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프롤로그 전편(2)
    2023년 08월 12일 00시 12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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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레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탁자 위에 놓인 촛대 하나에 불이 켜져 있을 뿐인 어두운 방 안에서, 그는 소파에 깊숙이 앉았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예정대로 내 제안이 통과되었구나. 정말이지, 뭐가 '우리나라의 믿음직한 군대로 정정당당하게'냐. 지난번의 반성이 전혀 담겨있지 않잖아."



     슈레딘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냥 테오라스 왕국을 손에 넣는 것만으로는 안 돼. 군사력으로 쳐들어가서 모처럼의 땅을 망가뜨리면 아무 소용이 없지. 우리는 그 비옥한 땅을 원하는 거니까."



     북방의 설국 로드피아 제국은 테오라스 왕국의 3배가 넘는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인구는 왕국의 두 배에 미치지 못한다. 추운 계절이 길어 국민을 먹여 살릴 만큼의 수확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국은 항상 테오라스 왕국의 풍요로운 땅을 원했다. 이는 현 황제 역시 마찬가지였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하던 중 차기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두 사람이 서로 테오라스 왕국을 차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서쪽에 우뚝 솟은 거대한 험준한 산맥과 거기서 흘러내리는 큰 강으로 두 나라가 갈라져 있는데, 북쪽의 제국과 남쪽의 왕국 사이에 생긴 땅의 격차는 너무도 분명했다.

     이 때문에 백여 년 전 전쟁이 일어났지만, 산맥과 큰 강이라는 자연적 장애물이 가로막아 침공은 상상 이상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는 왕국도 마찬가지였고, 서로 결정적인 수가 없어 일단 휴전 조약을 맺을 수 있었지만, 이득이 없는 전쟁이었다는 평가에 이르게 된다.



     현재 두 나라의 국경은 큰 강을 가로지르는 큰 다리를 통해서만 연결돼 있다. 제1왕자 샤르마인은 그 다리를 점거하고 그곳을 거점으로 왕국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에 제2왕자 슈레딘이 제동을 건다.



    "그 계획은 너무 국내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제 제안을 한번 들어보세요."



     그가 제안한 것은 제국과 왕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슈레딘을 왕국에 유학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른바 모략이라 불리는 것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친선을 위장하면서 정보 수집을 하고서, 왕국 내에 아군을 만들고 불화를 불러일으켜 왕국의 국력을 깎아내려서 전쟁을 하더라도 제국 측의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였다. 왕국 측에 전쟁을 할 여유를 없애면 결과적으로 전쟁으로 인해 땅이 망가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쟁을 한다면 모략도 당연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작전이지만, 이를 왕국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백 년 전의 전쟁 이후 미묘해진 관계 때문에 쉽게 인원을 파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슈레딘의 유학은 매우 편리한 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슈레딘 혼자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의 수행원 안에 그런 뒷공작에 능한 사람을 끼워 넣고, 슈레딘 자신은 그야말로 수상한 미끼로서 왕국 내에서 돋보이게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회의는 격렬해졌다. 모략은 비겁자가 사용하는 비열하고 비열한 수단이라고 단호하게 부정하는 제1왕자 세력과, 전면전으로 인한 이익과 비용의 문제를 제시하는 제2왕자 세력.

     애당초 슈레딘의 입장에서는 왕립학교 입학식에 맞춰서 입학하고 싶었으나, 목소리를 높이는 제1황자와 결론을 고민하는 황제를 기다린 결과, 왕립학교 입학식 날인 4월 1일이 되어서야 슈레딘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그가 왕립학교에 유학하는 것은 여름방학이 끝나는 9월 1일부터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왕국에 타진해야 했고, 그 자신도 유학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뭐, 좋아. 미끼라는 의미에서는 9월부터의 유학이 더 임팩트가 있겠지. 왜 지금 이 시기에?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어서 나를 의심하는 사이에 뒤에서 손을 쓰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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