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 몸을 숨겨라 [토라스파렌자]. 내게 비상의 날개를, [아-리탄젤로]!"
몸을 숨기고서, 등에 돋아난 빛나는 날개로 햇살이 쏟아지는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더 높이, 더 높이.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높이. 상공에서 세 개의 마을이 보일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간 멜로디는 눈빛에 마력을 집중했다.
"더, 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하늘에서 대지를 관찰할 수 있는 눈동자를!"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마력이 눈동자에 깃든다.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마치 은빛 불꽃이 깃든 듯한 마력이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왔다.
최대로 강화된 멜로디의 눈동자가 루틀버그 영지 전체를 꿰뚫어 본다.
"...... 아, 그랬구나."
세 마을에서의 마력의 흐름이 보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검은 마력은 가도를 따라 계속 흐르고 있었고, 세 개의 마력선이 끝나는 곳은 예상대로 루틀버그 백작의 저택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실은 그 반대라서, 루틀버그 백작 저택에서 세 마을로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약간은 주변에도 퍼져 있긴 하지만, 마치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 것처럼 가도를 따라 마을로 마력이 흘러가고 있다.
검은 마력에는 멜로디도 아직 모르는 어떤 성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인간이 있는 쪽을 향해 움직인다거나? ...... 그런 게 있을 수 있을까?"
원래 식물이 자라지 않는 맨땅의 길가에 마력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마을에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염원을 알면 대응할 수 있어 ......!"
왜 루틀버그 가문에 오염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면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멜로디는 서둘러 지상으로 돌아갔다.
오두막집의 그늘에서 몰래 마법을 풀고 멜로디가 향한 곳은 잔해더미로 변해버린 백작의 저택 터였다. 바로 진짜 루틀버그 백작 저택이 서 있던 곳에서 가장 짙고 검은 마력을 볼 수 있었다.
눈의 강화는 정상으로 되돌렸다. 지상에 내려온 지금은 그래도 충분히 마력을 추적할 수 있다. 밀밭에서는 마력 순환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었던 땅속의 마력을 어느새 정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멜로디의 눈이 땅속의 마력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 것 같다. 가지고 있는 힘도 크지만 성장 속도도 빠른 멜로디였다.
"늘어나라, 한순간의 손 [아룬가레라마-레]"
보이지 않는 천 개의 팔이 멜로디에서 쏟아져 나왔다. 소리를 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멜로디는 마력의 중심점을 향해 잔해더미를 무너뜨렸다. 마치 길이 열리듯 잔해가 움직이며 멜로디의 발걸음을 돕는다. 보는 사람이 보면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나는 것으로 착각할 만한 광경이다.
그리고 멜로디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선객이 있었다.
"...... 그레일?"
"멍멍! 멍멍!"
그레이스는 그곳에서 흙을 파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파고 있는 듯, 이미 그레이스가 다섯 마리가 겹쳐질 정도로 깊게 파고 있었다.
(어? 뭐 하는 거야, 그레일? ...... 여기를 파라, 멍멍?)
아마 아닐 것이다.
그때 멜로디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레이스가 검은 마력이 담긴 토마토를 맛있게 먹고 있었던 것을. 참지 못하고 얼룩덜룩한 잎사귀까지 입에 넣었던 것을.
"그레일, 너, 그 검은 마력을 알 수 있니?"
"멍멍! 멍멍!"
그레이스는 짖어대며 힘차게 땅을 파고 있다. 짖고는 있지만, 멜로디의 존재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그레일.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