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scene9(1)
    2023년 08월 18일 22시 28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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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다. 축축한 공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덥고 습하게 느껴진다.



    "츠구미짱, 정말 괜찮겠니?"

    "네!"



     병원의 뒷문. 늘 보는 경비 아저씨 앞에서. 배웅하러 온 접수원 언니에게 힘차게 대답했다. 그 연기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병원으로 달려가자, 예상대로 아버지는 병원에서 탈주한 상태였다. 그래서 평소처럼 찾으러 간다고 하니, 나를 발견한 접수처 언니가 우산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언니에게서 비닐우산(병원 비품인 것 같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을 빌린 나는 배웅하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비를 맞으며 걸어 나갔다. 운동화가 허름해서 당연히 빗물이 신발 안에 들어오겠지만, 머리부터 물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많이 달라진다. 가방은 병원에 맡겨놨으니 마음이 편하다.

     사실 뛰어다니며 찾아가고 싶지만, 넘어져서 다치면 큰일 나니 절대 뛰지 말라는 안내원 언니의 말이 있었다. 우산을 빌려주는 '교환 조건'이었기 때문에, 찜찜한 마음은 있지만 따르기로 한다.



    (그렇게 되면, 효율이 좋은 것은 ...... 었다!)



     흰색 자전거에 파란색 유니폼. 오늘은 그 위에 비닐 우비를 입고 있는 남자.



    "경찰 아저씨!"

    "안녕, 츠구미짱."

    "네, 안녕하세요!"

    "경찰 아저씨, 환자복을 입은 남자 못보셨어요?"



     평소처럼 물었더니, 경찰은 인자한 얼굴로 웃으며 "그게~"라며 왠지 모르게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버지 맞지?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못 봤구나~"

    "그런가요 ...... 고맙습니다."



     경찰관이 못 보았다니 드문 일이다. 경찰관들은 대부분 사람을 잘 보고 있는데 말이다. 아버지가 경찰관을 피해서 걸어갔던 것일까? 음, 설마 아니겠지.



    "아, 츠구미짱, 잠깐만."



     발걸음을 돌리며 걸어가는 나에게 경찰관이 말을 건넨다.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경찰관은 무릎이 젖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자세를 낮춰 나와 눈높이를 맞춰주었다.



    "네?"

    "언제나 느끼지만 츠구미짱은 정말 대단해. 하지만 가끔은 어른을 의지했으면 좋겠어."

    "어른을, 의지해요?"



     무슨 말을 들을까 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자,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응, 그래. 그러니 이번에는 역할 분담을 하자. 아버지가 갈 만한 곳을 알려줄래? 먼 곳은 내가 자전거를 타고 훌쩍 다녀올 테니까. 내가 츠구미짱의 아버지를 찾으면 병원으로 돌아가라고 얘기해 줄 테니까. 어때?"



     어른을 의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경찰관은 그렇게 제안했다. 내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자, 경찰관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내밀었다.



    "읏."



     나는 작게 숨을 헐떡이며 조금 몸을 움츠린다. 그러자 경찰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엔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어서 나도 안심했다. 경찰관에게 슬픈 표정을 짓게 하는 것이 왠지 싫었기 때문이다.



    "......네 아버지와는 꼭 한 번 천천히 이야기해보고 싶어졌거든. 자, 츠구미짱, 아버지는 어디 계실 때가 많을까?"

    "음, 병원 뒤편의 공원, 백화점의 옥상, 강변, 그리고 집 뒤편의 주차장."

    "그렇구나. 근처에 옥상 ...... 그 백화점은 지금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옥상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고, 강변과 병원 뒤쪽 공원은 내가 갈게. 츠구미짱은 집 뒤의 주차장을 보고, 없으면 집에서 쉬고 있어. 있다면 조금만 붙잡아 줘. 내가 아버지를 병원까지 태워다 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 확실히 그건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의문이 남은 채로 아버지를 두고 갈 수는 없으니, 경찰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경찰 아저씨는 왜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어라? 말하지 않았었나? 경찰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란다."

    "ㅡㅡ그렇구나, 그렇군요, 말씀했었어요. 고맙습니다."

    "아니, 괜찮아. 아, 그리고 존댓말은 쓰지 않아도 돼. 어린이는 건강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왠지 모르게 '네'라고 대답하기 어려워서, '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경찰관은 왠지 모르게 기쁜 듯이 웃었다. 그리고 내 집 주소를 알려주자, 경찰관은 고맙다며 아버지를 찾으러 갔다.

     그렇게 되면 내가 가야 할 곳은 내 집뿐이다. 어머니는 전철을 타고 출근하기 때문에 주차장에 우리 집 차가 주차되어 있다. 탈주한 아버지는, 집의 우편함에서 차 열쇠를 꺼내서 운전석에 앉아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오늘도 그런 느낌일 것이다.



    (비, 거세졌네...)



     발밑이 이미 흠뻑 젖어 있어 달리다 넘어질 것 같았다. 비닐우산을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앞길보다 뒷길로 가는 것이 더 빠르다. 아무리 경찰관이 자전거를 탄다 해도, 공원이나 강변을 돌아서 집 쪽으로 온다고 하니 뒷길과 지름길을 이용하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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