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1화 세실리아의 만남(1)
    2023년 08월 31일 22시 58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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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라스 왕국의 무도회에서는 일일이 참가자들의 소개를 하는 일은 없다. 개최 시간까지 자신의 신분에 맞는 문으로 입장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무도회라고 할 수 있다.



     무도회장은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다. 그런 가운데, 리릴트크루스 자작영애 베아트리스와 파랑칼트 남작영애 미리아리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루시아나는 결국 왕도로 막판에 돌아오는 바람에 무도회 전에 얼굴도 볼 수 없었어."



    "네. 루시아나 씨는 참 박정해요. '무도회에서 만나자'라는 짧은 편지로 끝내다뇨."



     화를 내는 두 사람을 보며, 인비디아 백작영애 루나는 빙긋 웃는다.



    "조금은 못 만난 정도로 삐지다니. 정말 두 사람은 루시아나를 좋아하나 봐."



    "뭐, 너는 어때, 루나. 루시아나한테 화나지 않았어?"



    "후후후, 나는 조금 기대될지도."



    "어머, 무슨 말씀이세요?"



    "분명 그녀의 일이니, 이번 무도회에서도 뭔가 깜짝 놀랄 만한 뭔가를 보여줄 거라 생각해. 그것만 보여준다면 여름방학 때 못 만난 것 정도는 용서해 주려고."



    "루시아나 씨가 우리를 놀라게 할 뭔가를요?"



    "뭘까? 루나는 상상할 수 있어?"



    "상상할 수 없으니까 기대되는 거야. 하지만 분명 우리를 놀라게 해 줄 것이 틀림없어. 왜냐면 그녀는 우리의 요정 공주이며, 나의 영웅 공주니까."



     루나가 그렇게 말한 직후였다. 입구 쪽에서 잠시 소란이 일어났다. 그러다 이내 조용해졌다. 그것은 안쪽 문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무슨 일이람?"



    "누군가 유명한 분이라도 오셨나 봐요? 앗."



     고개를 갸웃거리는 베아트리스의 옆에서, 밀리아리아가 입가를 막았다. 그리고 루나는 재밌다며 빙긋 미소 지었다.



    "후후후, 역시 루시아나, 당신은 최고야."



     중문을 통해 들어온 것은, 루시아나와 맥스웰, 그리고 세실리아와 렉트의 커플이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그들이 두 쌍으로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 광경에 탄성을 내뱉었다.



     루시아나의 파트너가 맥스웰인 것은 봄 무도회의 일도 있었기 때문에 놀라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설마 봄 무도회에서 너무 멋졌던 동성 커플 댄스를 선보였던 요정 공주와 수수께끼의 천사가 여름 무도회에 나란히 입장할 줄이야, 참가자들은 생각도 못했다.



     맥스웰의 오른팔에 손을 두르며 에스코트를 받는 루시아나. 그 반대편에는 렉토의 왼팔에 손을 두르며 에스코트를 받는 멜로디, 즉 세실리아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루시아나와 세실리아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무도회장을 향해 걷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점차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저게 소문난 요정 공주......? 정말 예쁘다."



    "이번에도 상대는 릭렌토스 가문의 ...... 설마 그런 관계인가."



    "다른 한 쌍은 프로드 기사작? 그리고 옆에 있는 것은 ......"



    "천사님이야. 요정 공주와 함께 입장하다니, 또다시 그 낙원을 볼 수 있으려나?"



    "두 분의 의상, 같은 디자인인가 봐. 마치 자매 같아서 귀여워."



    "프로드 기사작이라고 하면, 본가가 레긴버스 백작령의 플로드 자작가였지?"



    "그렇다면 프로드 기사작의 후원은 레긴버스 백작가? 저 조합은 재상과 재상보좌관의 의도가 담겨 있는 건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참고로 이 상황의 원인은 루시아나 때문이기도 하다.



    "루시아나 님, 이제 좀 진정되셨나요?"



    "네, 고마워요, 세실리아 씨. 덕분에 살았어요."



     그녀들이 나란히 입장한 것에 정치적 의도 따위는 있을 리가 없으며, 맥스웰과 둘만의 입장에 긴장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루시아나를 달래기 위해 손을 잡았는데, 결국 입장할 때가 되어도 손을 놓아주지 않았을 뿐인 이야기다.



     참고로 세실리아는 평민이라는 설정이라서 세실리아는 루시아나를 '루시아나 님'이라고 부르고, 루시아나는 신분 관계상 '세실리아 씨'라고 부르고 있다.

     마침내 평정을 되찾은 루시아나는 멜로디에서 손을 뗐다. 그 직후, 익숙한 목소리가 루시아나에게 다가왔다.



    "정말, 루시아나! 이것만은 제대로 설명해 줘야겠어!"



    "친구로서 더 이상의 비밀은 인정 못해요, 루시아나 씨."



    "후후후, 무도회 개최 전부터 멋진 행사를 열어줘서 고마워, 루시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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