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크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특별히 기억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
"...... 불합리가 싫다. 부조리가 싫다. 누군가에 의해 굴욕을 당하는 게 싫다. 자유를 빼앗기는 게 싫다. 생명은 본인의 것이지, 누군가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
기억을 잃었어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무엇을 잃는다 해도 잊고 싶지 않은 것이.
"...... 마이카, 멜로디를 부탁한다."
마이카의 대답을 듣지 않고 류크는 늑대를 향해 달려갔다. 마력을 몸 안에 흘려보낸다. 육체는 강화되어 점차 보폭이 넓어지자, 류크는 높이 높이 뛰어올랐다.
"캬아아아아아!"
이를 알아차린 늑대가 고개를 돌렸지만, 류크는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등을 누르는 것은 질풍의 손 [레스피디아]"
순간, 공중에 머물러 있던 류크의 등을 바람이 밀어냈다. 공중에서 급격하게 각도가 바뀌자 늑대는 대처가 늦어졌다. 마력이 담긴 류크의 검이 늑대의 오른쪽 눈을 관통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규하는 늑대. 앞발로 반격하려 하지만, 류크는 방금 전과 같은 마법으로 단숨에 뒤로 물러난다. 무사히 착지한 류크는 검 끝을 늑대에게 겨누었다.
"......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의 사용법은 생각났지."
늑대의 오른쪽 눈동자에서 마력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곧 상처가 아물더니 다시 회복되었다.
"좋아, 몇 번이고 부숴주마. 네가 죽을 때까지 어울려주지"
싸우는 법을 모르는 루시아나, 싸우는 법을 잊어버린 류크. 하지만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협력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각성한 두 사람은 늑대ㅡㅡ마왕 가룸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마이카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둘 다 대단해 ......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멜로디의 옆에서 그레일을 안은 채 주저앉아 있는 마이카. 류크가 부탁을 했지만, 그저 곁에서 껴안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싫다.
(게임 지식,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 뭘 위해 전생한 거야? 멜로디 선배는 히로인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고?)
무서워서 말이 안 나온다. '이런', '저런'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지금도 '마법사의 알'이 미세하게 진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런 것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흑흑, 멜로디 선배 ......"
홀로 남겨져 견딜 수 없게 된 마이카의 눈에서 큰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레일에게서 손을 떼고 치마를 움켜쥔 마이카는, 최소한 오열하는 것만큼은 참았다.
자유로워진 그레일은 킁킁거리며 멜로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움켜쥔 오른손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코를 들이밀자 뜻밖에도 손바닥이 열리면서 검은 구슬이 흘러내렸다. 마이카에게 검은 구슬을 보여준 이후로 타이밍을 놓쳐서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레일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커다란 늑대ㅡㅡ가름을 바라본다.
(뭐냐 저 녀석, 계속 시끄럽게 말하기는...... 뭐가 '돌아가고 싶어'냐)
그레이스는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은 구슬을 꿀꺽 삼켰다. 목구멍에서 꿀꺽 소리가 난다.
(흥, 돌아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돌아가면 될 것을. 나는 언젠가 힘을 모아 마왕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성녀도 쓰러뜨려서 세상을 어둠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 그래서, 쓰러뜨려야 할 성녀가 없으면 곤란하단 말이다)
그레일의 꼬리. 끝부분만 검었던 꼬리의 색이 온몸을 검은색으로 물들인다. 그레일은 멜로디의 위로 올라가는, 그녀의 가슴 위에서 몸을 말더니 눈을 감았다.
"...... 그레일?"
마이카는 갑작스러운 그레일의 행동에 의아해했지만, 멜로디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응석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