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3 마리 누나와 제멋대로 산책
    2023년 08월 21일 22시 12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교단 사람들과 헤어진 나는, 길스와 벨과 함께 거리의 산책을 계속하기로 했다.



     아까까지는 안쪽으로 향하도록 진행했으니, 이번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하얀색 건물들 사이를 목적지 없이 돌아가서는 나아가고, 나아가다가도 돌아간다.



     카르디아에서 수입한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은데, 시내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저렴한 가격의 물건이 많아졌다.



     곡물, 가공된 야채와 육류, 생활 잡화까지.



     그리고 리베르타 주변의 것으로 추정되는 몬스터의 재료와, 그것을 이용한 물건들.

     

     흔하진 않았지만, 아까 보았던 야마토의 상품에 비하면 질이 몇 단계 떨어지는 것 같다.



     무구나 방어구도 마찬가지인데, 이 정도면 그 세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 더 우수하다.



     뭐, 세 사람 모두 생산직의 최고봉이니까.



     ...... 그 상인, 루레트 씨와 칸나 씨의 질문 공세를 잘 견디고 있을까?



     그걸 이겨내고 나면 분명 가격 협상의 본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아.



     루레트 씨는 돈이 있다고 말했지만, 원하는 가격에 사겠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니까.......



     마음속으로 힘내시라고 중얼거려 보았지만, 어느 쪽을 향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산책을 계속하면서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포장마차였다.



     에덴에서는 죽이나 꼬치구이를 파는 가게가 많았는데, 이곳은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해산물 수프, 그리고 생선구이를 끼운 빵을 파는 가게가 많았다.



     가끔 바람에 실려 오는 향신료 향이 입맛을 돋운다.



     시험 삼아 수프를 사보니, 포장마차 아저씨가 능숙하게 그릇에 담아서 재빨리 내어준다.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자, 복합적인 맛이 퍼져나간다.



    "생선 말고도 새우나 조개도 들어갔나? 육수가 잘 우러나왔어. 그리고 이 젓갈, 맛있네!"



     생선살로 만든 어묵에는, 태국 요리를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향과 매운맛이 더해져 있었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맛이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국물을 다 마신 나는 만족하며 그릇을 돌려주었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힘차게 걸어서 여러 가게를 둘러본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리고 깨달았다.



    "여기가 어디지?"



     길을 잃었다 ...... 아니, 아직 단정 짓기엔 이르다.



     일단은 마음을 가라앉히자.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조금 헷갈리는 것뿐이니까.



     만일, 만일 내가 길을 잃었다고 해도, 지금은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두 명이나 있다.



    "둘 다, 여기가 어딘지 아니?"



    "걱정은 필요없다, 수상한 녀석은 여기 없으니까."



    "피욧!"



    "아, 그래 ......"



     고마워, 정말 든든하지만, 아쉬워.



     지금 의지하고 싶었던 것과는 조금 방향이 달라.



     그리고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본다 ...... 안 돼, 전혀 모르겠어.



     네, 인정합니다, 길을 잃었습니다.



     이 나이에 싸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었다니 ...... 너무 부끄러워서 이대로 로그아웃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실망해서 주저앉을 것 같을 때, 길스가 나를 도와주었다.



    "고마워 ...... 길스?"



     고맙다는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길스가 어딘가를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시선의 끝에는 가게가 있었고, 그 처마 끝에는 쇠사슬로 다리를 묶인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게다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 있었다.



     포기하는 듯한 표정이 섞인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고, 스스로를 물건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노예를 사고파는 가게가 아닐까 싶다.



     요슈아 씨를 만나 노예가 된 사연을 조금이나마 들은 지금, 무언가 해주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다.



     내가 사서 해방시켜도 그 후 해방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돈을 주면 잠시 버틸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무엇보다 그 포기한 눈동자 ...... 아마 당황스러워할지도.




     MWO를 알기 전, 재활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삶의 의미를 잃을 뻔했던 내 경험을 토대로 상상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생각을 멈추는 것은 현재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을 하며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 길스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걸어갔다.



    "바다를 더 보고 싶다...... 그렇게, 벨이 말했어."



    "삐욧!?"



     분명히 '어, 그런 말을 했어요!?'라는 식으로 당황하는 벨.



     벨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게에 등을 돌리며 계속 걸어가는 길스.



     잡은 손에는 힘이 담겨 있지 않다.



     풀려고 하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멈춰 달라고 하면 길스는 멈춰 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길스의 배려라는 것을 알았다.



     뒤에서 보이는 말없는 뒷모습은, 너무 많이 짊어지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손을 꼭 쥐고서, 지금은 그냥,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본 광경을 잊지 않으려고 마음에 담아두면서 .......





     길스의 손에 이끌려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바다와 맞닿은 한 구역에 이르렀다.



     그곳은 육지에서 뻗어나간 부두 같은 곳인데, 나무로 소박하게 만들어져 있다.



     평소에는 주민들이 고기잡이를 나가는 데 사용하는 것 같다.



     실제로 몇 척의 작은 배들이 밧줄로 묶여 있기도 하고. 



     규칙적인 파도소리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



     평온한 순간에 젖어들자, 마음이 안정되는 동시에 다시 한번 깨달았다.



    "길, 한참 잘못되었구나 ......"



     이제는 시내도 아니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자, 불현듯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아암, 잘 잤다. 배에서 자는 낮잠도 괜찮구만."



     작은 배 한 척에서 한 남자가 하품을 하며 일어난다.



     나이는 오십 정도일까?



     잘 손질한 짙은 녹색의 풍성한 머리카락, 잘 다듬어진 턱수염.



     하품과 함께 눈물을 닦고서, 그 눈동자가 우리를 보고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뜬다 .......



    "이런 데서 뭐 하고 있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던져준 것이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