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프롤로그 전편(3)
    2023년 08월 12일 00시 15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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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방 안에서 황제를 향한 길을 착실하게 걷고 있다는 확신이 들자, 슈레딘은 입꼬리를 올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걸어 나간다.

     4월인데도 불구하고 쌀쌀하였고, 성 아래로 눈을 돌리자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 손으로 테오라스 왕국을 반드시 무너뜨려주마. 그리고 ...... 응?"



     슈레딘은 결심과 함께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캄캄한 밤하늘에 한 점의 하얀빛의 알갱이 같은 것이 떠다니고 있다. 슈레딘은 무심코 인상을 찌푸렸다.



    "...... 또 눈이 내리는가?"



     눈의 나라 로드피아 제국의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알갱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슈레딘은 그것을 눈이라고 판단했다. 제국에서는 4월에도 눈이 내리는 것은 흔한 일이니 그렇게 생각해도 당연했다.



     하얀 알갱이들은 흔들거리며 천천히 슈레딘이 서 있는 발코니로 내려왔다.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자연스럽게 손을 뻗은 슈레딘은 그것을 손바닥에 올려놓은ㅡㅡ그 순간이었다.





     ㅡㅡ[파인벨소-고]





    "ㅡㅡ!?"



     슈레딘은 의식을 잃고 꿈의 세계로 초대되었다.







    ◆◆◆







     히로사키 쥬이치. 23세. 그는 영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조경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영국의 정원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흙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에는 원예부 활동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정원사가 될까 고민하던 그는, 해외의 정돈된 정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조경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어떻게 하면 조경가가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라는 정신으로 갑작스럽게 영국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그런 그는, 현재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 여성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시라세 레이아. 스무 살. 대학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비디오게임의 경품 기획으로 영국 명소를 돌아보는 투어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뭐야, 그거. 그걸로 열 명이나 참가해? 그 게임 회사 엄청 퍼주잖아."



    "맞아요. 페어 티켓이라서 최대 20명이지만, 저는 혼자라서 실제로 몇 명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하지만 레이아짱이 혼자라서 다행이야. 둘이서 왔으면 분명 이렇게 수다를 떨 수 없었잖아."



    "그, 그래요?"



     기쁜 듯이 웃는 쥬이치의 모습에, 레이애는 살짝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두 사람. 먼저 말을 건넨 것은 물론 쥬이치였다. 그는 어쨌든 여자를 좋아했다. 깊은 관계를 맺는 것도, 잠깐 말을 주고받는 것도, 하루만 가벼운 데이트를 하는 것도, 그는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날라리. 좋게 말하면 페미니스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쥬이치는 이번 비행 중 레이아와 즐겁게 수다를 떨고 싶어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대답은 당연히 현재 참가하고 있는 여행을 기획한 회사의 게임이었다.



     그리고 팍팍 나오는 게임 지식.......

     레이애는 게임 패키지를 꺼내더니, 한 캐릭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이 캐릭터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오, 피부가 하얗고 똑똑한 미남이잖아. 햇빛에 그을려서 까무잡잡한 나랑은 정말 다르네."



    "후후후, 그렇죠. 하지만 히로사키 씨는 태닝한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헤헤, 칭찬받았다. 그래서, 그 캐릭터는 어떤 사람인데?"



    "밝고 유쾌한 히로사키 씨와는 정반대로, 겉모습처럼 차갑고 으스대며 음험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 레이아짱. 괜찮아? 폭력배를 사귀지 않도록 조심해. 이 미남은 얼굴 외에 좋은 면이 없잖아."

     

     

     

    "게임이니까 괜찮아요"



    "하아, 역시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



     쥬이치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레이아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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