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의 연휴 기간 중에는 의외로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병문안을 갔다. 그때의 나는 '친구들이랑 놀고 있으렴'하며 주먹밥만 남겨두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병원에 따라가도 병원 앞 벤치에 앉아 사다 준 빵을 깨무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 놀라고 해도, 마리코네 전화번호나 집 주소 따위는 알지 못하니, 방학 전에 약속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상 그 아이들과 논다는 선택지가 없다. 결국 동네 도서관에 들러서 연기 공부를 하는 ......것이 연휴 기간의 시간 활용법이 되었다. 그렇게 사흘 연휴를 보내면 당연히 학교에서도 그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어서.
"흐암...... 음냐."
언제나처럼 일찍 와서 생물계의 일을 한다. 방학 느낌이 가시지 않아 조금 졸리다. 교실에서 기르는 금붕어는 매일 먹이를 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수조 청소와 먹이를 번갈아 가며 하는 정도다. 실제로 사흘 동안 방치해도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먹이를 주고 나면 잠을 자는 ...... 것이 아니라, 일단 연기 연습을 한다. 도서관에서 연기, 아니 연극에 대해 여러 가지를 찾아보았다. 그에 따르면 연기는 말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일종이라고 한다. 연극에는 인상적인 극적인 장면이 있어야 한다든지, 연극은 관객이 있어야만 성립한다든지 하는 지금 당장 필요 없을 것 같은 것들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왠지 알 것 같은 내용도 적혀 있었다.
(연기는 극적인 행위로 주목을 끄는 것. 즉,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눈에 띄면 되는 거네)
도서관에서 여러 번 읽고 외웠던 어느 연극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다른 것들과는 달리 왠지 모르게 매우 인상 깊었던 그것은, 지금까지의 내 삶과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내 마음이 받아들인 것일까.
모르겠다. 친구도, 가족도, 다름 아닌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서 그날 그 자리에서 아버지를 당황하게 만들었을 때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부끄러움을, 그 아는 척하는 모습을 나는 이 '연극'에 비추고 만 것일까.
(모르겠어.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해 보지도 않았는데 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딱딱한 말로 번역된 대본.
목소리를 낼 때의 요령을 떠올리며, 목을 벌리고 가슴을 편다.
관객은 단 한 명 ...... 아니, 한 마리. 선명한 주황색의 커다란 금붕어.
(이렇게 예쁜 금붕어, 나에게는 분에 넘치는 관객이야)
눈을 감고.
노래하는 것처럼.
"ㅡㅡ오늘은 나의 숨겨둔 마음을 말해보마."
오만하게.
"나는 이 늙어가는 몸에서 모든 고생을 털어버리고,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이 셋으로 쪼개진 나라를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딸들아. 내가 왕관도 병사도 버렸을 때,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지 분명히 해두거라. 알겠느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빈말만 늘어놓는 두 딸에게 유산을 나눠주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막내딸은 추방시킨 이후로 점점 기틀이 흔들린다는 이야기다.
초반에 리어왕은 딸들에게 누가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 말에 듣기 좋은 단어를 골라내는 딸들의 모습에, 리아 왕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공연자는 아쉽게도 나 혼자다. 그래서 나는 머릿속으로 등장인물을 추가해 둔다.
(장녀 고너릴은 사랑을 생명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래서 리어왕은 기분이 좋아져 몸을 젖힌다)
"그럼 너에게는 광활한 초원과 물고기가 떼 지어 다니는 강을 주마."
자랑스럽게, 미소를 머금고, 자비로운 아버지 같은 태도를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