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는 이번 일을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발견 당시에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제까지 보고하지 않은 것은 보고할 만한 확실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알려진 것은 원인은 검은 마력이라는 것뿐이다. 그것뿐이다. 검은 마력의 정체도, 오염원도, 멜로디의 마력 이외의 대처법도 아무것도 모른다.
보고해도 불안을 부추길 뿐인, 보고할 가치도 없는 정보다.
적어도 다른 대처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루시아나 말로는 왕국 최고의 마력을 가진 자신이 녹초가 되어야 겨우 회수할 수 있는 검은 마력을 루틀버그령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 뭐, 한 번 해보니 익숙해져서 다음부터는 크게 소모되지 않았지만.
현재 루틀버그 영지에서 나 다음으로 마력을 가진 사람은, 마법 사용법을 모르는 기억상실증의 류크, 그와 큰 격차가 나는 호위병 다이랄. 그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단 두 사람뿐이다.
역시 좀 더 건설적인 정보가 필요할 것 같다.
일단 멜로디의 힘으로 잠시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고 생각하는 멜로디였다.
"아, 멜로디 선배. 잠깐 괜찮을....어 뭐 하고 계세요?"
세 장의 지도를 바라보고 있던 멜로디에게 마이카가 물었다.
"어머, 마이카. 아 이거? 지난번 마을의 반점 피해나 흉작에 관한 간이 지도를 만들어 봤어. 원인을 잘 모르겠으니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하아, 멜로디 선배는 참 성실하네요."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일이니?"
"아, 맞다. 그레일 못 보셨어요? 아까부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에도 식당에 오지 않았네. 한동안 못 봤어."
"그런가요. 오늘 점심에도 오지 않아서 조금 걱정돼요. 찾으면 알려주세요."
"그래,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마이카는 식당을 떠났다.
"그레일은 어디로 간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멜로디는 다시 지도를 바라보았다. 감염 범위에 대해 적었으니, 다음에는 감염 정도에 대해서도 추가해 나간다. 밭에 따라 반점 발생률이 다른 것이다. 분포도를 만들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써 내려가다 보니 분명한 것이 있었다.
"...... 문에 가까운 밭일수록 감염 피해가 커?"
세 마을 모두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면 밀밭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았지만, 흙 속의 마력량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 반점과는 다른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감염 수준은 따로 생각해서 판단해야겠어."
밀밭의 감염 레벨을 1로 했을 때, 두 차례에 걸친 회수를 하며 기억나는 범위 내에서 다른 밭의 감염 레벨을 설정한다면........
"역시 문에 가까울수록 감염 수준이 높아. 이건 결국 문 쪽에서 오염원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럼 ......"
멜로디는 루틀버그 영지의 지도를 펼쳤다. 펜과 자를 들고 지도를 본다.
"음, 북쪽의 테논 마을의 문 위치는 거의 정남쪽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 만약 오염원이 역시 남쪽에서 온 것이라면........"
멜로디는 테논 마을에서 남쪽으로 직선을 그었다.
"다음은 동쪽의 그루주 마을. 여기도 문이 서쪽으로 곧게 뻗어 있었으니까 이쪽도 ......"
멜로디는 그루지 마을에서 서쪽으로 직선을 그렸다. 그리고 두 개의 선이 교차한다.
"어? 이건 ...... 아니, 일단 끝까지 가보자. 남서쪽 다낭 마을의 문은 여기에도 북동쪽으로 곧게 뻗은 문이 있으니 ......"
멜로디는 다낭 마을에서 북동쪽으로 선을 그었다. 그리고 세 개의 선이 딱 겹치는 지점이 있었다.
"...... 여기?"
멜로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 마을의 문은 모두 루틀버그 백작의 저택을 향해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