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9 왜 그곳에 있는 것이 내가 아냐? [마린 시점](2)
    2023년 09월 08일 03시 43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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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 님은 누나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 이제 내려줄 줄 알았던 언니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떠오르지만, 소파가 아닌 리오 님의 무릎 위에 앉히자 빨갛게 달아오르던 언니의 얼굴이 이번에는 파랗게 변해갔다.



     리오 님이 누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 따스했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언니는 왠지 불만을 품은 듯한 표정으로 리오 님을 노려보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을 본 부인이 "...... 리오, 나중에 얘기 좀 하자."며 냉랭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부인은 언니에게 "정말 우리 조카 때문에 미안하게 되었어."며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 이런 건 이상해.



     왜냐하면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나이며, 싸늘한 시선을 받는 것은 언니의 역할인데.



     그러니 리오 님께 공주님안기로 안기는 것도 나이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도 나한테 해줘야 하는데 ......?



    "어, 언니?"



     뭐 하는 거야! 어서 평소처럼 나를 괴롭혀!

     언니는 왜 이렇게 쓸모없어!?

     또 아버지한테 말해서 식사를 빼달라고 해야겠어.



    "마린."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나, 더 이상 그 집에는 안 돌아가."



     담담한 말에, 나는 기뻐했다. 역시 언니는 나를 괴롭히는 악역이어야 해.



    "언니, 왜 그렇게 심한 말을 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항상 주변 사람들은 언니를 쳐다보며 나를 불쌍히 여기는 눈빛을 보낸다.



     슬쩍 리오 님을 보니 언니만 쳐다보고 있다, 부인은 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리오, 방금 말, 심했니?"

    "글쎄?"



     부채를 탁 닫은 부인은 "마린 씨. 당신, 셀레나 씨에 대해 하나도 물어보지 않네?"라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다친 상태도 그렇고, 왜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지 아무것도 묻지 않아. 당신을 보면 셀레나 씨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

    "그렇지, 않아요 ......"



     거짓말이었다. 왜냐면, 언니 따위는 상관없으니까. 그보다 내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거야!?



    "셀레나 씨는 부상이 나을 때까지 타체 가문에서 맡겠습니다."

    "그럼 저도 언니 곁에 있게 해 주세요!"

    "무슨 이유로?"



     부인의 물음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다행이야. 마린 씨까지 셀레나 씨를 돌봐주겠다고 하는 줄 알았어. 셀레나 씨를 따라다니는 것은 리오만으로도 충분해."



     한숨을 내쉬는 부인에게, 리오 님은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돌봐주는 건데."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 보살핌의 방식에 문제가 있어!"



     그렇게 소리치자, 리오 님은 큰 몸을 움찔거렸다. 그것을 보고 빙긋이 웃는 언니.



     뭐야, 그 미소? 나를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거야!?



     하지만 무시당해도 어쩔 수 없어. 왜냐면 이 방 안에서는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걸. 방 한구석에 대기하고 있는 메이드조차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다.



     언니가 자기 역할을 하지 않으니까 .......



     나는 양손을 움켜쥐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드디어 리오 님이 나를 보았다. 하지만 그 시선은 금방 언니에게로 돌아간다.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나는 겨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않는다.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호위 기사만이 "무슨 일이십니까, 마린 아가씨!?"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런 낮은 신분에게 걱정을 받아도,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다.



     나는 분노를 담아 내민 호위기사의 손을 쳐냈다.



     언니는 다친 것만으로도 그 발고아의 리오 님과 이 저택에 사는 타체 부인이 걱정해 주는데!



     그럼 나도 다치면 되겠네!? 하지만 아픈 건 싫어.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내 기분은 최악이었다.



     마차가 팔튼 저택에 도착하자 한 메이드가 달려왔다. 마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아차린 하녀는 눈에 띄게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러고 보니 메이드, 셀레나 언니의 전속 메이드였어. 부스스한 갈색 머리를 땋아 올린 모습이 평민처럼 가난해 보인다. 언니에게 잘 어울리는 메이드.



     언니가 야회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구나.



    "아,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나는, 언니의 메이드에게 손짓을 한다.



     당황하며 다가온 메이드에게, 언니가 다쳐서 타체 백작가에 폐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놀란 그녀에게 나는 "언니를 보살펴 줄래?"라고 부탁했다.



    "물론이에요!"

    "따라와요. 아주 좋은 것이 있어요."



     메이드를 내 방으로 불러들여, 유리병에 담긴 특별한 약을 건넸다.



     이것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약. 이 약으로 아버지도 행복을 얻으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열쇠가 달린 작은 상자에 이 약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안 계실 때 내가 몰래 바꿔치기했어.



     그야 나도 행복해지고 싶은걸.



    "아주 비싼 약이야. 부상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셀레나 언니의 식사에 매일 한 방울씩 넣어."



     그렇게 하면 리오 님이 공주님안기를 해주는 사람도, 타체 백작부인이 걱정하는 사람도 내가 될 거야.



     자, 이걸로 모두가 행복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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