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7 이 사람은 믿어도 되는 사람(2)
    2023년 09월 07일 22시 50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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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리오 님은 내 태도에 화가 났을지도?



     슬쩍 리오 님을 보니, "그렇겠죠."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 할머니께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금방 노화가 진행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노, 노화......"



     자상한 리오 님은, 어쩌면 할머니를 돌보려고 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레나 양, 할 수 없는 일만 말씀해 주세요. 도와드릴 테니."

    "네, 감사해요."



     그렇게 나의 아침 식사는 무사히 끝났다. 식기를 치우는 메이드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메이드들은 모두 물러났는데, 왜인지 리오 님은 여전히 여기 있었다.



    "저기 ......"



     이제 어디론가 가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보다, 미혼 남녀가 방에 둘이서만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오 님은 그런 것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 걸까?



     그런 리오 님은 방긋 웃으면서 "산책이라도 할까요?"라고 말했다.



    "글쎄요."



     이대로 방에서 둘이서만 있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낫다.



     리오 님은 내가 일어나기 쉽도록 왼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럼, 세레나 양, 실례하겠습니다."

    "네?"



     리오 님이 내 어깨에 손을 돌렸다고 생각하더니, 갑자기 옆으로 껴안아 들었다.



    "힉!?"



     비명을 지르는 나를 무시한 채, 리오 님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무무무무무슨!?"

    "뭐냐니, 산책하러 가는 건데요?"



     리오 님은 내가 왜 당황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사람, 타인과의 거리감이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나를 여성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도 갑자기 안아주는 것은 너무 무례하다.



    "내가 다친 곳은 손이지 다리가 아니에요! 그러니 걸을 수 있어요!"

    "압니다. 하지만 당신의 발에 맞는 신발이 없어요. 야회에서 신었던 신발은 발뒤꿈치가 너무 높아서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지금 하인에게, 당신이 신던 신발을 가지고 같은 사이즈의 신발을 사러 가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럼 왜 산책을 제안한 건가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저질렀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리오 님은, 걷는 속도가 빨라서 이미 정원까지 나와 있었다.



    "돌아갈까요?"



     그렇게 물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는 것도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됐어요. 그냥 이대로 산책해요."



     저항을 포기한 나는 '오늘은 신발이 없으니 어쩔 수 없어. 그래, 안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며 필사적으로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타체 백작가의 정원은 구석구석 잘 가꾸어져 있어 매우 아름다웠다. 장미가 만발한 정원의 중앙에는 여신이 조각된 커다란 분수가 있었다.



    "...... 예뻐."

    "그거 다행이네요."



     환하게 웃고 있는 리오 님.



     행동은 이상하지만, 리오 님이 나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정원을 보여줘서 기분전환이라도 시켜주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리오 님은 내 연기를 알아보고 믿어준 사람이니, 나도 경계하지 않고 좀 더 리오 님을 더 믿어도 될지도?



     천천히 심호흡을 하자, 무의식적으로 굳어있던 몸의 힘이 풀린다.



     일단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니, 안겨서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오 님도 나처럼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좋은 향기가 나네요."



     리오 님의 말대로, 정원은 장미 향기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요, 고급스러운 장미향이네요."



     내 말을 들은 리오 님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뇨, 좋은 향기는 세레나 양, 당신이 풍기는 향기 말인데요."

    "네?"



     아무리 껴안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나 장미 향이 나는데 어째서 내 향기가 나?



     나는 움직일 수 있는 왼손을 자신의 코에 가까이 가져가 보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혹시 내가 아니라 리오님 자신의 향기일지도?



     리오 님께 기대어 가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역시 장미 향기 외에는 아무것도 안 난다.



     날 놀리는 거야?



     리오 님을 올려다보니, 그는 내게서 얼굴을 완전히 돌리고 있었다.



    "그, 저, 죄송합니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나를 바라본 리오 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 여동생한테 '무신경하다'라든가 '센스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네.......?"



     도대체 무슨 소리람?



    "그, 당신이 냄새를 맡아서 너무 당황했습니다. 혹시 나한테서 냄새나서 저러나 싶어서....... 남이 냄새를 맡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네요...... 죄송합니다."



     생각한 것을 말하면서,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한다.



     당황해하는 리오 님을 보며 '이 사람은 어머니만큼이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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