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식은 차치하고서라도, 멜로디는 맥스웰이 묻기 전까지 세실리아의 가문명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무심코 '멜로디 웨이브'의 '웨이브'라고 말하려다 멈칫했는데, 그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본명인 '세레스티 맥머든'의 '맥머든'이었다.
그것도 안 되겠다 싶어 중간에 말을 끊었지만, 안타깝게도 맥스웰의 귀에 들린 듯 멜로디는 세실리아의 본명인 '세실리아 맥머든'으로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얼마든지 가명을 쓸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지 마라.
멜로디는 순수한 소녀이니까.
"세실리아 맥머든 양이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맥머든. 역시 들어본 적 없는 가문명이다. 하지만 금발의 세실리아 ...... 크리스와 안네마리 양이 꿈에서 봤다는 성녀와 같은 이름의 소녀. 나중에 조사해 볼까)
일단 신경 써야겠다. 맥스웰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는 맥스웰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럼 저도 세실리아로 불러주세요."
(속여서 죄송해요, 맥스 씨!)
서로의 속마음은 어쨌건 두 사람은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맥스웰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 그런데, 멜로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주위를 둘러보는 맥스웰의 모습에, 모두들 가슴이 콩닥거린다.
(맥스 씨, 왜 그런 걸 신경 쓰세요!?)
설마 맥스웰이 그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던 사람들은, 이 자리에 멜로디가 없는 이유 따위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메, 멜로디는 좀 피곤해서 쉬고 있는 중이에요."
루시아나는 재빨리 속임수를 썼다. 모두들 '아가씨 잘했어! '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맥스웰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멜로디가 피곤해서 루시아나 양을 배웅하지 않는다? ...... 그 멜로디가?"
((((그 말이 맞아! ))))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맥스웰에게 무심코 동조하게 되는 일행들. 그러하다. 그 멜로디가 조금 피곤하다고 해서 루시아나를 배웅하러 오지 않을 리가 없다.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멜로디의 몸 상태는 상당히 심각한 응급상황에 빠졌을 가능성까지 생각할 수 있다.
"음, 지금 멜로디 씨는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멜로디는 스스로 둘러대야만 했다.
"저기, 제가 급하게 무도회에 참가하게 되었을 때 저와 루시아나 님의 의상을 맞춰보자고 해서, 지난 며칠 동안 잠도 아껴가며 열심히 드레스를 만들어 주셨어요. 완성된 것이 오늘 조금 전이라서 잠시 낮잠을 취하는 중인데요............."
멜로디는 슬쩍 루시아나를 쳐다보았다.
루시아나는 깜짝 놀라며 멜로디를 따라 말했다.
"네, 맞아요! 원래는 배웅할 때 깨워 달라고 부탁을 받았지만, 너무 피곤한 것 같아서 이대로 잠을 자게 하자는 의견으로 모두가 결정했어요."
"그랬군요. 두 분의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머리 색깔도 비슷하니, 마치 자매 같군요."
"감사해요."
두 사람은 조금 쑥스러워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넘어갔다면서.
"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네. 다들 저택을 잘 부탁해."
"다녀오세요."
루시아나의 말에, 폴라를 포함한 저택의 하인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그럼 갑시다."
"아, 네."
맥스웰이 손을 내밀자, 루시아나는 마차까지 에스코트를 받았다.
"...... 우리도 가볼까?"
이어서 렉트도 멜로디를 에스코트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네. 오늘은 잘 부탁해요, 렉트 씨."
"그, 그래."
춤 연습을 할 때도 손을 잡았을 텐데, 이 순간만큼은 마치 특별한 시간인 것처럼 멜로디의 손을 잡는 순간 렉트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렇게, 일행은 성의 무도회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