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애초에 모르는 게 너무 많았으니깐. 조금은 알 것 같았던 것이 저 하얗게 변한 늑대였는데 ......"
루시아나는 마이카를 보았다. 정확히는 마이카의 가슴에 있는 펜던트 '마법사의 알'을.
"마이카가 말이지~"
"마이카,"
"잠깐만요! 저는 결백해요! 그보다 이건 멜로디 선배가 만든 거잖아요~!"
"하지만 나, 그런 이상한 설정을 넣은 기억이 없는걸. 마이카랑 동조하는 동안 성격이 변한 것 같아."
멜로디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이카, 부탁이니 우리를 먹지 말아 줘."
"안 먹어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 주세요!"
당황하는 마이카를 보며 멜로디와 루시아나는 낄낄 웃었다. 마이카는 삐져서 얼굴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그 늑대, 이상한 말을 했었지. 성배와 성녀가 어쩌고 저쩌고....... 성녀."
"...... 성녀."
루시아나와 마이카의 시선이 멜로디에게로 향했다. 멜로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늑대, 분명 멜로디를 성녀라고 말한 것 같은데."
"맞아요. 하지만 성배는 뭐죠?"
"제가 성녀? 두 분 농담이 지나쳐요, 후후후."
입가를 가리며 우아하게 웃는 멜로디. 전혀 믿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두 분, 저는 성녀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는 루틀버그 백작가를 섬기는 올 워크스 메이드니까요!"
"대단한 자부심이네요, 루시아나 아가씨"
"정말 그래, 마이카"
""어제는 하우스 메이드였으면서.""
"그, 그건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잖아요!"
"어머나, 멜로디. 어디서 그런 말투를 익혔담?"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루시아나의 방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나, 뭔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것 같은데, 그게 뭐였더라?"
""글쎄?""
◆◆◆
마찬가지로 같은 날, 같은 시각. 루틀버그 백작령의 오두막집에 있는 마구간에서.
류크는 말을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왠지 모르게 그레일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적당한 그늘에 누워 류크의 작업을 바라보고 있다.
(역시 이 녀석의 옆은 조용해서 좋구만. 여자들은 시끄러워 못 참겠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그레이. 할 일이 없다고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 나는 왜 그 소녀를, 성녀를 구해준 걸까)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이상하다. 그때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면 아마 그 성녀는 죽었을 것이다. 혼자서는 돌아올 수 없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자신은 언젠가 스스로 마력을 회복해 마왕으로 부활하는 것도 쉬웠을 텐데.
(성녀를 쓰러뜨리는 것은 마왕인 나다! ...... 라고, 이전의 나는 생각이나 했을까)
분명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는 여자다'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무시했을 것이다.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 막연하게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그 변화가 .......
(네게 나쁜 것 같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 ......? 그리고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또 하나. 더 이상 그 여자를 봐도 몸이 떨리지 않는다......)
그 하얀 구슬을 뱉어낸 이후, 지금까지 느꼈던 것이 거짓말처럼 그레이스는 성녀-멜로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 안겨도 더 이상 떨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모르겠다. 무엇이 달라졌고, 왜 달라졌는지 ...... 아니, 그 외에도 모르는 것이 있다. 그 녀석은 왜 내 이름을 알고 있었을까 ...... 왜 나를 성배라고 부르는 걸까? 이미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에 답이 있는 것일까?)
그레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마왕이지만, 그 기억은 모호하며 현재는 기껏해야 선대 성녀 시절의 기억까지만 남아있다. 그때까지 수백, 수천 년을 살아온 기억은 이제 더 이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늑대는 그 시절에 관여했던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존재가 아직도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면 ......마왕 부활의 양분으로 맛있게 먹어주도록 하지. 큭큭큭......큭큭큭............)
강아지답지 않은 웃음을 흘리며 그레일은 꿈의 세계로 떠났다.
"큭큭큭...... 큭큭...... 큭............"
(웃음소리가 이상한 강아지군)
"자, 씻겨주마. [파레디아카]"
왼손에서 마술로 물을 생성해 샤워하듯 뿌려준다. 반대편 손에는 브러시를 들고서, 류크는 말의 몸을 씻겨주었다.
기억 대신 마법의 사용법을 떠올린 류크. 그 내용을 확인하자, 기억이 없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은 싸움을 하던 사람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