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돕는 자들은 나뿐만이 아닌 수많은 어려운 사람들이다. 나한테만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두는 것은 미안하다.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일단 아빠를 만나고, 그다음에. 응, 전부, 그 후부터야)
우선은 내 진심의, 최선을 다한 연기를 보여주자.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나'를 연기하며 모든 것을 부딪히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불꽃을 보여주면, 기운이 없는 아버지한테도 불이 붙을지도 모른다. 잘 되면 어머니에게도 해보자. 그러고 나서 마리코의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서, 경찰한테 보고도 하고...... 응, 할 일이 많아.
미래가 아주 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노력 하나만으로,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미래 예측도를 깜짝 놀랄 정도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으니까.
어두운 뒷골목을 지나.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빈집을 지나.
강 위의 수도관을 지나.
곧장, 내가 사는 아파트로 향한다.
아파트의 뒤편으로 빠져나간다. 늘 보던 주차장. 자갈밭에 구분을 위한 밧줄.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콘크리트 블록. 비를 맞으며 주차장 구석에 주차된 하늘색 승용차.
(어라? 시동이 걸려있네)
그 차가, 어디로 가려는지 시동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확실히, 차로 멀리 떠나면 경찰관의 자전거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버지를 멈추게 하려고 차까지 달려가려고 하다가.
"아, 빠......?"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다. 엔진이 걸리고, 떨리는 소리를 내며 달리는 자동차. 차 앞에 놓인, 마시지 않은 유리컵 안의 술......... 그리고 가지런히 놓인 병원의 샌들.
"아, 아, 왜."
차의 배기구에서 호스가 연결되어 운전석까지 연결되어 있다. 호스는 단단히 묶여 있고, 틈새가 없다. 연기가 자욱할 텐데도 아버지는 운전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붉게 달아오른 채로.
"아, 아빠!!"
달린다. 허름한 운동화 때문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비닐우산이 날아가 빗물에 젖은 자갈길에 떨어졌다. 하지만 우산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넘어질 때 부딪힌 머리를 부여잡으며 차로 달려간다. 아버지는 그저 잠을 자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평소와 전혀 다른 이상 현상이 계속 내 안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아빠, 아빠, 아빠! 싫어, 일어나, 문 열어! 아빠!! 안돼, 안돼안돼안돼, 안돼!!"
차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머리도, 무릎도, 화끈거린다. 아아, 그래도 빨리 열어야 해.
"아빠, 열어줘! 아빠, 나, 아빠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분명 아빠도, 아빠도, 좋아할 테니까, 그, 그러니까!"
운전석 문도, 조수석 문도, 뒷좌석 문도 열리지 않는다. 단단히 고정된 호스도 내 힘으로는 떼어낼 수 없다. 초조함만 쌓여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괴로워서.
"아."
갑자기,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안 돼, 안 된다구, 아직 아무것도 못했어, 아직, 나는."
손을 뻗는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차가워서,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액체가 미지근해서.
"아, 빠...... 아빠아"
무력감이 마음을 뒤덮는다.
"츠구미짱!? 이, 이건!"
경찰관의 목소리.
자동차의 엔진 소리.
돌아가는 시야.
비에 젖어가는 비닐우산.
눈꺼풀이 너무 무겁고, 몸이 아파서.
"아......빠......"
뻗은 손이, 자동차 타이어를 스치며 떨어졌다.
공포영화를 보고.
아버지가 술을 끊고.
어머니가 도시락을 만들어 주고.
처음 사귄 친구가 함께 꿈을 꾸고.
볼품없었던 나의 꿈에 큰 불이 켜지고.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그렇게 생각했는데.
눈을 뜬다.
창문을 통해 햇볕이 들어오고 있었다.
늘 쓰던 이불에 누워 있는 내 몸.
작은 화장대 앞에서 몸을 구부린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평소처럼 화려한 옷이 아닌, 새까만 옷이다.
"츠구미, 너는 그걸 입으렴."
"...... 응."
머리에 감긴 붕대를 손으로 만져본다. 어째서 나는 이런 것을 감고 있는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새까만 원피스를 입는다. 이런 옷, 집에 있었구나.
"택시 불러줄게."
"응."
왠지 모르게, 무슨 말을 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표정 없는 엄마에게 이끌려 흔들리는 풍선처럼 흔들리는 손을 잡아당겨진다.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택시에서 내렸고, 택시를 탈 때 바로 위에 있던 태양은 왜인지 서쪽으로 떨어져 붉게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어디를 어떻게 이동하고 있었을까? 전혀 알 수 없었고, 왠지 모를 묘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저건 무슨 연기일까? 궁금해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저 연기는 뭐야?"
"저 사람 ...... 아빠야."
어머니가 내 손을 잡는다.
연약한 손이었다.
어머니가 흘린 물방울이, 아스팔트를 적셨다.
"아, 빠?"
아아, 그렇구나.
아버지는, 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