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 이제야 깨달았다 [리오 시점](1)
    2023년 09월 09일 19시 51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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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레나 양한테서 "저로 여자에 익숙해져 보세요"라고 제안받은 지 3일 후, 나는 무거운 몸을 끌며 겨우겨우 내 방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소파에서 쉬고 있던 에디가 "어이, 무슨 일이야!" 하며 놀랐다.



    "무, 무리...... 이렇게 가혹한 훈련은 처음이야."

    "뭐? 훈련이라니, 너 아까 셀레나 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다, 나는 셀레나 양을 만나러 갔었다.



     참고로 아침저녁의 호위병들의 훈련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삼촌이 빌려준 호위병들은, 움직임도 좋아졌고 일체감도 생겨서 이 정도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낮에 진행되는 셀레나 양의 훈련이다.



     이 훈련의 목적은, 내가 왕도 여성에게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나는 왕도의 여자에 서툴렀다. 발고아에는 여성 기사가 많고, 그들과 접할 기회도 많다.



     하지만 여성이기 전에 기사였기 때문인지, 그녀들의 성별을 의식해 본 적도 없었다.



     아니,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기사 이외의 여성들도 의식한 적이 없었을지도.



     그랬는데, 왕도에서는 의식할 생각도 하지 않았음에도 내 모든 신경을 전부 셀레나 양에게 빼앗기고 만다.



     내 눈은 셀레나 양의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고 쫓아다니고, 코는 계속 셀레나 양의 좋은 향기를 맡으며, 귀는 셀레나 양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집중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여자에 익숙해지도록, 셀레나 양은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리오 님. 왕도에서는 에스코트나 춤을 추기 전에 여성의 손등에 키스하는 시늉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답니다."



    "리오 님. 춤에서는 좀 더 밀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손은 여자의 허리에 ...... 그래요! 그곳이요."



     방긋 웃으며 그런 말을 해준다. 곧장 시범도 보여준다.



     오늘만 해도, 굳어버린 내 손등에 셀레나 양이 "이렇게요"라며 입맞추는 시늉을 하고, 댄스 포즈를 취하며 "손은 여기요"라며 내 손을 셀레나 양의 허리로 유도했다.



    "...... 나, 날씬했어 ....... 에디, 나, 이제 안 될지도 몰라. 셀레나 아가씨의 앞에서만 숨이 차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에디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진다.



    "이봐, 에디 ...... 나 병에 걸린 거야? 한 번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지금까지 병을 앓아본 적이 없어서, 병이란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에디는 한숨을 내쉬며 "그만해, 창피만 당할 뿐이라고."라고만 말했다.



    "리오, 잘 들어. 나는 지금까지 네가 셀레나 님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런 건지 고민했는데, 아니었어. 그건 이미 확실하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거잖아!"

    "호감......?"

    "뭐야, 그 얼굴은! 설마 진짜로 눈치채지 못한 거냐!? 넌 셀레나 님을 좋아해, 사랑해. 아내로 삼고 싶어하는 거 아니야?"

    "아내 ......"

    "네가 왕도에 온 목적, 신붓감 찾기잖아! 너, 뭐 하러 여기 온 건데?"



     에디의 말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간다.



     나는 셀레나 아가씨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아내로 삼고 싶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을 때, 나는 "오, 오오! 그거다!" 라고 외쳐버렸다.



    "이제 알았냐고!?"

    "병이 아니었구나 ...... 이게 사랑인가."



     지금까지 병을 앓은 적이 없었지만, 사랑을 해본 적도 없었다.



     처음 겪는 일이니 잘 모르는 게 당연하다.



    "에디, 난 어떻게 하면 좋겠어?"

    "그건 고백 ...... 아니, 잠깐만요."



     에디가 말하길, 지금의 내가 고백을 하면 셀레나 양은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 셀레나 님은 다쳤고 다리 갈 데가 없잖아? 게다가 지금부터 너에게 팔튼 가문의 악행을 폭로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런 상대에게 고백을 받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 싫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뭐, 그런 거지."

    "그렇다면, 셀레나 양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셀레나 양의 부상이 나았을 때 고백해도 괜찮다는 뜻이겠네?"



     에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내 마음은 굳어졌다.



     내일은 팔튼 백작가의 파티에 참석하는 날이다. 그때 셀레나 양의 친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내일에 대비해서 오늘 밤의 훈련은 하지 않는다.



     나와 에디, 그리고 내가 뽑은 열 명의 호위병들을 방에 모아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쳐 놓았다.



    "팔튼 백작 저택의 지도다. 단,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이 지도는 왕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의 내부 구조가 적혀 있는 지도였다. 삼촌에게 물어보니, 왕도에 사는 귀족들의 건물은 대개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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