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eforeTheater 꿈=(갈망×극기) ending(1)
    2023년 08월 18일 23시 46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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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ing――

     

     

     

     ――띵동

     ――띵동, 띵동

     ――띵동,띵동,띵동





     투박한 호출 버튼에 작은 손가락이 뻗는다. 까치발로 버튼을 누르는, 옅은 색의 머리를 두 갈래로 묶은 소녀, 마리코다.

     경쾌한 벨소리가 울려 퍼진다. 커다란 알루미늄 문은 녹이 슬어 있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창문에는 광택 유리가 끼워져 있어 방 안을 확인할 수 없다.



    "츠구미, 없는 걸까?"

    "역시, 외출 중일지도~"



     의기소침해 보이는 마리코에게 느긋한 말투로 말을 건넨다. 검은 댕기머리의 소녀, 사치코는 마리코의 한 발짝 뒤에 서 있다. 손에 들고 있는 종이 뭉치는 담임선생님이 맡긴, 최근 학교에 나오지 않는 반 친구ㅡㅡ츠구미의 것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버튼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 마리코. 그런 마리코에게, 이번에는 왼쪽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발머리의 활기찬 소녀, 키미에와 그 뒤에 서 있는 천연 파마머리 소녀, 미유키의 목소리다.



    "뭔가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던데, 할머니 댁에라도 간 거 아닐까?"

    "으, 응. 그래, 그럴지도."



     마리코를 포함한 츠구미의 친구들은 그녀의 근황을 알지 못했다. 담임선생님은 "가정에 불행한 일이 있었다"고만 말했을 뿐, 특별히 걱정하는 기색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 프린트물을 전달하러 가자고 제안한 사람은, 담임선생님이 아니라 마리코였다.



    (그야 처음에는 학급위원으로서, 였지만 ......)



     마리코는 열리지 않는 문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마리코의 집, 시라카미 건설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건설회사다. 주택과 오피스 빌딩뿐만 아니라 신진기예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의 뛰어난 안목으로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마리코는 주변의 질투로 인해 '벼락부자'라고 불릴 때가 많았고, 그래서 마리코는 학급위원이라는 품행이 바른 역할을 골랐다.

     처음에는 그 책임감으로 학급에서 고립되어 있던 츠구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무반응이던 그녀도 점점 대답을 하게 되었고, 어느새 마리코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어 있었다. 꿈을 나눌 정도로 소중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뭐, 오늘은 이만 가보자, 마리코짱."



     키미에의 말에, 마리코는 망설인 끝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코는 발뒤꿈치를 돌려 문을 열고 금속음이 나는 아파트 계단을 네 명이서 내려갔다. 노골적으로 침울해하는 마리코의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조용하던 미유키가 드물게도 목소리를 냈다.



    "마, 맞다, 너네 집, 연예기획사를 하는 거지? 회사의 이름은 정했어?"



     미유키의 말에, 마리코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응! 그, 아빠가 [모처럼 시작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이름을 짓자]고 했어. 이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의 첫 단원처럼'이라고 하면서 이름을 지어줬어."

    "그, 그렇구나."

    "그래! 기존의 시라카미(白上)과 같은 발음으로 해서ㅡㅡ"



     기쿠코는 아파트를 등지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ㅡㅡ시라카미(白紙) 예능 사무소라고 해!"





     그렇게, 보물을 소개하는 듯한 환한 미소로.





















    ――/――







     ――흔들리는 연기.

     ――붉어진 얼굴.

     ――가지런한 샌들.

     ――마시지 않은 술.

     ――공원에서 무릎을 꿇고서 우는 아버지.





    "아"





     작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흘러나온다. 이불에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아직 한밤중일까. 어머니는 출근하러 나갔다. 아버지가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어머니는 "학교에 연락해 놓았어."라고만 말했다.

     어떤 방법으로 연락을 했는지는 흥미 없다. 아니, 그것도 정확하지 않다. 지금 나는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모른다. 어머니는 어떨까. 아버지와 작별을 고한 뒤, 어머니는 바로 일하러 나갔다. 작은 화장대 앞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분을 두드리는 모습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으며, 가끔씩 손이 멈춰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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