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슬픈 마음을 감추고 싶어서 일을 하는 걸까?)
나는. 나는, 엄마의 '무엇'일까? 아버지와의 자식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지금까지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날 이후,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방 한구석, 벽장 빈 공간에 놓인 작은 위패. 아버지가 들어있다는 하얀 항아리. 어머니는 아버지이게 무덤이 없다며 투덜거렸었다.
(아빠 ...... 아빠는 왜, 사라지는 것을 선택했어?)
유서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계속 꿈속에서 차 안에서 잠들어 있는 아버지에게 달려가던 있는 장면을 계속 되새기고 있다.
(모르겠어ㅡㅡ내가 좀 더 일찍 악령이 될 수 있었다면 알 수 있었을지도)
어머니는 그날부터 주먹밥을 만들지 않았다. 떠올랐다는 듯이 다른 요리는 만들었지만, 주먹밥만은 만들지 않게 되었다. 그 주먹밥이 부모님께 어떤 의미였는지 아버지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분명 평범하며 따스한 이유였을 것이다.
슬그머니 이불에서 일어나 탁자 위를 바라본다. 봉지에 담긴 식빵은 어머니가 내 식사를 위해 남겨둔 것이다. 언제 보충될지 모르니 조금씩 먹는다. 부드러운 식빵은 분명 어머니가 만들어준 주먹밥보다 훨씬 더 많이 생각해서 만들어졌을 텐데, 왠지 어머니의 주먹밥이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교, 학교도, 어쩌지 ...... 마리코한테, 뭐라 말하지)
식빵을 먹는다. 조심스럽게 입을 움직여, 무기력하게 씹어 먹는다. 피어나기 시작한 곰팡이는 손가락으로 긁어내고서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는다. 내가 튼튼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긁어낸 곰팡이는 싱크대에 버린다. 배는 가득 찼다. 이불 안에 들어가 억지로 눈을 감는다. 언젠가 꿈속에서라도, 아버지가 구해줬으면 좋겠다고ㅡㅡ생각했다.
해가 뜬다.
달이 보이고.
장막이 드리워지며.
노을이 보이고.
밤이 와서.
싱크대에서 콕콕 소리가 들린다. 이불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었다.
"엄마 ......?"
"지금 밥 하고 있으니, 잠깐만 기다리렴."
"응 ...... 알았어."
이불을 접어서 방 한구석에 놓는다. 창밖은 이미 해가 다 져서, 밖에서 보이는 가로등에 몰려드는 나방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후줄근하게 피부에 달라붙는 셔츠. 지금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슬슬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다.
밥상 앞에 앉아 밥을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야위었다. 언제 어디서든 활기차고 씩씩했던 어머니가, 왠지 풀이 죽은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가 사라진 그 구멍은 딸인 내가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냄새 ...... 카레라이스, 일지도)
카레라이스라니. 아버지가 입원하기 전에 먹어본 적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다. 아버지는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만 술 마시던 손을 멈추고 바쁘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아버지의 기분을 살피며 카레라이스를 먹었기 때문에 긴장하느라 맛 따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도, 주먹밥을 먹을 때도, 아플 때나 괴로울 때나 기쁠 때나, 경찰 아저씨 말대로 어른을 의지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이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이젠, 그런 일은 잘 알고 있는데도.
"츠구미, 카레라이스 다 됐단다."
"고마워, 엄마"
"그거 먹으면 엄마도 나갈 테니 빨리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