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9화 렉티아스 프로드의 고뇌(1)
    2023년 08월 31일 20시 35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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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날인 8월 25일. 루시아나 일행과 함께 왕도로 돌아온 렉트는 즉시 레긴버스 백작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멜로디의 무도회 참가를 보고하기 위해서인데 ...... 방문한 백작 저택은 평소와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뭐지, 이건. 분주하다고 하기보다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당황한 것 같기도 한 ......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서, 되려 지난 5일간 루틀버그 저택에서 여유롭게 지낸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어쩔 수 없지. 보고할 때 각하께 여쭤보자)



     그렇게 약속을 잡았더니 바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렉트는 백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돌아왔습니다, 각하."



    "그, 그래, 잘 돌아왔다."



     렉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레긴버스 백작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명령하신 무도회 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세실리아 아가씨의 참석을 확정했습니다."



    "그런가! 그거 다행 ......이, 군."



     백작은 잠시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조금씩 목소리 톤이 낮아졌다. 마지막에는 침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각하?"



    "아, 아니, 잘해주었다. 세실리아 양한테는 꼭 한번 인사하러 오라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



     역시 이상하다. 좀 더 반가워할 줄로만 알았는데, 아까부터 렉트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해야 하나, 난처하다고 해야 하나, 겸연쩍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뭔가 꺼림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 각하, 오늘 방문ㅎ보니 저택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백작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렉트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인가. 그렇다면 저택 안에서도 비밀로 하고 있을 텐데, 이 분위기는 이상하다.

     렉트가 가만히 백작을 쳐다보고 있자, 체념했는지 백작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뭐, 너에게 숨길 일은 아니니까....... ...... 그,...... 이 발견되었다."



    "예?"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의아해하자, 백작은 겨우 정상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 어마어마한 사건을.



    "...... 딸이, 발견되었다. 지금 이 저택에 머물고 있다."



    "......예? 무슨 농담을?"

    (그럴 리가)



     렉토는 지금처럼 주인에게 이런 눈빛을 보낸 적이 있었을까. 농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바보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쓰레기를 보는 눈'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당신의 딸이라면 루틀버그 가문에서 즐겁게 메이드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백작의 딸의 행방을 아는 사람으로서, 이런 농담도 아닌 거짓말, 허위사실, 망상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얼굴에 묻어 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레긴버스 백작의 표정이 달라졌다.



    "네가 이곳을 떠난 직후에 세브레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웃 나라에서 드디어 딸 세레스티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지. 그때는 이미 왕도를 향해 출발한 모양인데, 불과 닷새 전에 세브레와 함께 그녀가 도착했다. 다만, 이웃나라에서의 혼자 여행은 소녀에게 너무 힘들었던 모양인지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상당히 초췌해져 있었지. 그럴 만도 해. 여행 도중에 짐도, 물건도 모두 도둑맞아 혼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때 우연히 세브레가 그녀를 발견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방을 주고 쉬게 하고 있지."



    "...... 그, 그렇습니까. 그, 머리는 은발, 눈은 푸른색인가요?"



    "물론이고 말고."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렉트의 안에서 은근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만약, 멜로디가 각하의 딸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자신은 아무런 문제 없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을 것이다 .......



    (...... 그래, 조금 더, 조금 더 친해진 다음에!)



     렉트의 경우 사회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인 문제로 고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녀, 세레스티에게는 새롭게 '셀레디아'라는 이름을 새로 지어주기로 했다."



     백작의 말에 정신을 차리는 렉토. 지금은 멜로디에게 고백이 어떠고 할 때가 아니다. 멜로디라는 진짜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른 사람이 딸로 저택에 오게 된 것일까.



     멜로디가 친딸이라는 것은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출신지, 본래의 머리카락과 눈,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세레나의 존재. 어떤 우연이 겹쳐야 지금은 죽은 세레나를 닮은 마법의 인형 메이드가 생겨나는 것일까.



     사실 혈연관계 따위는 없었다고 하는데, 누가 그걸 믿겠느냐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소녀, 즉 셀레디아가 다른 사람이라는 증거도 렉트는 마련할 수 없다. 또한 멜로디가 백작의 딸임을 증명할 경우, 멜로디의 메이드 생활은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분명...... 크윽)



     그 이상은 차마 말할 수 없다. 첫사랑의 소녀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숙맥남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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