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로이, 이쪽을......."
가까이 다가가서야 알았다.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 ......? 왜 ......?
"아니, ...... 마리안느구나, 라고 생각해서 ......"
이 녀석, 이제 와서 뭘 수줍어하는 거야?
"...... 다행이야, 너와 오랜만에 만나서..."
"하아, 그런가요."
"그래서 안심이 되었는데, 그 ...... 역시 너, 예쁘구나 싶어서......"
"..................ッス"
이쪽까지 부끄러워져서, 나도 모르게 야구부의 후배가 되어 버렸다.
뭐야 우리쪽 남자들은.
"그, 그걸 말하는 걸 보면 로이는 정말 로이네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조금 목소리를 높여본다.
"...... 무슨 소리인데?"
"일단 마리아로서의 기억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냉담한 반응이었던 느낌이네요."
이것은 단순한 사실.
다른 사람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을 보이는 와중에, 로이만은 꽤 빠르게 다른 사람으로서 대했던 느낌이다.
"단순히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만 ...... 그때의 너는 자신을 마리안느 피스라운드가 아니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으로 대할 뿐이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헐~
"그럼 다른 아이가 던진 키스로 죽었던 거네요"
"............"
주변의 온도가 한꺼번에 내려갔다.
아니, 내가 물리적으로 낮췄다. 기량 폼으로 주위의 온도 에너지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잘 됐네요 마리아한테 키스를 받을 수 있어서."
"아, 아니, 달라 ...... 그건 말이지......"
"꽤나 행복한 표정으로 죽어가고 계셨던 걸 보면 ......키스를 날린 마리아가 얼마나 귀여웠을까요?"
이 녀석은 한눈을 팔면 바로 나 이외의 나(??)한테 헤벌쭉 해댄다. 네가 진정으로 그래야 할 사람은 유이 양이라고, 멍청아.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으로 나에게 헤벌레 하는 것은 좋지만, 이래갖고 유이 양을 정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너무 불안하다.
"저기, 잠깐 둘 다 내려와 줄래?"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아니, 하지만 이건 넓은 의미의 질투가 아닐까 ......? 나는 사실상 바람을 피우지 않은 거고 ......"라고 중얼거리는 로이를 향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자, 린디가 나무더미를 기어오르며 다가왔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인데요."
"뭔데."
"이 남자가 마리아에게 헤벌레 한 것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려고요."
린디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가셔."
"여자가 여자와의 대화 중에 해서는 안 되는 말 1순위잖아요!!"
"그런 것보다 내 말 좀 들어줄래?"
"물 흐르듯이 2위까지 말해버렸잖아요 ......!?"
단 두 마디로 내게서 대화의 권리를 빼앗은 린디는, 성당 중앙을 가리켰다.
"결판을 내고 싶으니까 지켜봐 달래."
죽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는 말의 아종?
◇
반쯤 파괴된 성당의 예배용 공간에는, 이번 소동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기사도 료 일당도 얼굴을 맞대고 '그래서 결국 다음 교황은 누구야 이거?' 라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원래는 '야마토'의 각성자가 교황의 조건이 되지만, 정작 중요한 각성자인 유이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차기 교황은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자신이 성녀라면서 모두에게 축복을 뿌리고 나면 끝 아냐?"
"그래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이 양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거나...... 혹은 차차 결정하고 싶다는 뜻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