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으로 미쳐가고 있는 슈레딘은 과거의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고민에 빠져 실내를 돌아다니던 그는, 결론이 났는지 발걸음을 멈췄다.
"...... 더 이상은 안 돼. 왕국에 가면 죽음의 위험. 왕국에 가지 않더라도 지금 와서 계획을 철회한 나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될 거야 ...... 방해자는 제거하는 패턴으로 역시 죽을 위험이."
움츠러든 슈레딘은 "...... 끝났다."라고 중얼거렸다.
설령 왕도행이 어떻게든 취소된다 해도, 아군이어야 할 귀족들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받고, 심하면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황위 계승 경쟁이 시작된 지금, 그것은 비록 제2황자라 할지라도 죽음과 직결될 수 있는 실책임에 과언이 아닐 것이다.
쥬이치화한 슈레딘이어도 머릿속으로 그 정도는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정쟁에서 쓸모없어진 황태자는, 상황에 따라서 방해꾼일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이나 아군으로부터 암살자를 보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슈레딘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좋아, 제국을 떠나자."
ㅡㅡ도망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솔직히 황태자로서는 매우 무책임한 선택이지만, 이제 인격이 쥬이치화된 슈레딘의 감각은 서민의 감각에 가까웠고, 대국보다는 개인의 신변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어 있었다.
그 후의 그의 행동은 빨랐다.
인격이 쥬이치화되어도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빨리 몸가짐을 바로 한 그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발코니를 통해 자신의 방을 빠져나갔다.
참고로 커튼을 밧줄로 바꿔서 내려오는 등의 증거를 남길 수 있는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 이른바 파쿠르라고 불리는, 도구 없이 건물이나 벽을 뛰어넘는 기술을 이용해 높은 발코니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제성 내 병사들의 순찰 경로와 보초 배치도 모두 기억하고 있으며,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간간이 발생하는 작은 틈을 노려 손쉽게 제성 탈출에 성공했다.
황제를 상대로 왕국에 계략을 꾸미는 것을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는 인물임이 증명된 것이다.
슈레딘은 자신의 방에 '찾을 필요가 없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아침이 되어 시종이 이를 알아차리고 황제에게 급히 보고했지만, 그는 이미 제국을 탈출한 뒤였다.
황제도, 제1황자도, 물론 제2황자 파벌의 사람들도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다. 유학 계획이 통과되어 제2황자가 제위를 향해 한 발짝 더 앞서나간 바로 다음 날에 그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슈레딘의 의도를 읽지 못한 제성의 대응은 늦어졌다. 그 사이 슈레딘은 남쪽으로 내려가 테오라스 왕국으로 들어갔다. 그렇다고 국경의 다리를 건넌 것은 아니다.
제국과 왕국을 가르는 서쪽 산맥이 끊어지는 지점에는 숲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도 국경으로 여겨지는 큰 강이 흐르고 있는데, 일부만 흐름이 완만해져 소수만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슈레딘은 그곳을 통해 테오라스 왕국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곳은 공교롭게도, 네 번째 공략 대상자 뷰크 키셸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을의 숲으로 통하는 통로였다.
뷰크 일행을 습격한 제국군은 이 통로를 이용해 노예사냥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현재 제국에는 이 통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다.
당시 지휘관은 우연히 이 경로를 발견했지만, 자신의 이익과 보신을 위해 이 통로를 제국에 숨겨둔 것이다. 당시 부하들에게도 입을 다물게 했고, 현재 제국군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어떤 이는 임무 중 목숨을 잃었고, 어떤 이는 예의 지휘관과 함께 군대를 떠나 용병이 되었지만 역시 업무 중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그렇게 결국 지휘관을 포함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