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괴롭히면 네가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ㅡㅡ 목소리를 높인다.
"거울에 비친 네 얼굴을 한번 봐! 그 일그러진 얼굴이 낯이 익지 않아?"
ㅡㅡ그가 입을 열려는 찰나에 목소리를 비집어 넣는다.
"드라마나 만화 속 악당이랑 똑같아! 몰랐어?"
ㅡㅡ친숙한 사물에 비유하여 상상하게 한다. 자신이 무엇인지를.
"...... 너, 스스로 정의의 편에 의해 쓰러지는 악의 괴물로 전락하고 있는 거야."
ㅡㅡ사실을 크게 말하면서. 그리고는 불쌍하다는 듯이, 슬프다는 듯이..
(자신의 위치를 만화나 드라마의 '악역'으로 인식하게 만든다ㅡㅡ!)
괴롭힘을 하던 아이는 입을 꾹 다물며, 반박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어떻고, 괴롭히는 것이 어떻고. 그러한 눈앞의 일이라면 그는 얼마든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제시된 것은 자신이 "가까이서 보는 악역이냐, 영웅이냐"라는 커다란 선택지다. 원래는 이런 장면에서 선택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양자택일이다.
투블럭의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동료를 바라본다. 하지만 결국은 투블럭의 그를 따라왔을 뿐인 똘마니들. 리더의 동요는 쉽게 전파되었고, 똘마니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투블럭의 그가 리더로서 나선다면, 분명 동요하면서도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들ㅡㅡ"누가 봐도 못생긴 악당"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악당, 재미있을 것 같던데)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에게, 투블럭인 그는 혀를 찼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가자! 상대할 가치도 없어!"
리더의 판단은, 똘마니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몸을 떨면서도 발걸음을 재촉하며 떠났다.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나와 금발 소년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치지 않았는지 살갑게 말을 건네고, 다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어져서 달려간다.
"어, 잠깐만, 너, 기, 기다려!"
소년의 목소리를 뿌리치고 그냥 무작정 달렸다.
(뭐야, 방금, 지금 무슨, 뭐지 지금 것!?)
두근거리는 심장.
경종을 울리는 것을 속이기 위해, 달린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연기, 했어. 내가 생각한 대로의 인물로, 내가 생각한 대로의 설정으로!)
작은 상점의 천막에 몸을 숨기고서, 떨리는 몸을 스스로 껴안는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방금 전의 광경이다. 내가 다름 아닌 연기의 힘으로 집단괴롭힘을 물리쳤을 때의 풍경이다.
(그래, 그런 거였구나 ......!)
손끝이, 발이, 가슴이, 심하게 떨리고 있다. 덜덜 떨리는 이빨, 숨이 가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까 그 아이들이 보복할까 봐 두려워서? 아니면 내가 반대로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니, 아니다. 이건 열이다. 내 안에서 불타오르는 불길이다. 나도 연기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기로 사람을 겁먹게 할 수 있다. 그 영화처럼, 연기로!
(아빠ㅡㅡ 나는 "지금" 아빠를 만나고 싶어)
심호흡. 숨결도 가라앉지 않았는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흐린 하늘에서 빗물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 정도면 병원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손으로 눌러서 참으며, 들뜬 마음을 발걸음으로 바꾸어 달리기 시작했다.
오직, 1분 1초라도 빨리 이 마음을 아빠에게 전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