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9 마리 누나와 불가사의한 싸움(1)
    2023년 08월 23일 19시 42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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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재회에 내가 말문이 막히자, 벤 씨가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제노아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강호. 물론 지금은 리베르타가 소유하고 있는 검투사입니다만."



     확실히 그때 제이드 씨는 스스로 노예라고 말했지만, 설마 검투사일 줄이야.



    "조인식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것도, 귀국하시기 전에 리베르타가 자랑하는 오락거리를 즐겨주십사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특등석을 준비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권유에, 카르디아의 사절도 당황하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일단 대리로 온 이상, 호의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겠지.



     고개를 끄덕여주고 벤 씨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투기장 중층에 있는 무대가 잘 보이는 테라스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팔걸이에 사자 머리가 달려있는 붉은색 벨벳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다만, 그 중 세 의자는 색상이 흰색과 검은색, 회색이다.



     빨간색은 카르디아를 의식한 것일지도 모른다.



     임금님이 입는 옷도 빨간색이니까.



     눈앞에 펼쳐진 무대 위를 느긋하게 나아가는 제이드 씨.



     그 다리에는 여전히 족쇄가 달려있지만, 사슬은 풀려 있었다.



     하지만 입고 있는 옷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부두에서 만났을 때는, 삼베로 된 소박한 옷이었다.



     지금은 권법가가 입을 법한 옷으로 바뀌었다.



    "도사복에 가까운 것 같지만~ 아래가 부풀어 올라서 사루엘 바지 같네~"



     루레트 씨의 말이 맞지만, 권법사가 입는 옷치고는 자수가 너무 세밀하고도 많이 박혀 있다.



     그것은 고급 옷이기 때문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각에 위화감을 느낀다.



    "루레트 씨와 같은 권투사 계열의 직업인가 봐요?"



    "얼핏 보기에 무기는 들고 있지 않으니깐~ 다만......"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나요?"



    "서 있는 자세가 묘하네~ 강해 보이는 상대 앞에서도 두려움도 패기도 없이 서 있는 건~ 보통은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 듣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 않다.



     마치 산책하다가 들른 것처럼 차분한 분위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서 침을 꿀꺽 삼키며 지켜보는 루레트 씨와 나.



     한편, 마레우스 씨와 칸나 씨는.



    "마치 맹수 대 인간의 검투인가. 영화 같네."



    "남자애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며? 나는 해전을 보고 싶었는데."



    "섬나라니까 할 수 없지는 않겠지 ......,그보다 너도 좋아하잖아. 그래놓고 잘도 자기는 자신이 남자가 아닌 것처럼 우억!!"



    "전부터 말했잖아. 섬세함이 없는 남자는 여자가 싫어하는 법이란다, 마레우스쨩."

     

     그런 걸 신경 쓰는 여자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하려고 상대방의 간장을 강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칸나 씨.



     덧붙여서 마레우스 씨는 효과가 대단했는지, 호흡곤란에 빠져 입을 벌리며 필사적으로 산소를 섭취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 옆에서 그레이엄 씨가 공포와 연민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까 팔꿈치의 맛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긴장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아르고스를 묶고 있던 무거운 쇠사슬이 갑자기 풀렸다.



     바닥에 떨어진 쇠사슬을 가증스럽게 쳐다보다가, 온몸의 시선이 일제히 제이드 씨를 향한다.



    "너도 힘들었겠다~ 그렇게나 눈이 많으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와 버릴 텐데."



     마치 친구를 걱정하는 듯한 편안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 말을, 아르고스는 도발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보르아아아!"



     포효를 하더니, 양손을 벌린 채로 제이드 씨에게 돌진한다.



     그 움직임은 보기보다 훨씬 빨랐고, 원래의 몸집에 더해 양팔도 벌려서 옆으로 도망칠 여지도 적었다.



     회피하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수많은 눈이 즉시 포착해 궤도를 수정할 것이 틀림없다.



    "저 녀석 도대체 어떤 대응을... 어, 움직이지 않는데."



    "반격을 노리려고? 하지만 무기도 없으니, 저렇게 하면 상대가 날려버려서 큰 대미지를 입게 될 거야."



     언뜻 보면 덤프트럭에 치여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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