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막간 레긴버스 백작의 우울 중편(2)
    2023년 08월 11일 20시 35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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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회가 이루어진다면 욕을 먹어도 좋았다. 지금까지 고생했다며 소리쳐도 상관없었다. 싫다는 말을 들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기만 했다면, 그걸로 좋았는데. ......)



     쥐는 주먹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진다. 황혼의 공허한 공기 때문일까, 후회만이 마음을 차지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빨리. 아버지에게 대항했더라면 ...... 그런 감정들만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유능한 남자 클라우드는 여기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동시에 주먹의 힘이 풀린다. 결국 클라우드는 낙담했던 감정을 이성을 통해 되살려냈다.



    (세레나, 사랑하는 세레나. 너를 만나지 못해서 외롭구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남겨준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이 감정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돼)



     그녀가 남긴 유산이 있는데도 절망에 사로잡혀 있을 수는 없다. 그런 감정을 앞세우다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이번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힐링여행을 하겠다며 이웃 나라로 건너갔다는 딸.



    (이름은 분명 ...... 세레스티. 세레스티 맥머든)



     기사 세브레를 필두로 몇 명의 인원을 파견하여 현재도 수색 중이지만,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헤어진 지 15년이 지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된 클라우드의 딸.



     운명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와의 만남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클라우드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린 남자에게 주어진 벌인 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음번엔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세레나, 네가 남겨준 우리의 보물을)



     후회도 있고, 자책감도 있다. 그래도 딸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결심하고 창문에서 시선을 떼었을 때였다.







     그의 시야 끝, 달리는 마차 창문에 비친ㅡㅡ사랑하는 세레나의 모습이.







    "세, 세워라!"



     그는 무심코 큰 소리로 외쳤다. 고함을 지르는 클라우드의 목소리에 당황한 마부가 마차를 멈추었다. 힘껏 문을 열고 마차에서 뛰어내린 클라우드는, 눈을 크게 뜨며 마차 뒤쪽의 보도를 돌아보았다.



    "세레......나......?"



     마차 뒤쪽은 교차로가 되어 있었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지고 저택의 그림자가 길을 어둡게 물들인다. 의아해하는 마부의 시선을 등 뒤로 받으면서, 클라우드는 멍하니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본 것일까. 하지만, 확실히 ......)



     순간적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분명 세레나의 모습이었다. 하녀복 차림의,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 열일곱 살 때의 세레나와 똑같았다. 내가 잘 아는 그녀 그 자체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사거리까지 달려가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역시 그곳에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그녀를 너무 그리워하다 보니 환각을 본 것일까. 환각이라도 좋다. 만날 수만 있다면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모든 것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고, 그저 클라우드의 연심을 더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었다.



    "아, 저기요, 나으리."



    "...... 아, 미안. 출발해라."



     불안한 표정의 마부가 부르자, 클라우드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마차에 올라탔다.











    ◆◆◆◆◆.





     세레나를 착각한 지 이틀 후인 8월 12일. 왕도 파르테시아에 있는 레긴버스 백작 저택에서 두 인물이 마주 보고 있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은발의 대장부, 클라우드 레긴버스 백작.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멜로디 웨이브, 세레스티 맥머든의 친아버지다.

     클라우드 앞에 서서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자는, 백작가의 기사인 렉티아스 플로드 기사작이다.



    "각하, 부르신다고 하셨는데 무슨 용무이십니까?"



    "으, 음......"



     오늘도 아침부터 저택에서 집무에 임하고 있던 클라우드는, 집사에게 명령하여 렉트를 불렀다. 다른 방에서 문관 업무에 종사하던 렉트는 의아해하며 집무실에 들어왔는데, 정작 불러놓은 클라우드의 모습이 이상했다.



    "각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그, 뭐냐....... ......"



     역시 말이 어눌하다. 의아해하는 렉트의 시선에 집무 중이던 서류가 눈에 들어온다. 백지다. 보아 하니 작업이 끝난 서류가 보이지 않는다. 오전 업무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설마 저것 아직 첫 번째 서류일까.



    (백작 각하의 업무에 무슨 지장이? 문제라도 발생한 것일까?)



     그 때문에 자신이 불려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하며 다시 한번 허리를 펴는 렉트. 하지만 다음 클라우드가 내뱉은 말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 렉트는 그 ...... 여름 무도회에 참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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