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화 여길 파라 멍멍?(1)

 

8월 13일. 밤의 장막에 싸인 그루주 마을의 하늘에 빛나는 날개를 가진 소녀가 떠올랐다. 물론 멜로디다. '투명화'의 마법 덕분에 발각될 염려는 없다.



"마력의 숨결이여 춤추거라 [아르젠트브레자]"



　마을 전체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자, 대기의 흐름을 따라 검은 마력이 멜로디에게로 모여들었다. 마력은 그녀의 손에 놓인 구슬 크기의 검은 구슬에 흡수되었다.



"일단은 이걸로 괜찮겠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어 ......"



　강화된 눈동자로 마을 전체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는 검은 마력이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다.

　제거 작업은 완료된 것 같다.



(불과 닷새 만에 다시 저렇게 쌓였으니, 빨리 오염원을 찾아야겠어)



　멜로디는 한숨을 내쉬며 다음 마을을 향해 날아갔다.



　닷새 전 슈와 함께 방문했던 그루주 마을에서 멜로디는 제거했어야 할 검은 마력이 다시 발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였지만, 오늘 낮에 루시아나와 함께 다시 마을을 방문하자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불과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내일이라도 다시 얼룩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검은 마력이 대지를 침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멜로디는 다시 한번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세 마을에서 검은 마력을 회수했다. 한 번 실행한 경험 덕분인지, 세 마을을 돌아다녀도 크게 지치지 않고 다음 날 아침에는 정상적으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니, 정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ㅡㅡ부탁해. 부디, 싫어하지 말아 줘.



"...... 또."



　검은 마력을 회수한 다음날 아침. 멜로디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요즘 매일 꿈을 꾼다. 아니, 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잠에서 깨어날 무렵이면 목소리가 들려온다.

　성별도 나이도 분명치 않은 가냘픈 목소리가 멜로디에게 애원하는 이상한 목소리의 꿈이다.



(...... 역시 저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마법의 창고에서 구슬만 한 크기의 검은색 마력 구슬을 집어든다. 가만히 쳐다보지만, 뭔가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마력을 넣으면 쉽게 금이 가고, 잠시 후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처음 검은 마력을 회수한 날부터 매일 이 목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처음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주일 가까이를 매일 아침 들으면 기억이 난다.



"...... 싫어하지 말아 줘? 누구를 말하는 거람?　네가 말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검은 구슬에게 물었다. 하지만 구슬이 말을 할 리도 없고 아무런 반응도 없다.

　한동안 말없이 구슬을 바라보던 멜로디였지만, 구슬을 창고에 넣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



　점심을 마친 멜로디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 식당 테이블에 종이 세 장을 펼쳐 놓았다. 거기에 지도를 그렸다. 동쪽의 그루주 마을, 북쪽의 테논 마을, 남서쪽의 다낭 마을의 감염 상황이다.



　루틀버그 영토의 세 마을은 거의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왕도의 밀밭은 그 넓이 때문에 왕도 성벽 바깥에 펼쳐져 있지만, 인구가 적은 루틀버그 영지의 밀밭은 성벽 안에 만들어져 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둥근 성벽의 출입구가 있는 쪽부터 절반은 거주지와 토마토 등 채소밭이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절반은 밀밭으로 되어 있다.



　멜로디는 얼마 전과 어젯밤에 보고 확인한 감염 범위를 지도에 기입해 나갔다. 이것으로 무언가 알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역시 그렇게 쉽게 답은 나오지 않는다.



"...... 크든 작든 마을 전체가 감염된 거네."



　거의 마을 전체에 검은 마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직 반점이 생기지 않은 채소밭도 반점이 생기지 않았을 뿐이지 검은 마력 자체는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5일 뒤에는 또 마력을 회수해야만 해. ...... 아직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가씨와 휴버트 님께는 빨리 보고하는 게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