 시험에 합격하면 평민이라도 귀족의 반열에 오를 수 있어. 뭐, 이 작위는 내 대로 끝이고, 물려줄 수는 없지만 말이야."

     

    "그럼 기사가 되면 나도 귀족이 될 수 있다는 뜻이네?"

    "그래. 귀족이라고 해도 진짜 귀족과는 다르지만, 적어도 섬기는 주군을 따라 평민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도 들어갈 수 있게 돼."



     코니의 얼굴이 빛났다.



    "그럼 나도!?"

    "아니, 왕도에서는 여자는 기사가 될 수 없어. 아니, 왕도에서 기사가 될 수 있는 건 귀족이나 귀족의 후원을 받는 남자 평민뿐이야."

    "......뭐야, 그게 ......"



     다시 고개를 떨군 코니의 머리에, 에디 님이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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