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을 건네받는다. 은빛 숟가락이다. 차가운 숟가락을 쥐고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카레라이스 위에 올려놓는다. 한 숟가락 떠먹으려는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빨리, 빨리, 빨리빨리빨리!"
"어?"
날카로운 목소리. 나도 모르게 손이 멈췄다. 어머니는 내 옆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머니의 얼굴에 걸린 검은 머리카락이, 눈가를 가리고 있다.
"왜 멍하니 있는 거야!? 미츠구 씨는 이미 없는데 왜! 왜 너 혼자 있는 거야! 행복하게 해 준다며? 왜, 왜, 왜!"
"엄, 마."
"빨리, 빨리빨리빨리이이이이이이이!"
손이 올라간다. 보라색 매니큐어가 전구 아래에서 반짝이며, 올라갔다가 금방 그림자가 된다. '아' 하고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어머니의 손은 이미 내려져 있었고,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윽!"
카레라이스에 꽂은 숟가락에서 손이 떨어지며, 내 몸이 뒤로 넘어진다. 썩어가는 다다미가 삐걱거리는 소리. 쓰레기봉투와 구겨진 휴지가 굴러다니는 다다미 위에는, 더 이상 맥주병이 없다.
"아, 아, ......어, 엄마?"
어머니는 나를 때린 왼손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약지의 매니큐어가, 왠지 모르게 붉게 물들어 있다.
"이런, 손톱을 깎아야겠네."
나는 몸에 힘을 주어 일어섰다. 무언가, 무언가를 엄마에게 말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고 숨이 버겁다. 엄마는 내 시선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듯이 행동하며 손톱깎이를 찾아 나섰다.
"어, 어디야, 손톱깎이는 어디 있어!?"
옷장을 열고, 화장대를 쓰러뜨리고, 가방을 뒤엎는다. 가방의 내용물이 흩어지자 그 속에서 작은 손톱깎이가 나왔다. 어머니는 손톱깎이를 들고 왼쪽 약지의 먼지를 제거하듯 그 손톱 한 개만을 잘랐다.
어머니는 손톱을 다 자르자 멍하니 있었다. 내 앞에서, 눈앞의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제 가봐야겠어."
"엄마? 어디로 가 ......?"
"카레, 천천히 먹으렴."
엄마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정쩡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약지에 끼고 있던 은반지를 빼더니,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반지를 싱크대에 던져 버렸다. 발치에 흩어진 가방의 내용물에서 지갑만 집어든 어머니는 맨발로 문고리에 손을 걸었다.
"이제 갈게. 가야 해."
그렇게 말하고는, 문고리를 비틀며 밤 속으로 사라졌다. 급하게 뻗은 손은 닿지 않았고, 무자비하게 문이 닫히며 철컥 잠기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가버렸어."
엄마는 일하러 간 것 같다. 아침이 되면 돌아와서 나에게 소리를 지를 것인가. 그래도 좋으니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카레, 먹자."
식탁으로 돌아와 카레라이스 접시를 끌어당긴다. 은색 숟가락을 꼭 쥐고 카레를 떠먹으니, 김이 숟가락을 뿌옇게 만든다. 아직 식지 않은 것 같다.
"......"
카레라이스를 입에 넣는다. 고기 따위는 없고, 양파는 껍질이 남아있고, 감자는 반쯤 익은 상태고, 당근도 딱딱하다. 하지만 카레는 맛있고, 너무 익혀서 너무 부드러워진 밥과 함께여도 아주 맛있다.
"...... 으, 아"
어떻게든, 너무 큰 재료를 먹어치운다. 씹는 데도 삼키는 데도 시간은 걸렸지만, 맛은 뭐, 나쁘지 않았다.
"흑, 으...... 아아아......"
바깥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는 걸까? 지금 나는 아주 진지하게 카레라이스를 먹고 있으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
"으아앙, 흑흑, 으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