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는 류크도 있지만, 그는 렉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남자로서의 친절함일까, 아니면 단순히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류크만이 알 수 있다.
"자, 이제 그만 저쪽에 합류해 주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파트너를 빼앗기게 될 거라구요."
"힘내세요, 렉티아스 님!"
"그, 그래......."
폴라와 마이카에게 등을 떠밀려서, 렉트는 드디어 멜로디의 곁으로 걸어갔다.
"멜로디, 아니지, 세실리아 양"
"아, 렉트 씨."
"저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 드레스 ......"
렉트는 열심히 했다. 약간 눈을 돌리고 말았지만, 열심히 멜로디를 칭찬했다.
"감사해요."
멜로디는 기쁜 듯이 활짝 웃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렉트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걸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표정을 굳힌다.
"ㅡㅡ? 무슨 일이세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마차가 언제 오나 싶어서 ......"
렉트가 그런 변명을 한 직후, 현관문에서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레나는 차분한 걸음으로 문으로 향하여 방문객을 확인했다.
"나으리, 부인, 마차가 온 것 같습니다."
"알겠다. 그럼 우리는 먼저 가보마. 뒷일은 맡기겠지만 괜찮지?"
"그래, 아버님. 나중에 무도회장에서 봐."
"아가씨는 맡겨 주세요, 나으리."
"저택도 별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느긋하게 무도회를 즐겨주세요."
루시아나, 멜로디, 세레나의 든든한 말을 들은 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드 기사작 공, 딸과 멜로디를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기사의 자존심을 걸고 두 분을 지켜드리겠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
기사답게 경례를 하는 렉트의 모습에 웃으며, 백작 부부는 나머지 인원들을 남겨두고 한 발 앞서 왕성의 무도회장으로 출발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맥스웰이 나타났다.
"평안하셨습니까, 루시아나 양."
맥스웰이 활짝 웃자, 루시아나의 얼굴이 단숨에 붉어졌다. 연미복 차림의 맥스웰은 역시 멋있었고, 그런 사람이 자신의 파트너라고 생각하자 역시 부끄러운지 좀처럼 인사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멜로디가 등을 톡 두드리자, 루시아나가 정신을 차렸다.
"아, 안녕하세요, 맥스웰 님.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려요."
"예, 저의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맥스웰은 긴장한 모습의 루시아나를 '귀엽다'고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그래서 편지에 적힌 대로 마차에 동석하고 싶다는 분이 ......"
"오랜만입니다, 릭렌토스 공."
"그렇군요. 학교에서 뵈었던 이후로군요, 프로드 선생님."
"이제 임시 강사는 끝났으니, 렉티아스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말하는 맥스웰에게, 렉트는 웃으며 답했다.
"실례했습니다. 그럼 렉티아스 공으로 부르지요. 저 역시 맥스웰이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맥스웰 공."
파트너인 세실리아와 기사작인 렉티아스 순으로 인사를 나눈 맥스웰은, 마지막으로 렉티아스의 파트너인 평민의 소녀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맥스웰 릭렌토스입니다."
"세실리아라고 합니다. 평민의 신분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멜로디는 아름다운 몸짓으로 카테시를 했다. 맥스웰은 감탄하면서도 의문을 품었다.
(잘 교육받은 동작이다. 평민이라고 하지만, 어느 가문 사람일까?)
"괜찮으시다면 가문명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네? 가, 가문명이요? 음........웨, 맥......."
"맥?"
"아, 네 ...... 맥...... 맥머든. 저는 세실리아 맥머든이라고 합니다."
테오라스 왕국에서는 평민이라도 가문명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것이 없는 것은 마이카 같은 고아나 류크 같은 기억상실자 정도이며, 딱히 귀족의 특권 같은 것은 아니다.
마이카나 류크도 관청에 제대로 신고하면 새로운 가문을 등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