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관찰하다가, 문득 생각이 난다. 그날 병실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때, 아버지는 나에게 배우의 길을 알려주셨다. 그것은 귀신이 되는 것보다는 확실한 것 같았지만 ...... 실제로 연기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럴 거였다면 소학교 저학년 때 학예회 공연을 했을 때 좀 더 진지하게 할 걸 그랬다.
(맞다. 어차피 되는대로 연기를 익히는 것이니, 귀신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해볼까?)
다행히 우리 조의 네 명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 우선 내 옆에 앉은 마리코를 놀라게 해 보자. 사람이 놀라는 순간이란 어떤 때일까 생각해 봤는데, 답은 비교적 빨리 찾아내었다.
(기습, 일지도)
그 공포영화에서도, 의식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난 귀신에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면 깜짝 놀랐었고.
예전에 익힌 요령이라고나 할까,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아버지나 낮잠을 자고 있는 어머니를 깨우지 않기 위해 기척을 없애고 뭔가를 하는 ......짓에는 익숙하다. 나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서, 크게 움직이지 않도록 하며 대화의 틈새를 찾기로 했다.
"근데, 마리코짱, 키리오 씨, 안 일어나네."
"키미에, 너도 신경 쓰이는 모양이네?"
"그야 뭐. 왜냐하면 키리오 씨는 재미있는걸! 사치코랑 미유키도 그렇게 생각하지?"
키미에가 마리코에게 대답하고서, 사치코와 미유키에게도 말을 건넸다. 그러자 마리코의 시선이 나와 반대편 창가에 가까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어~ 그래~. 처음엔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그럴지도~. 미유키는~?"
"나, 나는 아직 모를, 지도. 마리코짱은?"
사치코와 미유키의 말에, 마리코가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긴다. 두 사람의 말을 듣기 위해 나에게 등을 돌린 마리코. 지금이 기회인가. 하지만 어떻게 말을 걸지. 그냥 평범하게 대화에 끼어들면 되려나. 귀는 쫑긋 세운 채, 들키지 않도록 마리코의 귀의 위치를 확인한다.
"나는, 응. 키리오 씨와 친해지고 싶을지도. 계속 같은 반이니까........"
나는 마리코의 말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숙였다.
"그래? 고마워."
"ㅡㅡ꺄아아아악!?!?!?!?"
귓가에서 속삭이듯 말하자, 마리코는 귀를 부여잡으며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차내의 주목을 모은 것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응, 그래, 뭘까 이거. 정말 가슴이 두근거린다.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이렇게 흥분될 줄은 몰랐다. 마리코에게 감사해야겠다.
"키키키, 키키키, 키, 키리오 씨!?"
"좋은 반응이었어. 고마워, 마리코."
"깜~~~짝 놀랐잖아, 진짜!"
너무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말하자, 마리코는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반면 키미에가 배를 움켜쥐고 웃음을 터뜨렸고, 사치코는 푸근한 표정을 지었으며, 미유키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음, 다들 개성이 뚜렷한 좋은 조다.
"아하하하하하, 키리오 씨 최고! 츠구미짱이라도 불러도 돼?"
"괜찮아, 키미에."
나도, 나도, 라며 따라한 사치코와 미유키에게도 대답을 한다. 그리고 마리코를 보자, 그녀도 한숨을 크게 내쉬고 나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아, 정말, 알았어. 내가 졌어. 나도, 괜찮지? 츠구미."
"응. 원하던 바야, 마리코."
"뭐야 그게. 츠구미는 왠지 무사 같아 ......."
어이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마리코. 나는 그런 마리코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사보다는 귀신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카루이자와에 도착하자, 일단은 점호. 그리고 자료관을 둘러보며 카루이자와의 역사와 연혁에 귀를 기울이고, 그 후에는 산책로를 산책. 버스로 이동도 하면서 시라이토 폭포에 가기 전,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돗자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에 그냥 앉으려고 했는데, 일행 모두가 돗자리를 펼치더니 가장자리에 앉게 해 준다고 해서 그 자리에 앉기로 했다. 도시락이라고 해서 내가 가방에서 끈주머니를 꺼내고 있자, 유키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