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 내가 생각한 최악의 사태(2)
    2023년 09월 08일 22시 11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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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님은 왠지 모르게 리오 님을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리오 님은 변함없이 웃고만 있었다.



     타르트를 다 먹은 코니가 "그러고 보니 그 유리병의 내용물은 뭐였어요?"라고 물었다.



     나도 그 점이 궁금했다.



     리오와 에디는 잠시 얼굴을 마주했다.



    "확인해 봤는데, 내용물은 물이었습니다."



     코니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럴 리가 없어!" 라고 외쳤다.



    "마린의 말대로라면, 그건 독약이야!"



     코니의 말대로 나도 마린이 코니에게 독을 건넸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용물이 마린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을 뿐이라면......?



     그렇다면 그 유리병은 마린의 것이 아니다. 혹시 마린이 아버지의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서 내용물을 착각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진다.



     리오 님이 "세레나 양,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는데요!?"라는 말에, 나는 내가 움츠러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분이 안 좋으세요?"

    "조금 ...... 꺄악!?"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리오 님이 나를 안았길래 비명을 질렀다.



    "침실로 옮길게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안 돼요, 쉬세요. 에디, 의사 좀 불러줘! 코니는 물을 가져오고!"



     재빠르게 지시하는 리오 님. 어느새 나는 리오 님에 의해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곧 의사가 올 거예요. 푹 쉬세요."

    "왜, 이렇게까지 ......"



     당황하며 묻자, "그야, 제가 다치게 했으니까요."라는 익숙한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진지하다고 할까, 뭐랄까.



     이렇게 후회하고 있다면, 죄책감 때문에 내 말을 다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쁜 생각이지만, 이를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침대 옆에서 멀어지려는 리오 님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리오 님 ......"

    "어, 예."



     나는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서, 내가 생각한 최악의 상황을 리오 님께 말씀드렸다. 보통 사람 같으면 바보 같다고 비웃을 만한 이야기지만, 왠지 리오 님이라면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 아버지가 독약을 먹인 것일지도 ......?"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들이 많았는데, 왜 그때는 그 가능성에 도달하지 못했을까. 독극물이라면 은식기에 반응할 거라는 생각과, 아버지가 아무리 할아버지나 어머니를 미워한다 해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어머니와 나를 미워해도, 아버지와 나는 피를 나눈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환상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 집에서 살았다면 나도 언젠가 독약을 먹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일부러 나를 살려두었으니 그보다 더 심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그 집에서 나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만약 아버지가 할아버지나 어머니를 죽였다면 ....... 저는 아버지를 ...... 그 남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내 목소리는 한심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결심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리오 님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고정되어 있는 오른팔이 아팠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리오 님, 더 이상 과자도, 위자료도 필요 없어요. 제게 부상을 입혀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거절당하면 다치게 한 것에 대해 협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리오 님은 쉽게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 괜찮습니까?"

    "네? 예, 물론이죠. 하지만........"



     팔짱을 낀 리오 님은 곤란한 표정이다.



    "제가 생각하는 게 서툴러서, 일단은 팔튼 가문에 몰래 들어가 봐도 될까요?"

    "들어간다고요?"

    "예, 나쁜 녀석은 보면 대충 알 수 있으니까요"

    "그게 돼요?"

    "그게 되죠."



     단호하게 말하는 리오 님. 혹시 발고아령의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있는 것일까? 그래서 발고아는 이 나라 최강이라고 하는 거야?



     잘 모르겠지만, 나는 대단한 동료를 얻은 것 같다.



    "그럼 저도 함께 갈게요."

    "음~ 세레나 양은 여기 남아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마 세레나 양이 있는 편이 상대방의 악의를 파악하기 쉬울 것 같아요. 그러니 같이 가죠."

    "네."



     빙긋 웃으며, 리오 님은 성실해 보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반드시 당신을 지켜줄게요."



     생각하는 일을 서툴다는 리오 님은, 아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말에는 아무 의미도 담겨 있지 않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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