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 화 일 잘하는 메이드의 우울과 게시판2021년 01월 04일 02시 08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84/
"그럼 갔다오세요."
"갔다 올게!"
학교 5일 차 아침. 멜로디가 배웅을 해줬고, 루시아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에 등교하였다. 루시아나의 모습이 사라지자, 멜로디는 방에 남아서.......작게 한숨을 쉰다.
".......좋아, 일을 시작해볼까."
첫날은 벼락시험, 둘째날은 오리엔테이션을 한 학교였는데, 셋째날부터는 보통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까지 루시아나는 루나 이외에도 두 명의 평민 학생과 사이좋아졌다.
한 사람은 루시아나의 앞자리인 소녀, 페리안・포르도르. 아버지가 약제사이며, 그녀도 같은 직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 약간 생각이 깊은 성격이며 브라운색의 긴 생머리를 하고 있지만, 눈이 가릴 정도로 앞머리를 기르고 있다.
그리고 루시아나 왈, 숨은 거유라고 한다. 자신의 눈은 속일 수 없다던가 아니라던가.....
또 한 명은 루시아나의 뒷자리인 소년. 도대체 어떤 편의주의인지, 이름이 루키흐・게르만이라고 한다. 멜로디의 지인인 소년 워렌의 주인님이다.
유복한 상가 출신으로, 마른 몸의 상당한 미소년이다. 곱슬기가 있는 녹색 머리카락은 귀에 걸릴 정도에서 잘려있지만, 길어진다면 더욱 예뻐질지도 모른다. 워렌에게서 하인식당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가 가까운 점도 있어서 바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 네 명이서 점심식사를 같이 있다고 한다던가. ......옆에서 보면 루키흐 죽어라 라고 말하고 싶을 거다.
이 이틀 동안 루시아나는 네 과목을 수강했다. 루나와 응용마법학을, 페리안과 약학을, 루키흐와 기사도를, 그리고 넷이서 같이 예의범절 (응용) 을 수강했다고 한다. 기사도는 그냥 견학하는 것만으로 끝낸다는 모양이지만, 전부 흥미롭다며 귀가 중에 멜로디에게 보고하였다.
올리비아가 노려본다는 점을 빼면, 지금 루시아나의 학교생활은 꽤 순조로운 모양이다
"아가씨는 순조로워 보여서 다행이네요. ......그에 비하면 전."
멜로디는 청소를 끝낸 루시아나의 침실을 돌아보았다.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상태. 원래도 신축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깔끔했지만, 방금 짐을 옮겨온 참이라고 설명해도 납득해버릴 것 같은 청결함.
다른 메이드가 보면 얼마나 노력한 거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고, 멜로디는 커다란 한숨을 짓는 것이었다.
시간을 본다ㅡㅡ시각은 오전 11시.
"......일, 끝나버렸다."
멜로디는 학생 기숙사에 온 이래로.....정말 한가했다.
"뭐야~ 그 사치스런 고민은?"
지하의 하인식당. 멜로디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사샤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브릿슈는 눈을 반짝거리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보다, 혼자서 방의 청소와 세탁, 도구의 손질에다 저녁식사 준비 등등의 각종 일을 완벽하게 해내도 오전 중에 시간이 남아버리다니, 얼마나 일을 잘하는 거야 멜로디는?"
재미있는 일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워렌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으으으, 꽤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입술을 내밀며 불쾌함을 표현하는 멜로디.
".......그래도 귀엽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멜로디가 귀엽게 보이고 마는 프릿슈.
멜로디를 사랑하게 된 걸까? .......루시아나에게 발견되지 않기를 모두가 기도하자.
"난 멜로디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진 않았으니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지금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정말 깜짝 놀랄 솜씨네. 부러울 정도야."
"개인적으론 조금 더 경쟁이 필요해요. 아가씨의 시중을 드는 데에 불만은 없지만, 왕도 저택 쪽이 방 수도 많았고, 안주인님도 계셔서 일은 더 많이 있어서 즐거웠지만요......"
"일이 많은 쪽이 즐겁다니, 멜로디는 이상하네에."
"메이드의 일은 즐거운 것 뿐인데요?"
쓴웃음을 짓는 워렌에게, 멜로디는 의아해 하였다. 하인으로서 그 생각에 감탄해도 좋은지 어이없어 하는 편이 좋은지.... 역시 워렌은 쓴웃음을 짓고 만다.
"그럼 다른 하인들과의 관계개선책을 중점적으로.....라고 해도 곧장 가능한 것도 아닌가."
"꽤 어렵네요. 애초에 생각 이상으로 다른 분들과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요."
멜로디가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학생기숙사의 하인들끼리 알게 될 기회가 적었다. 다른 학생 기숙사라면 세탁장이 제일 좋은 장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상위 귀족의 기숙사는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실은 이 하인식당에는 루시아나의 소꿉친구 두 명의 하인들도 오고 있어서 알고 지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지만, 서로가 면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직 그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모두들 어떤가요? 다른 하인과 많이 알게 되었나요?"
"솔직히 아직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고 있어. 난 애초에 파라메이드지만, 지금은 하우스메이드의 일을 해야 해서 꽤 바빠."
"정말 부럽네요."
사샤는 익숙치 않은 일 탓에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 프릿슈는 도구의 손질과 무거운 짐의 운반 등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난 멜로디와 마찬가지로 혼자지만, 평민 기숙사는 그쪽과 비하면 꽤 좁아서 말야. 혼자서도 나름대로 노력하면 어떻게든 끝낼 수 있어."
"정말 기쁘지 않네요."
"보통 사람들은 부럽다고 생각할텐데."
기본적으로 학생만 사는 걸 전제로 한 평민의 기숙사였지만, 일부 학생 중에는 하인을 데리고 싶다는 자도 있기 때문에, 각 계층마다 몇몇 방에 하인의 방이 딸린 방이 준비되어 있다.
"메이드로서, 아가씨의 시중을 드는데 이런 불평불만을 느끼다니 스스로도 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정말 어떻게 해도 견딜 수 없어서요."
하아, 라고 커다란 한숨을 내쉰다. 침울한 표정의 멜로디도 귀엽다고 생각하는 프릿슈의 옆에서, 사샤가 갑자기 생각난 걸 입에 담았다.
"저기, 멜로디. 하인 식당의 게시판 봤니?"
"게시판이요? 그런 것도 있었나?"
"있어. 저기, 저곳."
사샤가 지목한 곳. 하인식당의 출입구의 옆에 커다란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그곳에는 몇 장의 게시물이 붙여져 있다.
".......전혀 신경쓰지 못했네요."
"멜로디는 메이드 실력은 몰라도, 그런 부분은 잘 모르는 구나. 신경쓰는 편이 좋아."
"네. 저기, 그래서, 그 게시판이 어땠다는 거지요?"
"저곳의 게시물의 한 장에 하인을 임시로 모집한다고 써 있거든. 분명, 오후의 선택과목의 임시강사를 돕는 조수업무였나. 연령과 성별이 불문이니까, 정말로 한가하다면 받아보는 게 어때?"
"네? 그런 모집, 학생의 하인이 받아도 괜찮은가요?"
"하인 식당의 게시판에 붙여졌으니 괜찮지 않을까? 모집이라고 쓰여져 있고, 채용기간도 1학기만 하는 듯 하니 정말 급하다고 생각해. 아마, 가문에 따라서 하인이 남는 곳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는 거겠지."
점심식사를 끝낸 멜로디는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확실히 그곳에는 긴급모집이라고 쓰여진 용지가 있었다.
내용은, 선택과목 '기사도' 의 임시강사를 위한 조수업무. 채용기간은 1학기 동안. 오후의 선택수업의 준비와, 수업 중의 보조. 연령과 성별 불문. 주인의 허가 필요. 대우에 대해서 등등......
'정말 모집하고 있네. 나이와 성별이 불문이라는 건, 딱히 힘을 쓰는 일이 아니라는 거구나. 확실히, 이걸 받는다면 오후 시간은 때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을까, 라고 내심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흥미는 있었다.
선택과목의 임시강사를 돕는다는 말은, 적어도 학사를 방문한다는 의미.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고, 새로운 메이드 업무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정말 흥미가 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저하게 된다. ......어째서?
머릿속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그 날 밤에 멜로디는 루시아나에게 부탁해 보았다.
"오후 선택과목의 임시조수? 상관없어. 해보는 게 어때."
"괜찮나요?"
"왜냐면 한가하잖아? 1학기 중엔 어차피 선택과목을 가수강으로 받을 셈이니, 그 사이에 멜로디가 다른 일을 할 거면 문제없어. 다소 늦어져도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 난 상관없어."
"그럼, 예. 감사해요."
아무래도 멜로디의 환경에 대해 약간 눈치챈 모양이다. 흔쾌히 보내주었다.... 하지만, 기쁨 반, 이상한 떨떠름함이 반이라서 왠지 개운치 않았던 멜로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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