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scene4(2)
    2023년 08월 16일 22시 40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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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높이와 그다지 높이가 다르지 않은 미닫이 문 손잡이에 손을 댄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커튼으로 구분된 넓은 방이 보였다. 분명 가장 안쪽의 왼쪽이었을 것이다.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겁먹고 있을 수는 없다. 공포영화 속의 유령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과감하게 주인공에게 덤벼들었으니, 나도 그 정도의 기세로 뛰어들자. 각오를 다지며 씩씩하게 나아간다. 가장 안쪽의 왼쪽, 커튼은 닫혀 있지만 틈이 비어 있는 것이 보인다. 조심스레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역시나 수염이 없는 깔끔한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다.



    (가짜가 아닌 거지?)



     틈새로 보이는 아버지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지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가한 것일까. 표정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저건 좀 무섭다. 아니 아니,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는 힘을 내어 숨을 들이마셨다.



    "아빠, 열어봐도 돼?"

    "......"

    "저기~ 츠구미인데, 저기~"

    "......"



     대답이 없다. 깨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운다. 부르기 위해 입을 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커튼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아, 아아, 츠구미냐. 괜찮다, 이리 와."

    "아빠 ......으, 응, 알았어. 들어갈게, 아빠."



     커튼의 레일에서 나는 기분 좋은 소리. 커튼을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는 전날처럼 눈썹을 내리깔며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얼마 전 어머니처럼 침대 옆의 접이식 의자에 앉자, 아버지의 옆모습과 마른 체형이 잘 보인다.



    "병문안 왔어. 몸 상태는, 어때?"

    "아니, 하하하, 아직은 몰라. 뭐 그래도 곧 좋아지겠지."

    "그래?"



     대화가 끊긴다. 평범한 부녀 간에는 아버지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아버지 쪽에서 내게 말을 건다.



    "츠구미, 그, 학교는 어때? 친구는 있고?"

    "학교는 공부도 많이 하고 재미있어. 친구도 생겼어. 이번 소풍 때 같은 조야."

    "오! 소풍이냐. 언제, 어디로 가는데?"



     학교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나는 마리코의 덧니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표정이 밝아지며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다음 주 토요일. 카루이자와. 아, 엄마한테 도시락을 부탁해야겠어."

    "가루이자와라니, 좋지. 아빠도 젊었을 때 엄마랑 함께 갔던 곳이야."



     어머니와 둘이서라는 말을 듣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언제였는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 풍경. 뒷좌석 중간에서 바라본, 즐겁게 흔들리던 두 사람의 어깨.



    "엄마랑?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것은, 그런 당연한 질문이었다.



    "하하, 그래, 그랬지. 아주 친하게 지냈어. 그래서 화해하고 싶어서 병원에 입원한 거고. 아, 물론 화해하고 싶었던 것은, 츠구미 너도 마찬가지고."

    "흠. ......"

    "하하, 신통찮네. 옛날의 스미레...... 엄마 같아."



     화해라고 해도 잘 모르겠다. 아버지는 나를 때리는 사람이며, 어머니는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정말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화해할 수 있다면 ...... 거기에 내가 필요한 것일까. 왜냐하면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다는 부모님이 화해하는 것과, 어릴 때부터 단 한 번도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는 나하고는 많이 다르니까.

     아버지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아버지는 곤란한 듯이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언제 맞을지 몰라 어깨를 움츠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어째선지 눈썹을 모으더니 입술을 깨물고, 손을 떨면서 ......종기를 만지는 듯한 손놀림으로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왜 저럴까. 입원해서 힘이 약해진 걸까? 운이 좋았다. 이 정도면 맞아도 아프지 않다.



    (그래, 그때도, 공포영화를 볼 때도 아버지는 내가 아프지 않게 만져주셨어)



     역시 답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공포가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는 지금처럼 병원에 입원해서 온화해져도 나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분명 내가 공포가 된다면, 아버지는 퇴원해서 근육 상태가 좋아져도 나를 아프지 않게 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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