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화 갑작스런 방문자(1)
    2023년 08월 12일 20시 34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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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5일 자정. 테오라스 왕국의 왕도 파르테시아에 인접한 세계 최대의 마경의 땅 '바나르간드 대삼림'에 한 소녀가 서 있다. 물론 멜로디다.

     그녀가 직접 개척해놓은 숲 속, 하늘에서 은은한 달빛이 내리쬐고 있다.



    "메이드 마법 오의 [은청결계]"



     한참을 명상한 후 마법을 외친 멜로디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 역시 안 되네."



     메이드 마법 오의 [은청결계]. 어제,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의 늑대 괴물(?) 과의 전투에서 멜로디가 새롭게 습득한 마법.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본래의 은발과 푸른빛의 눈동자를 되찾으며, 백은을 기조로 한 메이드복으로 변신해 검은 마력을 세상에 '환원'시킬 수 있는 신비한 마법이지만 .......



    (아니, 그게 어디가 메이드의 오의야?)



     그런 의문이 멜로디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왠지 심야의 하이텐션으로 쓴 최고의 걸작 시를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보고서 얼굴을 붉히는 기분이다. 물론 멜로디는 시를 지어본 적이 없지만.

     그래서 '은청결계'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멜로디는 모두가 잠든 심야에 전이 마법 [오븐쿠에포-타]를 타고 바나르간드 대삼림으로 향했다.



    "왜 못 쓰는 거람?"



     그때는 어떻게 마법을 발동시켰던 걸까 ......?



    "그러고 보니 그때는 하얀 구슬을 가지고 있었어."



     루틀버그 백작령의 밭을 더럽히고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던 검은 마력의 결정체. 원래는 검은 구슬이었지만, 늑대의 포효에 쓰러졌다가 깨어났을 때 검은 구슬은 하얀 구슬로 변해 있었다.

     꿈의 세계에서 '돌아가고 싶다'고 울부짖었던 검은 강아지. 마지막에 하얀빛이 되어 멜로디의 배웅을 받으며 하늘로 '돌아간' 그가 바로 그 하얀 구슬이라는 것을, 멜로디는 이상하게도 이해하였다.



     [은청결계]를 발동할 때, 그 손에 쥐고 있던 하얀 구슬에서 실 같은 빛이 흘러나와 마법의 발동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법을 발동한 후, 손에 쥐고 있던 하얀 구슬은 사라져 버렸다.



     (분명 소원대로 '돌아가' 버린 거야...... 본체는 마이카의 [마법사의 알]에게 맛있게 먹혀 버린 것 같지만. 어라, 정말 괜찮은 걸까?)



     이 또한 수수께끼다. 설마 알이 부화하기 전에 입(?) 을 열고서 '돌아가기' 직전의 늑대를 통째로 흡수해 버릴 줄이야. 확실히 그 늑대는 괴물이라기보다는 의지를 가진 마력의 덩어리 같은 것이니, 외부에서 마력을 보충하는 '마법사의 알'의 구조상으로 보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적어도 나는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지만 ......)



     소유자인 미카는 말할 것도 없고, 제작자인 멜로디조차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고 하니, 애초에 그 검은 마력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늑대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결국 늑대가 마이카의 알에 흡수되는 의미 불명의 결말이 되면서 일단 위기는 벗어났지만 ...... '그 검은 늑대는 저거 하나로 끝일까?' 라는 경종이 멜로디의 머릿속에서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늑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 존재가 하나인지 여럿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은청결계]를 잘 쓰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재현할 수 없을 것 같아. ...... 혹시 그 하얀 구슬의 보조가 없으면 발동할 수 없는 걸까?)



     멜로디의 뇌리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마력의 기운은 느껴져요. 하지만 마법을 발동시키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아요]





     다섯 살 때, 마을의 교회에서 마법의 재능 유무를 확인받았을 때 멜로디가 들었던 말이다. 지금은 엄청난 마법의 힘을 가진 메이드가 된 멜로디지만, 그녀가 마법의 재능을 깨우친 것은 불과 몇 달 전이다. 어머니를 잃고 열다섯 살 성인이 될 무렵, '무언가'가 채워진 것으로 마침내 마법의 힘을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멜로디는 잘 모르지만 .......



    "...... '은청결계'를 발동시키는 '무언가'가 지금의 나에겐 부족하다는 뜻?"



     분명 그럴 것이다. 긴장이 가라앉은 지금은 조금 의문이 들지만, 그때는 분명 자신의 최종오의라고 확신했을 정도의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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