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화 현관홀의 광소곡(카프리치오)(1)
    2023년 08월 12일 23시 00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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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디가 렉트의 파트너로서 여름 무도회에 참가하기로 결정된 지 얼마 후, 그들은 다시 현관홀에 모였다.



    "그래서, 무도회 준비라고 들었지만,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거야, 멜로디?"



    "물론 춤 연습이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루시아나에게, 멜로디는 두 손을 번쩍 들며 활짝 웃었다.



    "봄 무도회 이후로 최근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으니, 오늘부터 바로 복습을 해야겠다 싶어서요."



    "메이드의 일은 안 해도 돼?"



     루시아나의 질문에 멜로디는 눈썹을 찡그렸다. 마치 목숨을 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듯한 표정이었다.



    "...... 네. 솔직히 많이 고민했지만, 아가씨께서 여름 무도회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것도 메이드의 임무. 남은 기간 동안 무도회 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어차피 3일만 지나면 멜로디 일행은 이 저택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집사 라이언과 메이드장 루리아는 백작령의 하인들만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바꾸기로 했다.



    "저기요~ 멜로디 선배! 저희는 왜 불렀어요?"



     현관 홀에는 멜로디와 루시아나와 렉트, 마이카와 류크, 그리고 슈까지 여섯 명이 모여 있었다. 대표로서 마이카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가볍게 스텝을 가르쳐 줄 테니, 너희들도 함께 춤을 췄으면 좋겠어. 여러 조가 함께 춤을 추면 분위기가 더 좋아지지 않겠니?"



    "네? 저도 춤을 춰요? ...... 키가 될까요?"



     주위를 둘러보니 키가 180cm가 넘는 사람들뿐이다.

     마이카와는 40cm정도 키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댄스 페어의 키 차이는 10센티미터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하지만, 춤을 즐기기만 한다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안심하렴."



     걱정하는 마이카에게, 멜로디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멜로디 말대로야, 마이카. 키 차이 따위를 신경 쓰면 키가 작고 귀여운 여자애들과 춤을 출 수 없는걸. 신경 쓰지 말고 다 같이 즐기자!"



     슈는 본인 스스로도 멋진 미소를 지으며 마이카를 격려했다.......



    "음, 슈 씨는 왜 여기 있는 거죠? 저, 슈 씨한테는 말을 걸지 않았는데요."



     슈는 루틀버그 백작령에서 일하는 현지 하인이라서 이번 춤 연습에 부르지 않았는데, 어느새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 자리에 서 있었다.



    "섭섭한 말 하지 말라고, 멜로디! 나와 너의 사이잖아!"



    "넌 그냥 하인이잖아!"



     루시아나는 순식간에 부채를 꺼내어 종이부채로 변형시키고는 슈에게ㅡㅡ



     ㅡㅡ스윽!



    "뭐라고!?"



     슈는 혼신의 힘을 다한 풀스윙을 멋지게 피했다.



    "후후후, 아가씨. 언제까지나 내가 얌전하게 당할 거라고 생각하진 마십쇼!"



    "그만둬."



    "으엌!"



    "잘했어, 류크!"



     루시아나의 종이부채를 피하며 만화처럼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슈의 후두부에, 류크의 손날이 작렬했다.



    "아픔다, 류크!"



    "진지하게 해라. 멜로디가 곤란해하잖아."



    "아, 멜로디! 미안, 루시아나 아가씨가 소란을 피워버려서."



    "네? 아, 네."



    "잠깐! 내 탓으로 돌리지 말아 줄래! 멜로디, 나쁜 것은 슈고 나는 그를 교정해 주려고 한 것뿐이니깐."



    "아가씨, 방금 '조교'라고 말하셨슴까!? 미소녀에게 조교 당하는 나 ...... 꿀꺽."



    "변태가 있어! 잠깐 거기 있는 숙맥 기사! 이 고얀 놈을 혼내줘!"



    "어? 내가?"



    "이런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자밖에 모르는 위험한 남자를 혼내주지 않고 무슨 기사야!? 멜로디에게 해를 입히기 전에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지 않고 뭐 해!"



    "......"



    "잠깐!? 숙맥 기사 씨! 말없이 검에 손을 대려고 하지 말아 줄래요!?"



    "그만 좀 하세요~!"



     시끄러웠던 사람들이, 멜로디의 분노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정말! 춤 연습을 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루시아나와 렉트, 슈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아가씨, 슈 씨의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모르는구나?"



    "아가씨?"



    "으, 죄송합니다."



    "...... 잘 모르겠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하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가씨를 보면 정말 슬퍼져요"



    "아앗, 미, 미안해, 멜로디!"



     루시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멜로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행동으로 멜로디를 슬프게 한 것이다.



    "정말 미안해. 하리센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기분 좋아서 요즘 좀 고삐가 풀렸던 것 같아. 앞으로는 조심할게."



    "이해해 주셨다면 다행이에요. 그리고 플로드 기사작님, 저택 안에서 함부로 칼을 뽑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미, 미안하다. ...... 가능하면 말투를 돌려줬으면 한다만."



    "그런. 플로드 님께 실례가 되어서는 안 돼요. 부디 용서해 주세요."



     멜로디는 빙그레 웃었다. 웃고 있지만 전혀 웃는 것 같지 않은 이 신기한 모습.



    "정말 미안하다, 멜로디.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말았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한다. 그러니, 그, 평소의 말투를 ......."



     씁쓸한 표정으로 점점 작아지는 렉트의 목소리에, 멜로디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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