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scene8(1)
    2023년 08월 18일 18시 36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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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종례 시간은 항상 별 탈 없이 끝난다. 모두들 열혈 선생님의 역린을 건드리기 싫어서 얌전하게 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배우라는 꿈이 착실하게 포장되어 가는 와중에 공부 시간이 줄어들면 곤란하기 때문에, 오늘도 얌전하게 굴고 있었다. 하지만 키미에와 사치코, 미유키ㅡㅡ나와 마리코를 제외한 세 사람은, 우리가 평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힐끗힐끗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나중에 질문하려나. 뭐, 괜찮아. 오늘은 오랜만의 병문안이니 빨리 가자)



     키미에 일행이 신경 쓰는 것은, 들뜬 모습의 마리코와 약속을 가슴에 품고서 왠지 모르게 불안해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야 꿈에 한 발짝 다가갔으니, 실실대는 것 정도는 용서해줬으면 한다. 그렇게 나와 마리코의 마음은 해맑았지만, 날씨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굳이 일기예보를 보지 않아도, 찌뿌둥한 공기가 비를 예감하게 한다. 내쉬는 숨결이 흐린 하늘처럼 무거워서 방과후를 맞이하는 것이 우울하다. 왜냐면 우산 같은 고급진 물건은 없으니까.



    (문병 가다가 비를 맞는 건 싫은데...... 달려가자)



     종이 울린다. 동시에 마리코의 호령에 맞춰 차렷, 주목, 경례를 한다.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 순간, 재빨리 책가방을 메고 뛰어간다. 그러자 동시에 키미에가 달려왔다.



    "츠구미짱! 오늘 마리코랑 무슨 일ㅡㅡ"

    "미안, 오늘 약속이 있어. 마리코에게 물어봐!"

    "ㅡㅡ앗, 츠구미짱, 빨라."



     키미에와, 교실 가장자리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마리코에게 사과를 한다. 쓴웃음을 짓는 미유키와 느긋한 사치코의 모습도 보였지만, 얘네들은 다음 기회에.

     교실을 뛰쳐나와 신발장에서 허름한 운동화로 갈아입고 학교를 나선다. 여기서부터 길을 따라 걸어서 작은 상가를 지나면 바로 병원이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아버지를 울리고 말았던 그 공원이다. 역시 왜 울었는지 제대로 물어보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대로, 응, 화해도 하고 싶다. 그런 결심을 품고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응? 저건 ......?)



     상가 앞에서 왠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오락실 앞, 자판기 앞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뚱뚱한 소년. 그 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같은 또래의 네 명의 소년들. 모처럼 사람이 어색한 일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는데, 이런 광경은 너무 불길하다.







    "야~ 돼지! 꿀꿀 소리쳐봐!"

    "힉, 그, 그만둬, 왜 그래."

    "돼지 주제에 사람 말 하지 마!"

    "아파!"

    "아프면 '꿀꿀'해야지!"

    "모, 모르겠어."

    "'모르겠어~'가 아니라고, 돼지새꺄!"

    "으으."







     ...... 나는 원래 집단괴롭힘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치 집에서의 나를 보는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그래, 이건 분명 선행 같은 게 아냐.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소년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자, 그럼 어떤 식으로 말을 걸까?

     그냥 평범하게 말을 걸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쳐들어가서 싸움이라도 해?

     어른에게 달려가서 울면서 도움을 요청해?



    (아니. 나는 언젠가 은막의 악령이 될 거야. 이왕이면 무섭게 도와주자)



     어차피 그런 의리도 없는데 도와주는 것이다. 이 정도는 용납해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변명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냐면 이건 예행연습이니까. 언젠가 부모님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위한 리허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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