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로는 실수하지 말아 주세요, 렉트 씨."
"그래! 명심하마."
렉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멜로디의 시선이 슈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슈 씨. 저는 슈 씨에게 말을 걸지 않았는데요, 일을 빼먹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니, 아니야, 멜로디! 난 제대로 휴버트 님과 라이언 씨에게 허락을 받고 여기 온 거라고!"
"그래요?"
"응. 왜냐면, 춤 연습이잖아? 그럼 춤을 출 수 있는 남자가 많을수록 좋지 않겠어?"
슈는 자세를 바로잡고 부드러운 몸짓으로 춤 자세를 취했다.
"슈 씨, 춤을 추실 수 있나요? 그러고 보니, 친가를 나와 이곳으로 왔다고 했는데 혹시 귀족 출신인가요?"
"에이 설마! 나는 (황족이지) 귀족은 아니라고!"
슈는 웃으며 멜로디의 말을 부정했다.
"어쨌든 무도회에 참가하는 건 루시아나 양과 멜로디 양 둘이잖아? 그렇다면 숙맥 기사님 말고도 춤출 수 있는 남자가 한 명 더 있는 게 좋지 않겠어?"
"...... 누가 쑥맥 기사냐?"
슈는 렉트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기사님을 말하는 검다."
"반박할 수 없는 정론이네."
"크윽."
"저기, 무슨 말씀들 하시는 거죠?"
""아무것도 아니야.""
빙그레 웃는 루시아나와 슈의 뒤에서, 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렉트. 멜로디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결국 멜로디는 슈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 조보다 세 조가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춤추는 분위기를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렇다면 문제는 ......"
"뭔가 문제라도 있어?"
조금 고민하는 멜로디에게 루시아나가 물었다.
"아니요, 모두가 춤을 추면 손뼉을 누가 쳐야 할까 싶어서요."
"확실히, 리듬을 모르면 저 춤 못 춰요."
마이카는 멜로디에게, 류크는 슈에게 가볍게 스텝을 알려주었지만, 갑자기 '그럼 시작'이라는 말에 따라 춤을 추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멜로디가 마법으로 음악을 연주하거나 리듬을 울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마법을 자제하기로 한 지금은 그 방법을 쓸 수 없다.
"그럼 내가 손뼉을 쳐주마."
고민하는 멜로디들 앞에 휴버트가 나타났다.
"어머, 숙부님? 집무는 괜찮고?"
"그래, 오늘 분량은 거의 끝났기 때문에 조금 일찍 나왔다.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말이지."
슈가 댄스 연습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멤버들을 생각하자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였다고 한다. 일부러 그걸 위해 퇴근을 앞당겨서 온 것 같다.
"세상에. 괜찮으세요, 휴버트 님?"
"그래, 물론이지, 멜로디. 루시아나를 위한 댄스 연습이니까. 조금은 나도 돕게 해 줬으면 해."
"고마워, 숙부님!"
"하하하. 그리고 나도 일단 춤은 출 수 있으니까. 다 같이 돌아가면서 춤을 추면 지루하지 않게 연습할 수 있지 않을까?"
"숙부님, 춤을 추실 수 있어?"
"나도 학창 시절, 왕도에 있을 때는 무도회에 참석했었거든. 한동안 춤을 추지 않았기 때문에 감을 좀 되찾아야 하겠지만, 문제없어. 어때, 멜로디."
"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휴버트 님."
멜로디는 기쁜 듯이 활짝 웃었다.
머엉.
"이, 일단, 우선은 플로드 님과 루시아나, 나와 멜로디가 춤을 추자. 슈는 손뼉을 쳐주고."
"그건 안 됨다, 휴버트 님! 퍼스트 댄스를 가로채다니 너무함다!"
"......숙부님, 설마 멜로디랑 춤을 추고 싶어서 도와주겠다고 말한 건 아니지? 혹시 슈의 참가를 허락한 것도 손뼉을 치는 인원수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거나?"
어느새 휴버트의 뒤에 자리 잡은 루시아나는, 그의 어깨에 손가락이 파고들 정도로 힘을 주어 잡았다.
"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루시아나, 그건 쓸데없는 직감이라고 하는 거야. 숙녀로서 좀 그렇다고 생각해."
"그럼 멜로디의 상대는 제가 해도 되겠네요?"
"그건 본말전도임다, 아가씨! 아가씨의 상대는 숙맥 기사님, 멜로디의 상대는 제가 할 검다. 그리고 휴버트 님은 손뼉만! 이것이 가장 좋은 배치임다!
"저기, 내가 멜로디의 파트너인데 ......"
"""쑥맥 주제에 건방져."""
"어이! 이상하다고 너희들!"
"잠, 잠깐~! 왜 갑자기 싸우는 거예요, 여러분!?"
시끄러운 현관홀. 싸우는 세 사람과, 그것을 말리려 하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는 멜로디. 마이카와 류크는 스탭을 확인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류크도 저기에 섞여 들어가면 어때?"
"...... 아니, 됐다. 나는 마이카와 춤을 출 테니."
류크의 표정이 '저런 것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마이카는 알고 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럽잖아'라며, 살짝 얼굴을 붉히고 스텝 연습에 열중했다.
이후 다시 분노의 모습으로 나타난 라이언이 일갈할 때까지, 현관홀의 광란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