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웰이 화를 내며 일어섰다.
"죄송해요, 맥스웰 님. 하지만 루시아나 씨는 지금까지 여러 번 성녀의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어요. 이미 성녀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혼자 두면 안 돼요. 누군가가 보호해 드려야만 해요."
"....... 그러니까 위급할 때는 저보고 보호해 달라는 말씀이군요."
"네. 성녀가 없는 이상, 마왕의 권속이 된 마물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은제의 무기가 필요해요. 탑승할 마차에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파트너가 되어 줄지가 불투명하지만요."
"어? 아직도 답장을 받지 못했나요?"
"예, 그래도 그녀가 왕도로 돌아오는 건 오늘이나 내일쯤일 테니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거절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불안해하는 맥스웰에게, 안네마리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길 바라야죠."
◆◆◆
대화가 끝나고, 맥스웰은 마차를 타서 후작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차가 정문 앞에 다다랐을 때, 창문 너머로 낯익은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멜로디?"
그녀는 후작 저택 정문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문지기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 편지를 가져왔는데, 어디로 가져다 드리면 좋을까요?"
"죄송합니다. 여기는 정문이니, 저택을 한 바퀴 돌면 나오는 뒷문으로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그쪽에 배송품을 받는 담당 부서가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거기로 가볼게요."
"굳이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어?"
맥스웰은 마부에게 명령해 마차를 멜로디 근처에 세우게 했다. 마차가 멈추자 스스로 문을 열고서 땅에 내려섰다.
"안녕, 오랜만이야, 멜로디."
"오랜만이에요, 맥...... 릭렌토스 님"
가문의 후계자의 등장에, 수문장이 허리를 쭉 편다. 멜로디는 가볍게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혹시 나한테 보내는 편지라도 가져왔어?"
"네, 루시아나 아가씨께서 릭렌토스 님께 보내는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고마워, 그럼 받도록 할게."
맥스웰은 멜로디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아도 괜찮으세요?"
릭렌토스 집에 도착한 우편물은 담당 부서에서 확인하고 기록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맥스웰이 받으면 그곳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누락되는 것이다.
"발신자를 알고 있는 편지니까 괜찮아.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편지를 받으세요."
멜로디로부터 편지를 받은 맥스웰은, 아직 열지 않은 봉투를 햇볕에 비춰보았다. 물론 그것으로 내용을 읽을 수는 없지만.
"...... 편지의 내용을 알려줘도 될까?"
"후후후, 그 부분은 편지를 읽어주세요. 아가씨께서 얼굴을 붉히며 쓴 편지이니까요. 릭렌토스 님도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활짝 웃는 멜로디의 모습에, 맥스웰도 볼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기대되네."
"네, 아가씨께서도 분명 기대하고 계실 거예요. 그럼 실례할게요."
"그래, 고마워."
귀족과 하인의 대화를 마치고, 멜로디와 맥스웰은 헤어졌다.
방으로 돌아와 루시아나의 편지를 읽는다. 파트너의 제안을 받는다는 내용이어서 안심했다. 그리고 진지함으로 눈을 가늘게 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담아서.
편지를 끝까지 읽은 맥스웰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무도회로 가는 마차에 한 쌍을 동승하게 해? 이름은 ...... 렉티아스 플로드 기사작과 그의 파트너인 세실리아 양."
맥스웰은 세실리아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봄의 무도회에서 루시아나와 춤을 추었던 '천사님'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 이건 보고를 할 필요가 있을지도? 후후후, 정말 너는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는 사람이구나."
편지를 바라보며, 맥스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