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scene6(2)
    2023년 08월 17일 20시 13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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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좋은 곳의 아가씨였다니, 그런 말은 조금도 믿을 수 없었다. 왜냐면 엄마잖아? 눈 오는 날에 이불 한 장 덮고 자면서도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어머니가 아가씨였다니. 아가씨라고 하면 분명 마리코처럼 몸매무새가 단정한 아이를 가리키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걸까? 으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여러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려 창업을 한 다음 데릴사위가 되었지."

    "데릴사위?"

    "데릴사위라는 말은, 음~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되는 거지. 예전의 나는 아라키 미츠구라는 이름이었는데, 엄마 쪽 집안에 들어가서 키리오 미츠구가 된 거다. 그런데 나는 사생아라는 이유로 결국 시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했지. 그래서 어머니와 도망쳐서...... 하하, 뭐, 하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그분들의 말이 맞았나 봐. 회사는 손쉽게 실패하고, 모든 게 잘 안 풀려서 이 지경이 되었거든."



     아버지는 연못을 바라본 채, 조금씩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실패는 어머니와 결혼한 것을 말하는 걸까. 그렇다면ㅡㅡ내가 태어난 것도 실패였다는 뜻일까? 뭐, 그렇겠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래, 역시 절차를 밟아야 하니까. 우선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포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다음, 그다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조용히 연못의 수면을 바라보고만 계셨다. 해가 기울어 물속에서 반사되는 햇살은 붉게 물들어, 야위어버린 아버지의 옆모습을 선명하게 비춘다. 흐린 하늘에서 비치는 빛은 천사의 사다리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따분해져서 시선을 내리자, 내 허름한 운동화와 나의 몇 배는 될 듯한 아버지의 병원 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그만 돌아가지 않으면 병원 사람들이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아빠, 이제 갈까?"

    "아, 아, 아, 그래, 미안하다."



     아버지는 일어서려고 자신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이 여전히 떨고 있어서, 나는 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버지는 어머니처럼 튼튼하지 않기 때문에, 감기에라도 걸리면 큰일 나니까.



    "아니. ...... 아빠, 안 추워?"

    "응? 아니, 춥지 않은데."

    "그래? 하지만 저것 봐, 손이 떨려서........"



     그렇게, 손을 내밀어서.



    "앗."



     그 손을, 거절당했다.



    "아읏!"



     튕겨져서 벤치 옆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평소처럼 얼굴이나 머리를 맞은 것이 아니고, 엉덩방아를 찧는 것도 푹신한 낙엽 위였기 때문에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이라 방심하여 넘어지고 말았다. 부끄럽다.

     맞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서자 아버지는 평소처럼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서 떨고 있는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이 아픈 걸까? 힘이 약해졌다던가?



    "아빠?"

    "미, 미안, 미안해, 츠구미........ 다, 다친 곳은 없고!?"



     당황한 표정을 짓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아버지의 초조한 표정에도 놀랐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으니까.







    "으, 응. 괜찮아. 매번 있는 일이고, 평소보다 아프지 않으니 괜찮아......."







     그래서, 당황하는 아버지를 달래주려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아."



     내 예상과 달리 아버지는 작게 숨을 헐떡였다. 얼굴이 창백해지며,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식은땀을 흘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매고, 당황하고,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귀신이라도 발견한 듯한 반응에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버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고, 더 나아가 두 무릎을 꿇고는 얼굴을 파묻는 것처럼 고개를 감싸고 말았다.



    "오, 오오오, 으오, 콜록, 콜록, 으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 아버지의 앞에서, 나는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울부짖는 사람의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울면 아버지는 나를 '귀찮다'고 호통쳤으니까.

     하지만 내가 울면 아버지는 나를 '방해된다'며 손을 들어 때리셨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울음을 멈췄을 때, 아버지는 나에게 '흥'이라며 비웃으셨으니까.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아, 하지만 그래, TV에서 분명히 이렇게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 옆으로 돌아서서, 살이 빠졌지만 여전히 큰 등에 손을 얹는다. 천천히 그 커다란 등을 쓰다듬자, 그때마다 아버지는 살짝 떨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정말 맞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어머니였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지도)





     ......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떨고 있는 아버지의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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