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2 화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림자와 환상의 은세계
    2021년 01월 04일 20시 41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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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89/

     

     

     

     

     "마력은 많이 흘려보내도 괜찮은 걸까?"

     

     "밀어보내는 것 뿐이면 위험하지만, 저와 아가씨 사이를 순환하기 때문에 큰 부하는 걸리지 않아요. 다만, 아가씨는 처음으로 마력을 순환시키게 되니 약간 피로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두 사람은 서로의 양손을 대었고, 루시아나는 들은 대로 눈을 감았다.

     

     "눈, 감지 않으면 안돼?"

     

     "되도록 오감... 특히 정보량이 많은 시각은 닫는 편이 마력을 감지하기 쉬워져요. 자, 아가씨. 조금씩 천천히 마력을 순환시킵니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마력에 정신을 집중해주세요."

     

     "응......"

     

     멜로디는 마력을 루시아나에게 주입하였다. 옆에서 보면 아무 변화도 없지만, 지금 루시아나의 체내에 미약한 은의 마력이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가씨, 뭔가 느껴지나요?"

     

     "......아니, 아무것도."

     

     "알겠어요. 조금 더, 마력을 늘려볼게요."

     

     멜로디는 마력을 더욱 주입하였다. 하지만.....

     

     "아가씨, 어떤가요? 뭔가 변화는 있나요?"

     

     ".......전혀."

     

     눈을 감으면서, 루시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무래도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예정보다도 더욱 많은 마력을 순환시켜도 그녀는 마력을 눈치채지 못했다.

     

     '.......여기서부터는 나 역시 집중해야겠네.'

     

     멜로디도 눈동자를 감고, 다시 순환하는 마력의 양을 늘려갔다. 이미 마법사 10명으로는 수습하지 못할 정도의 마력이 두 사람 사이를 순환하고 있다. 하지만......

     

     "아가씨, 어떤가요?"

     

     "아니."

     

     "아가씨, 어떤가요?"

     

     "전혀."

     

     "아가씨....."

     

     "글쎄."

     

     루시아나가 부정의 말을 입에 담을 때마다, 멜로디의 마력이 증대되어 간다. 제한 없는 마력의 용량이 할 수 있는 최대치에 다가가자, 슬슬 눈에 보이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방 안에 빛나는 은의 마력이 샘솟는다. 하지만, 예방책으로 커텐을 제대로 막아 놓은 덕분에 주변에 빛이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고,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ㅡㅡ.

     

     

     

     

     왕도에 존재하는 어느 슬럼의 그늘에서,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부룩하게 자른 보라색 머리카락과, 얼룩 투성이인 거적떼기를 입은 모습은 그야말로 부랑아 같았다.

     

     

     아무리 봐도 18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자그마한 남자의 이름은 뷰크킷셀.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제 4 공략대상자. 마왕이 봉인된 검에 조종되어 봄의 무도회를 습격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 마왕도 검이 파괴되어서 뷰크의 곁을 떠났고, 멜로디가 무의식적으로 정화하였다. 그래서, 지금의 그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을.....터인데.

     

     뷰크는 파괴된 마왕의 검을 오른손에 쥐면서 어떤 방향ㅡㅡ왕립학교를 향하여, 그 혼탁한 회색 눈동자를 향했다.

     

     "......은의, 마력. ....성녀의, 마력."

     

     뷰크는 더욱 강하게 검을 쥐며 떨리는 듯 한 목소리를 토해낸다. 그 음색에는 원망의 색이 담겨져 있었고, 그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것처럼 검신에서 어두운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성녀....용서 못 해......용서 못 해.....은의 성녀를, '마왕' 은....용서 못 해......"

     

     뷰크는 다시금 슬럼가의 그림자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시 돌아와서 루시아나의 침실. 전혀 자신의 마력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루시아나는 초조해 하였다.

     

     '이제 멜로디가 말을 건 것은 몇 번째일까.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난 역시 마법의 재능이 없는 거구나, 하고 내심 낙담하는 중에 문득 깨달았다.

     

     멜로디의 부름이, 멈췄다. 혹시 마력을 순환시키는 걸 그만뒀나 생각하여, 루시아나는 살짝 눈을 떴다. 그리고, 당분간 아연실색하고 만다.

     

     "........어? 뭐, 뭐야 이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전부 은세계. 눈이 아니다. 은색으로 빛나는 하늘. 그리고 지평선의 저편까지 펼쳐진 백은의 꽃밭. 눈의 결정처럼 불가사의한 꽃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저기, 내 침실은? 여기야 여기.....글치만, 조금 전까지 멜로디와......꺄악"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루시아나의 금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낀다. 지면에 피어있던 은꽃들도 일제히 흔들리고, 일부 꽃잎이 민들레처럼 공중에 떠올랐다.

     

     눈의 결정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아닌, 지상에서 하늘로 돌아가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광경을 목격한 루시아나는 잠시 매료되고 만다.

     

     바람이 그쳐서 떠올랐던 꽃도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루시아나는 아직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러자, 하늘 윗쪽에서 작은 은색의 빛이 빛났다.

     

     

     "저건....."

     

     그것은 조금 전 하늘로 올라간 은색 눈의 결정같은 꽃. 하나씩 훌훌 지상으로 내려오는 모양이다. 천천히, 천천히 루시아나 쪽으로 내려온다.

     

     루시아나는 자연스레 양손을 들어서 그 꽃을 받아내었다.

     

     "........예뻐."

     

     그 꽃은, 희미한 은색의 빛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따스한 마음이 된다. 마치, 어떤 슬픔도 고통도 씻겨져 내려갈 것 같은, 청아한 빛이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의 빛을.....상냥함을, 나는......알고ㅡㅡ'

     

     

     

     

     

     

     "아가씨!"

     

     루시아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앞에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멜로디의 모습이 있다. 여긴 학생기숙사의 루시아나의 침실이다.

     

     "어라? 난........"

     

     '원래의 방으로 돌아왔네? 조금 전까지 난.....난.....어라? 계속 침실에 있었지?'

     

     "괜찮은가요? 의식은 확실하게 있나요?"

     

     "아, 응, 괜찮아.....나, 어떻게 된 걸까."

     

     멜로디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일단 휴식하자고 생각해서 마력순환을 그만뒀는데, 아가씨께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었어요. 몇 번이나 흔들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기억나지 않나요?"

     

     루시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마력을 좀 너무 흘린 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몸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나요?"

     

     "그래, 괜찮아. 딱히 아픈 부분은 없어."

     

     멜로디 다시 한번, 안심한 것처럼 크게 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너무 나간 건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이제 욕조에 들어간 후 쉬세요."

     

     멜로디는 그렇게 말하고 루시아나의 침실을 나갔다. 침대에 걸터앉아서 당분간 멍하게 있는 루시아나. 몸을 움직인 것도 아닌에 이상하게도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 욕조에 들어갈 테니까 액세서리는 벗어둬야지."

     

     루시아나는 항상 몸에 걸고 있는 펜던트ㅡㅡ멜로디에게서 선물받은 반지에 쇠사슬로 연결한 것ㅡㅡ을 목에서 벗겨서 침대 옆 나무상자에 놓아두고는 "어라?" 하며 뭔가를 눈치챈다.

     

     "이 반지의 돌에 이런 액센트가 들어 있었나?"

     

     반지에 끼워진 남색 돌의 중심에, 정말 자그마한 은색 결정이 들어 있었다. 마치 야경에 떠오른 하나의 별처럼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은색의 빛. 그렇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없었다면 어떻게 들어갔다는 말인가. 루시아나는 약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깊게 생각치 않기로 했다.

     

     '그리고 왠지, 이 빛을 보고 있으면.......'

     

     ㅡㅡ따스한 기분이 든다.

     루시아나는 반지를 들여다보며 자연스레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아가씨, 목욕 준비가 되었어요."

     

     "고마워, 지금 갈게."

     

     루시아나는 펜던트를 놓아두고, 욕조로 향했다.

     

     

     

     그 다음날, 다시 한번 멜로디가 루시아나에게 마력을 흘려보았는데, 놀랄 정도로 간단히 자신의 자그마한 마력을 눈치챌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직 마법을 쓸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커다란 첫 걸음이었다. 루시아나는 크게 기뻐하였고, 훈련을 제대로 이끈 멜로디도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사람은 기쁜 마음을 품은 채 주말을 맞이하여, 가족이 기다리는 저택으로 귀가에 올랐다.

     

     

     

     

     

     

     ......설마 주목의 신입 메이드가 입을 떠억 벌리며 맞이하게 될 줄은 전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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