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와 안네마리로부터 전해 들은 꿈 이야기. 원래대로라면 왕립학교 입학 전에 발견되었어야 할 소녀. 세계를 위기에 빠뜨리는 마왕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 소녀가 드디어 나타난 것일까 ......?
하지만, 안네마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성녀에 관해서는 너무나 꿈같은 이야기라 솔직히 확신을 가질 수 없어요. 다만, 레긴버스 백작 가문에서 상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더 이상은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번 무도회에서 공개할 수도 있겠지."
크리스토퍼의 말에, 맥스웰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큰일인데."
"큰일 정도가 아니라고. 정말 성녀가 나타나면 다행이지만, 우리는 제2황녀 대책을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그러고 보니, 저는 아직 그분을 뵙지 못했어요. 아직 안 오셨나요?"
"듣자 하니 여름 무도회 전날에 온다더라. 그래서 나도 어떤 미소녀인지 아직 모르겠어."
맥스웰은 눈꼬리를 내리며 크리스토퍼를 쳐다보았다.
"미소녀라고 확정된 거야?"
"꿈에 나온 슈레딘이 워낙 미남이었으니까. 여동생도 미소녀임에 틀림없어. 그게 유일한 낙이지."
안네마리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제2황녀에 성녀 후보. 여름 무도회는 난제가 산적해 있어! 입학식 날에 와줬으면 좀 더 수월했을 텐데. 입학식 날 부딪혔던 사람은 귀엽지만 검은 머리의 메이드였기 때문에 의미도 없었고~"
""아아, 멜로디 말이구나.""
"어라? 너희들 검은 머리의 메이드를 알아?"
""친구니까...어?""
설마 같은 말을 할 줄이야. 안네마리와 맥스웰이 눈을 마주친다.
"왜 나만 모르는 거냐고~! 왜 나만 미소녀 플래그가 안 서는 거냐~!"
크리스토퍼의 쓸데없는 한탄이 실내에 울려 퍼졌다. 안네마리의 마법 '정숙'이 전개된 상태라서 안심이다.
"뭐, 크리스토퍼 님의 망언은 제쳐두고, 여기부터는 진지한 이야기예요."
안네마리는 맥스웰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역시 그녀의 분위기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네, 왕도(王都)에 마물이 침입했어요."
"뭐!?"
역시나 예상치 못한 내용에, 맥스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것은 맥스웰 님도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문제예요. 그동안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거죠?"
"아마 마왕이 성녀를 노리고 자객을 보낸 것 같아."
진지한 분위기를 되찾은 크리스토퍼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름 무도회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성녀가 탄 마차를 여러 마물이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 내용을 꿈(게임)에서 봤어."
"설마. 그건 다시 말해 왕도, 그것도 귀족 구역의 한가운데에 마물이 침입해 온다는 뜻이야? 대체 어떻게?"
"몰라. 우리는 습격이 있었고 성녀가 격퇴한 것까지는 알지만, 누가 언제 어떻게 마물을 왕도로 유인했는지는 모르겠어."
"......"
너무 충격적인 내용에 말문이 막힌다. 하지만 안네마리가 크리스토퍼의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현재 누가 성녀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상황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레긴버스 백작의 곁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녀. 성녀는 레긴버스 백작의 딸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미 우리가 처음 본 꿈(게임)과는 다른 움직임이 보여요. 만약 그 소녀가 성녀라 해도, 어쩌면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 습격당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어요."
"전혀 관계없는 인물?"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맥스웰을 안네마리가 가만히 쳐다본다. 그러자 그는 깜짝 놀랐다.
"설마, 루시아나 양?"
"...... 저희가 꾼 꿈에서, 성녀는 맥스웰 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여름 무도회에 참석했어요."
"--! 그러니까 당신들은 그걸 알면서도 나에게 파트너를 제안하게 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