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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아파서 잠에서 깼다.
조금만 쉬려고 했는데,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어버렸다.
창밖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다.
팔이 욱신거리며 아팠다. 왕궁의사가 2~3일 정도 아프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방에 혼자 있으면 팔이 더 아픈 것 같다.
리오 님이 곁에 있어 준 덕에 아픔을 잊었나 보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셀레나 양, 조금 괜찮으세요?"
목소리의 주인은 리오 님이었다.
"네, 들어오세요."
열린 문으로 얼굴을 내민 리오 님은, 어째선지 당황스러워했다.
"셀레나 양에게 전속 메이드가 있나요?"
"아, 네."
"이름이 코니인가요?"
"어떻게 그걸!"
코니는 고아원에서 데려와서 나에게 붙여준 메이드였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내 메이드 따위는 평민 고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코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지금 당신의 전속 메이드를 자처하는 소녀가 대문 앞에 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코니가!"
야회에서 돌아오지 않는 나를 걱정해서 찾으러 왔구나!
"안내해 주세요."
"예."
일어선 나에게 "조심해요."라며 리오 님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서 나는 문으로 서둘러 향했다.
"괘, 괜찮을까 ......"
리오 님은 "괜찮아요, 이 저택에 이유 없이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조금도 안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코니는 겉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강인하니까.
내 욕을 하는 메이드를 발견하면 때리러 가고, 내 음식의 질을 함부로 떨어뜨린 요리사는 코니에게 수염을 뽑혀서 울었다고 한다.
고아원 출신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평민들이 다 그런 건지, 어쨌든 코니의 생활력은 정말 강하다.
내가 그 팔튼 가문에서 냉대를 받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코니 덕분이었다. 하지만 역시 코니도 귀족인 아버지와 계모, 마린을 거역할 수는 없다. 거꾸로 말하자면, 귀족이 아니라면 코니는 전혀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코니가 걱정이 되는 거야.
그 예감이 맞아떨어져서, 문 근처가 시끄러웠다.
"와앗!?"
"뭐야 이 녀석!"
"어이, 멈춰, 멈춰!"
팔을 붙잡힌 코니가 문지기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뒤로 넘어지는 문지기.
"코니!"
이름을 부르자 "셀레나 아가씨!"라며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코니의 긴 댕기머리도 기쁜 듯이 흔들리고 있다.
"아가씨, 다치셨다고 들어서......"
내 오른팔은 붕대로 빙글빙글 감아 고정되어 있다. 그것을 본 코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무, 무무무, 무슨 일이에요! 어어어어떻게 아가씨께서 이렇게나 큰 부상을 입으셨대요!?"
"코니, 진정해! 나는 괜찮으니까!"
코니는 자세한 사정을 듣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오게 된 모양이다.
내가 설명하기 전에 옆에 있던 리오 님이 입을 열었다.
"미안, 내가 망가뜨려 버렸어."
아앗!? 그건 그렇지만, 그게 아닌데!
"네가 ...... 아가씨의 ...... 팔을 ....."
코니의 눈빛이 날카롭다.
"용서 못 해!"
"안 돼, 코니!"
어떤 상황에서도 평민이 귀족에게 해를 끼치면 벌을 받는다.
리오 님에게 달려든 코니는, 공중에서 붙잡혀서 뒤로 끌려갔다.
"뭐야, 이 미친개는."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적갈색 머리를 하고 허리에 검을 차고 있다.
"에디, 놔줘."
리오 님이 '에디'라고 부른 남자는 코니의 목덜미를 잡고서 고양이처럼 매달고 있다. 길길이 날뛰며 휘두르는 코니의 주먹도 가볍게 피하고 있다.
"에디는 제 소꿉친구이자 호위 기사입니다."
"그, 그런가요....... 저기, 코니를 놓아줘도 될까요?"
리오 님이 다시 한번 "놓아줘."라고 말하자, 에디는 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괜찮겠어, 리오? 또 달려들 텐데."
"괜찮아. 그 아이는 셀레나 양의 전속 메이드니까."
"이게 메이드라고!?"
손을 놓아서 자유로워진 코니는, 나를 보호하려는 듯 내 몸을 등 뒤로 숨겼다.
"셀레나 아가씨는 내가 지킨다!"
"코니, 진정해."
나를 돌아본 코니는 눈가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아가씨가 다쳤는데 진정할 수 없잖아요! 왜 아가씨만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야만 하는데! 내가, 내가 귀족이었다면, 야회에 따라가서 아가씨를 지켜줄 수 있었는데!"
"코니 ......"
나는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코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마워, 코니. 하지만 이 사람들은 내 편이야."
"......아가씨 편?"
"그래, 그러니 괜찮아."
코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가씨, 혹시 큰일을 당하지는 않았어요?"
"안 당했어, 이것 봐 예쁜 옷도 입혀줬지?"
코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마다 코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맛있는 밥도 많이 먹여주고 있어."
"다, 다행이네요."
"와플도 오랜만에 먹어봤어. 다음에는 코니도 같이 먹자."
"네!"
코니는 눈물을 닦으며, 주머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셀레나 아가씨, 이거 그 바보 ...... 가 아니라 마린이 준 거에요."
코니가 들고 있는 유리병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