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8 화 재회의 기사와 흔들리는 메이드 혼
    2021년 01월 04일 09시 41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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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85/

     

     

     

     

     다음 날 오전 중에 수속을 하러 가보니, 그 날 오후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의외로 기숙사엔 그렇게나 하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집에 응한 사람은 멜로디 뿐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들은 주인 가문을 모시기 위해 있는 것이고 인원 수도 제한되어 있는데, 턱 하고 하인을 내어줄 사람 따윈 어딘가의 '요정희' 정도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면접을 받기 위해 멜로디는 특별히 허가를 받아서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멜로디의 면접은, 기사도를 가르칠 강사에게 주어진 집무실에서 하게 된다.

     

     하지만, 방에 들어온 멜로디, 그리고 강사인 남자는 서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었다.

     

     

     

     

     짧고 붉은 머리카락의 청년의 금색 눈동자가 크게 부릅뜨였다.

     

     "어? 렉트 씨?"

     

     

     집무실에 있던 사람은, 기사작 렉티아스프로드였다.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제 3 공략 대상자이며, 현재진행형으로 멜로디에게 연심을 품은 21세. 멜로디가 레긴바스 백작의 딸이라는 걸 유일하게 눈치채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일단 앉는 두 사람. 루시아나의 학교준비에 바빠서 두 사람은 2주일 정도 만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재회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서로가 당분간 이상한 행동을 하고 만다.

     

     "서, 설마 네가 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 그렇네요. 하지만, 저로선 오히려 렉트 씨가 여기에 있는 게 예상 외인데요....아, 여긴 학교이니 말투를 고쳐야겠네요."

     

     "아니, 둘만 있을 땐 지금처럼 해도 상관없다....두, 둘만."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서 듣지 못했지만, 일단 예전처럼 대화하면 되는 모양이다.

     

     "알겠어요. 일단 지금은 이대로 대화할게요. 그런데, 렉트 씨는 정말 왜 여기에 계시나요? 분명 레긴바스 백작님을 모시는 기사가 되지 않았나요?"

     

     "아, 아아, 뭐, 결론을 말하자면 각하의 명령이었지."

     

     "백작님의?"

     

     렉트의 설명에 의하면 다음 내용 때문이라고 한다.

     

     계기는 봄의 무도회에서 의문의 인물에 의해 일어난 습격사건. 그것이 일어났을 때, 루시아나를 포함한 몇 명의 귀족자녀가 습격자의 마법의 결계에 갖히게 되었다. 그 안에는 태자 크리스토퍼도 포함되었는데, 국왕은 하마터면 차기 국왕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직면했던 것이다.

     

     다행히 태자 자신의 활약에 의해 격퇴에 성공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ㅡㅡ귀족은 좀 더 강해져야 한다.

     

     

     "그를 위해 왕립학교의 기사도 수업 자리를 늘렸는데, 너무 급한 일이다 보니 적당한 강사를 추가로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렉트 씨가 선택된 건가요?"

     

     "정식 강사가 나타날 때까지는 그렇지. 일단 1학기 중만 그렇게 하기로 계약되었다. 너무 사람을 찾을 수 없으니까 백작각하께서 나에게 갔다 오라고 명하신 거다."

     

     ".......한가했나요?"

     

     "큭!"

     

     무심코 묻고 만 것이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어, 어쨌든, 갑자기 임시강사를 맡게 된 건 좋지만 보좌가 없으면 역시 약간 불편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가문의 하인은...."

     

     "포라 밖에 없는데 더해, 그녀는 학교에 맞지 않으니까요."

     

     렉트의 저택에서 일하는 올워크스메이드인 포라는 정말 걸걸한 소녀다. 렉트를 대할 때도 거리낌 없는 성격이어서 아끼고 있지만, 귀족자녀들이 모이는 왕립학교에선 불화의 씨앗이 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녀를 학교에 보내게 되면 렉트의 저택을 관리하는 자가 없어져 버린다.

     

     "보통은 자기 하인 중에서 고르겠지만 나에겐 어렵다. 각하께 부탁해도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받아들인 건 오후의 기사도 수업 뿐이고 그게 저택에서 원하는 바다. 매일 메이드를 빌리는 것도, 그, 뭐냐......"

     

     "꺼려지겠네요.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을 모시는 하인에게서 임시조수를 모집한 거네요?"

     

     "그 말 대로다."

     

     "하지만.....그쪽이 더 꺼려지지 않나요?"

     

     "......그래, 여기에 네가 와서야, 겨우 그 사실을 떠올렸다."

     

     매우 난처한 표정을 띄우는 렉트. 그리고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건, 날카롭게 이쪽을 노려보는 금발 소녀의 화난 표정.

     

     '이 상황을 그녀가 안다면, 난 찢겨죽게 되지 않을까.......?'

     

     ......감이 좋다. 렉트의 기사의 직감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렉트 씨.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들어도 괜찮을까요?"

     

     "기본적으로는 수업 준비와 수업 중의 보조다. 힘이 필요한 경우는 따로 학교의 용역원을 부를 거니까 문제없지만, 서류의 관리나 강의를 위한 자료 준비 등을 중심으로 도와줬으면 한다.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모아주는 일도 할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이요? 그건 멋진 일이네요."

     

     도서관을 방문할 수 있는 이 일에 매우 매력을 느끼는 멜로디였다.

     

     "알겠어요. 그럼, 언제부터 일하면 좋을까요."

     

     "음? 바, 받아들이는 건가? 하지만, 그......."

     

     남자로서는, 사랑하는 상대와 둘이서 일을 하는 건 뒤가 켕겨진다. 하물며 무서운 얼굴이 노려보고 있는 지금, 약간 귀찮다 해서 멜로디를 받아들이는 건 악수다ㅡㅡ.

     

     "저기, 저로선, 도움이 안되나요?"

     

     "ㅡㅡ!?"

     

     여기서 위를 쳐다보며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공격을 해버릴 줄이야. 사실 멜로디느 렉트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문이 뇌리에 떠올랐지만. 짝사랑하는 남자로선 그 매력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고ㅡㅡ.

     

     "......다음 주부터 잘 부탁한다."

     

     "알겠어요, 렉트 씨! 아, 아니, 조수를 하고 있는 동안은 주인님이네요."

     

     "주, 주인님........"

     

     

     천연과 둔감함은 무섭다......그날의 렉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멜로디는 이렇게 기사도 임시 강사인 렉트의 임시 조수를 맡게 되었다.

     

     "흠, 이 정도일까. 다음은 실제 근무를 하면서 조절하도록 하자."

     

     "예, 그럼 잘 부탁드려요."

     

     멜로디는 미소를 지었다.

     

     "......꽤 기쁜 모양이구나. 그, 내 조수를 하는 게 그렇게 기쁜 건가?"

     

     렉트의 마음의 희미한 기대의 불씨가 켜진다. 자신과 같이 일하는 것이 그렇게 기쁜가, 하고.

     뭐, 그것이 망상이라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만.....

     

     "예. 도서관이 기대되네요!"

     

     "아, 음. 도서관인가."

     

     알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 조금은 에둘러 말해줬으면 한다고 생각해버린다. 21세에 첫사랑을 맞이한 청년의 마음은 유리세공처럼 섬세한 것이라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멜로디가 도서관에 갈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렉트였다.

     

     "그리고 솔직히 다행이에요. 여기에 와서는 오후 시간이 너무 한가해서요. 덕분에 다음 주 부터는 안심이네요."

     

     "그런가. 뭐, 이런 일이라도 멜로디의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한가하다니?"

     

     "네, 저택보다도 업무량이 줄어들고 말아서 시간이 남아버렸어요. 왜 그러시나요?"

     

     

     

     그리고, 렉트가 말한 다음 대사는 멜로디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

     

     

     

     "멜로디는 이전에, 어머니께 '세계 제일의 멋진 메이드' 가 되겠다고 맹세했다며 의기양양했었으니까, 그것에 열중해서 한가함 따윈 못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빈다면 한가하다고 느끼는 게 당연한가."

     

     

     렉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멜로디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 후, 렉트와 몇 가지 대화를 하였는데, 무슨 대화를 한 건지 멜로디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전 렉트의 대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 칠 뿐이었다....

     

     

     '......어라? 내가 목표로 하는 [세계 제일의 멋진 메이드] 는, 뭐였더라?'

     

     

     적어도 일이 빨리 끝나서 한가함을 느끼는 메이드는 아니다.

     

     

     

     

     

     멜로디의 안에서 뭔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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