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의 비밀을 공유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말에, 렉트는 조금은 기쁘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렉트에게 설명이 끝나자 [벤베누-티포-타]가 열렸다. 렉트의 말과 마차를 돌보기 위해 류크를 일단 남겨두고, 루시아나를 내세운 일행은 왕도의 저택 현관으로 들어섰다. 현관은 아무도 없었지만, 곧 세레나가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다녀왔어, 세레나."
"언니도 어서 오세요."
"다녀왔어, 세레나. 나으리 부부께 귀국을 알려줘. 그리고 손님으로 렉티아스 플로드 기사작님이 오셨으니 그쪽도 부탁해."
"알겠습니다, 언니. 어서 오세요, 플로드 기사작님. 저는 루틀버그 백작가의 메이드로 일하고 있는. 세레나라고 합니다."
우아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네는 세레나. 반명 렉트는 그녀를 응시한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세레 ...... 나?"
"ㅡㅡ? 네, 세레나라고 합니다만...... 무슨 일이신가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레나의 모습에, 렉트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서로 바빠서 자기소개를 할 겨를도 없었네요. 그녀는 내가 만든 마법의 인형 메이드 세레나예요."
참고로, 그때란 류크를 급성장시켜서 알몸이 되고 말았을 때의 일이다. 류크는 자신의 아름다운 나체를 소녀들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마법의, 인형 메이 ...... 드 ......"
"뭐, 그런 설명을 들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마법의 인형 메이드라는 말은 정말 파워풀하니까요."
당황한 듯한 렉트의 모습에 루시아나와 마이카는 납득한다. 하지만 렉트가 당황한 이유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 세레나 ...... 백작 각하의 세레나 님의 초상화 그대로인데)
레긴버스 백작 클라우드의 밀명을 받고서 찾던 여인, 세레나. 즉, 멜로디의 어머니인데, 렉트는 그 자료로서 백작으로부터 10대 시절의 세레나의 초상화를 잠시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메이드 세레나는 바로 그 초상화의 세레나를 빼닮은 것이다.
(그때는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져서 그녀의 얼굴을 잘 보지 못했지만 ...... 백작 각하께서 보시면 상당히 당황하시지 않을까 ).
그리고 렉트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아아, 그게 아냐. 어쩌면 각하께서 이미 그녀를 보셨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갑자기 나에게 세실리아 양을 무도회에 초대하라는 말씀을 ...... 세레나 님이 보고 싶어서)
봄의 무도회에서 세실리아를 보고 다소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은 있었지만,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하던 레긴버스 백작이 불과 며칠 전 갑자기 세실리아를 무도회에 데려오라는 등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린 것은, 당시 세레나의 모습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루틀버그 가문과 레긴버스 가문도 가문의 격으로는 같은 백작 가문. 저택의 위치도 완전 떨어진 것은 아니다. 세레나가 레긴버스 백작의 마차와 마주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루틀버그 가에 문의한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클라우드는 분명 셀레나를 언뜻 보고도 놓쳐버렸을 것이다. 그것은 세레나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인한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타인의 허상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클라우드의 연애 심리가 크게 자극을 받은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 흔적을 느낀 세실리아를 다시 무도회에 부르도록 명령한 것이 아닐까.
(이것은 ...... 또다시 각하께 보고할 수 없는 비밀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지만, 세레나는 어디까지나 멜로디가 만들어낸 마법의 인형 메이드일 뿐, 세레나 자신이 아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말이다.
게다가 멜로디가 자신의 마법을 비밀로 하고 있다면, 세레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아아, 나는 어떻게 해야......)
또다시 생겨난 새로운 갈등에 시달리는 렉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