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40 마리 누나와 부딪히는 마음(1)
    2023년 08월 23일 23시 41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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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레트 씨의 여느 때보다도 무거운 말에, 우리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그 와중에 벤 씨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넸다.



    "어떻습니까, 리베르타가 자랑하는 검투사의 힘은. 물론, 카르디아의 영웅 공에게는 못 미치겠지만요."



     말투는 정중했지만, 가늘게 뜬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눈빛이 묻고 있었다.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한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치고는 노골적인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도발에 응해줄 필요도 없으니까.



     여기선 왕의 대리인으로서, 조용히 웃어넘기며 일을 무난히 마무리 짓자.



     그렇게, 생각했지만 .......



    "확실히 강한 분이다. 하지만 교주님의 힘은 한 마디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 그 일부나마 꼭 한번 보셨으면 한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흐름과 함께, 그레이엄 씨가 일어선다.



     여기서는 조용히 앉아 있어도 괜찮아요, 그레이엄 씨.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불안이 엄습해서 일을 하고 마니까요.



     나는 자중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칸나 씨 일행이 그레이엄 씨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은 말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그레이엄 씨에게 차례로 건네는 장비에 배신당하고 말았다.



    "활은 나에게 맡겨! 바리스타 정도의 위력을 가진 비장의 무기야! 단, 내구도는 종이나 마찬가지만!"



    "화살은 내가 주마. 레기오스에서 구해 온 희귀 금속으로 만든, 가성비를 무시한 낭만의 화살이다."



    "활장갑도 있어~ 명중률 향상에 특화된 것으로, 초보자도 헤드샷을 할 수 있을 정도야~"



    "여러분 ......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체감을 드러내는 네 사람.



     그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나.



     약간이지만, 왜 기대해 버린 걸까.......



     게다가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것을 건네고 있고.



     그레이엄 씨 자신도 레벨이 현재 상한선에 도달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거기서 나오는 화살의 위력은 짐작도 할 수 없는데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우려가 떠오르자, 길스가 내 곁을 떠나 그레이엄 씨에게 다가갔다.



     떠날 때 내 손에 벨을 올려주더니 '맡겨라'라는 든든한 말을 남기고서.



     혹시, 내 뜻을 눈치채고 .......



     한 번 죽었던 기대가 되살아나려는 찰나, 길스가 주먹을 내밀었다.



    "마리아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다. 볼품없는 꼴은 용서 못 한다."



    "누구한테 하는 소리."



     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확실히 생각이 일치했다.



     나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길스, 나는 말리기를 원했던 것이지, 격려해 주기를 원했던 것이 아닌데 .......



     이상하다, 예전에 동굴 깊숙한 곳에서 보여줬던 그 믿음직스러움은 어디로 간 걸까.



     지금도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것은 변함없지만, 방향성에 불안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벨은 지금 이대로만 있으면 돼."



     소망을 담아 말을 건네자, 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엿보인다.



     응, 이건 너무 늦었어.......

     

     자그레우스 씨, 제 주변에 레이티아 씨 같은 사람을 좀 더 늘려주실 수 없나요?

     

     따지는 사람이 현저히 부족해서 제가 곤란한 상황이라고요?





     그 후 벤 씨의 계획에 휘말리는 형태로, 나를 제외한 모두의 희망에 따라 제이드 씨와의 싸움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쓰러져 있던 아르고스는 다시 쇠사슬로 묶여 끌려나갔다.



     대신 무대 위에 올라선 것은 그레이엄 씨.



     그리고 서로가 과시하려는 듯이, 서로를 향해 중앙으로 다가간다.



     그때, 그레이엄 씨의 시선이 슬쩍 제이드 씨의 발목으로 향했다.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원래부터 원했던 처우였으니까. 게다가 ......"



    "?"



    "난 동향 사람. 마음 놓고 죽이러 와."



     가벼운 말투와는 달리, 멀리서도 알 수 있을 만큼의 위압감이 제이드 씨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나는 무심코 겁이 났지만, 그레이엄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꽤 하는데, 형씨. 정말 대단해."



     감탄이라는 듯이, 제이드 씨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이야말로. 교주님의 가호가 없었다면, 나는 도망칠 뻔했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저한테는 그런 힘이 없어요, 그레이엄 씨.



    "교주님, 말이지......."



     그런데 어째선지, 그 한 마디에 제이드 씨의 표정이 달라졌다.



     방금 전의 위협에는 놀랐지만, 시험 이상의 의지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한기가 느껴진다.



     거구의 아르고스 앞에서도 태연자약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들려온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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