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쥬이치는 이 백인 미남을 중심으로 한 게임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는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던 레이아였지만 좋아하는 게임에 관해서는 입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 것 같다.
쥬이치는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아의 설명을 들었다. 여자에 관심이 많은 주이치에게,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레이아의 순수함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설명이 끝나자 레이아는 깜짝 놀란 듯이 주이치에게 사과를 했다.
"아, 저기, 미안해요, 히로사키 씨"
"응? 왜?"
"저만 일방적으로 이야기해 버려서....... ......"
약간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는 레이아에게, 슈이치는 빙그레 웃어주었다.
"아하하, 귀여운 여자애랑 함께 수다를 떨 수 있어서 난 정말 즐거웠으니 전혀 문제없어."
거짓이 느껴지지 않는 쥬이치의 순수한 미소에, 레이아의 볼이 더욱 붉어진다.
"...... 저, 친구가 별로 없어서 ...... 게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요."
"그랬어?"
"...... 솔직히 갑자기 히로사키 씨에게 말을 걸었을 때는 깜짝 놀랐지만, 게임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 정말 기뻤어요."
수줍은 듯이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쥬이치는, 작은 소리지만 외치는 것처럼 말했다.
"레이아짱 ...... 나랑 사귀어 줘!"
"어! 저, 저기, 갑자기 말씀하셔도 곤란한데요 ......"
"아아, 역시 안 되나~"
"히로사키 씨는, 그, 여자친구 ...... 없으세요?"
"응. 어쩐지 매번 고백을 해도 거절당하는 거 있지. ...... 나, 뭐가 문제일까?"
"...... 타이밍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
레이아가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주이치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아, 저것 봐, 레이아짱."
"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아는 쥬이치의 시선 끝을 바라보았다. 마침 기내 화장실에서 좌석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 여성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여성은ㅡㅡ
"와, 저 사람 정말."
"정말 귀엽다."
쥬이치는 빙그레 웃으며, 찰랑거리는 흑발을 휘날리며 걸어가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스무 살 정도일까. 청초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그녀는 쥬이치 일행의 뒷자리에 앉은 것 같아서, 그는 웃는 얼굴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여자의 이름은 미즈나미 리츠코라고 하지만, 그것을 쥬이치도 레이아도 알 길이 없다.
"와, 아까 그 아이, 귀여웠어. 그런 여자애를 아내로 맞이하는 남자는 분명 행복한 사람일 거야."
빙긋이 웃는 쥬이치에게 레이아는 도끼눈을 보내고 있었다.
"...... 저, 히로사키 씨가 인기가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어? 뭐, 뭔데!?"
"그래놓고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면, 아마 고쳐지지 않을 테니 평생 인기가 없을 것 같아요."
"세상에! 가르쳐 줘, 레이아짱! 내 어디가 나쁜데, 어디를 고쳐야 인기가 많아지는 거야!?"
"몰라요!"
"레, 레이아짱~!"
이라는 대화가 작은 소리로 오가고 있었다.
◆◆◆
슈레딘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베란다에 누워 있었다.
다소 머리가 어지러웠만, 슈레딘은 천천히 일어나서 관자놀이를 눌러보았다.
"하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음......"
슈레딘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말투가 방금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음, 뭔가 머리가 좀 아픔다. 어딘가 부딪혔나. 음, 거울, 거울."
베란다에서 돌아온 슈레딘은, 테이블 위에 있던 촛대를 들고 거울 앞으로 향했다. 왜인지 아까부터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며 아프다.
거울 앞을 촛대 불빛으로 비추고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 슈레딘은........
"......어? 내 얼굴, 이렇게 생겼었나ㅡㅡ아얏!"
슈레딘은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그리고 뇌 속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 여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한 인물의 기이한 운명.
그렇다, 슈레딘은 자신의 전생, 히로사키 쥬이치였던 시절의 기억을ㅡㅡ
"아, 아파. 지금 것은 설마 ...... 나의, 미래 ......?"
ㅡㅡ떠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