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 길냥이가 따르게 되면 이런 기분이 된다 [리오 시점]2023년 09월 07일 23시 14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안아 든 셀레나 양에게서 나에 대한 경계심이 싹 사라졌다.
그동안 긴장했던 몸에서도 어느새 힘이 빠져나간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힘들었으니, 셀레나 양이 타인을 경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강한 경계심 ......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 끝에, 나는 몇 년 전 산에서 만났던 손바닥만 한 길냥이를 떠올렸다. 내가 다쳐서 치료해 주려고 다가가면 털을 세우고서 "하악!" 하며 위협을 했다. 자칫 손을 내밀면 날카로운 발톱에 긁힐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길냥이 곁에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내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나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 풀렸을 때, 나는 가지고 있던 말린 고기를 작게 찢어서 길냥이 근처에 놓아두었다.
경계하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동안 나는 가만히 있었다. 길냥이는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경계하면서도, 배가 많이 고팠는지 말린 고기를 씹어먹었다.
그 후, 더 많은 고기를 달라는 듯이 길냥이는 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때 느꼈던 '좋았어!' 라는 느낌을, 나는 지금 셀레나 양에게서 느끼고 있다.
일단 내가 셀레나 양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전달된 것 같다.
이 정원이 마음에 들었는지, 꽃을 바라보는 셀레나 양의 표정은 이전과 달리 매우 평온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털을 세우며 위협적인 표정을 짓고 있던 길냥이 같았는데 말이다.
경계를 풀어준 것이 무척이나 기쁘다.
정원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서, 나는 셀레나 양을 조심스럽게 소파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조금 주저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말해줬다.
"그...... 저, 무겁지 않았나요?"
"솔직히 너무 가벼워서 놀랐는데요 뭘. 당신은 더 많이 먹는 편이 좋아요."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셀레나 양에게 잘 먹여야겠다는 묘한 사명감도 생겨났다.
산책을 마친 후에도, 나는 셀레나 양의 곁을 지켰다.
발고아령에서는 할 일이 많았지만, 여기서는 신붓감을 찾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아침저녁의 훈련은 발고아에서 온 호위기사 에디와 함께 빠짐없이 하고 있다. 즉, 아침저녁으로 훈련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 한가했다.
처음에는 방에서 나가지 않는 나를 귀찮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셀레나 양도, 낮이 될 무렵에는 내가 있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런 부분도 그때의 길냥이와 비슷하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 셀레나 양은 가져온 점심식사를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점심 메뉴는 찜닭, 빵, 샐러드다. 내가 찜닭을 자르자, 셀레나 양은 포크를 달라며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반드시 혼자 먹을 거예요. 당신한테 먹여달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쉽사리 사람을 의지하지 않는 모습도 길냥이 같다.
점심을 다 먹은 셀레나 양 앞에 디저트가 나왔다. 깜짝 놀란 셀레나 양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이것도 먹어도 돼요? 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디저트로 나온 와플을 나이프와 포크로 잘라 놓았다. 와플에는 꿀이 듬뿍 뿌려져 있다.
셀레나 양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 순간, 셀레나 양의 눈에는 와플밖에 보이지 않았겠지.
내게서 포크를 받는 것을 잊어버린 채 그대로 집어 먹었다. 정말 맛있었던 모양인지, 눈을 반짝이며 "음!" 하며 행복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거 오랜만에 먹었어요! 정말 맛있네요."
"좋아하세요?"
"네, 어머님께서 계실 때 자주 같이 먹었답니다."
"더 드실래요?"
"네!"
활기차게 대답한 셀레나 양의 입에 포크로 찌른 와플을 가까이 가져가자, 아~ 하고 입을 벌리다가 얼굴을 경직시켰다.
내가 먹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스스로 먹을게요"
그렇게 말하는 셀레나 양의 목소리는 차갑다. 하지만 그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셀레나 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뭐야, 이 기분은.
포크를 받은 셀레나 양은 와플을 먹으면서 "으음!" 라고 또 행복해 보이는 소리를 내고 있다.
쓰다듬고 싶다. 좋아, 쓰다듬자!
셀레나 양은 하얀색에 가까운 금발머리가 매우 부드럽고 기분 좋았다. 활짝 뜬 하늘색 눈동자는 아름다운 호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자 어깨를 들썩이는가 싶더니, '하악~!'하고 위협하는 것처럼 화를 내고 말았다.
"무례하게 굴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내 여동생도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싫어했었지. [어린애 취급하지 마! 그만해! 머리가 흐트러지잖아!]라고 하면서.
방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셀레나 양은 "...... 그래도 리오 님이 식사를 도와주신 점에는 감사해요"라고 언짢은 투로 감사 인사를 건넨다.
"하하하."
"왜 웃으세요!?"
"아뇨, 죄송합니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길냥이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를 제외하면 아직도 조금 경계하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단 것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 다음에 왕도에서 유명한 과자라도 찾아보고 사다 줄까?
그러면 또 행복하게 "음~!" 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 즐거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셀레나 양의 방에 숙모가 찾아왔다.
내가 있는 걸 보고서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어?"라며 놀라워했다.
"리오, 너 셀레나 씨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겠지?"
"물론이지."
"방에 둘이서만 있으면 안 된다? 미혼 여성에게 그런 무례한 짓을 하면 아무리 귀여운 조카라도 때려줄 거야."
숙모의 눈길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이런,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메이드를 동석시키자.
"괜찮아?"라는 숙모의 물음에, 셀레나 양은 "네"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괜찮지만 ......"
납득한 듯, 그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은 숙모는 셀레나 양에게 편지 한 통을 보여줬다.
"팔튼가에서 왔어. 너를 데리러 오고 싶다고 적혀있었단다."
순간 셀레나 양은 얼굴이 흐려졌다.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렇겠지. 거절할게."
갑자기 창밖이 시끄러워졌다.
창문을 통해 시끄러운 쪽을 바라보니, 저택 앞에 마차 한 대가 멈춰 서 있었다. 마차 뒤에는 백마를 탄 기사의 모습도 보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기사는 말에서 내려 마차 문을 열었다. 거기서 금발의 작은 아가씨가 내려왔다.
동시에 메이드장이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마님, 팔튼 백작가의 영애께서 오셨습니다."
"뭐, 거절하기도 전에 왔어!?"
셀레나 아가씨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마린 ......"
그렇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728x90'연애(판타지) > 사교계의 독부로 불리는 나~멋진 변경백영식이 팔을 부러뜨렸기 때문에,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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