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켁'이 뭐예요, '켁'이. 오랜만이네요, 슈 씨. 물론 당신을 만나러 온 것은 아닙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두 분이 쑥덕거리길래 구경하러 왔을 뿐이에요. 그리고 역시 생각대로 뜨거운 햇볕 아래서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무례한 두 분을 발견했고요."
"아, 미, 미안해, 멜로디!"
키라에게 지적을 받자 당황한 슈가 뒤돌아본다. 멜로디는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멜로디 씨. 몸은 이제 괜찮으세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키라 씨. 덕분에 이제 괜찮아요."
서로 웃는 멜로디와 키라. 왠지 모르게 따돌려진 것 같아서 당황한 슈.
"오늘은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밭의 상태를 보고 싶어서요."
"어머, 그랬군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서 보러 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키라의 안내로 멜로디도 걸어가기 시작했다.
"슈 씨는 말을 문 근처에 묶어 두세요. 저는 멜로디 씨를 안내할 테니까요."
"음, 끝나기를 기다릴게요, 슈 씨"
"아하하,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금방 쫓아올 테니 먼저 가."
슈가 그렇게 말하자, 멜로디는 키라의 안내를 받아 예전의 채소밭으로 향했다.
"와, 정말 얼룩이 없어졌네요."
"네, 한동안은 어떻게 될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에요."
밭에서 반점이 사라진 것은 그날도 확인했지만, 역시 낮에 보니 인상이 확 달라졌다. 싱싱하고 푸르른 채소밭의 모습에 멜로디도 겨우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서, 재확인도 겸해 멜로디는 눈에 마력을 모았다.
그리고ㅡㅡ
"...... 어?"
"무슨 일이세요, 멜로디 씨?"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잠시 멍해져 버린 멜로디. 키라의 물음에 당황해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
(지난번에는 완전히 다 빨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
채소밭의 지표면에서 예의 그 검은 마력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아주 작아서 얼룩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지만, 확실히 검은 마력의 입자였다.
이후에 밀밭도 확인했는데, 역시 그곳에도 검은 마력 입자가 흩뿌려져 있었다. 이곳도 당장은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어딘가에서 검은 마력이 흙에 스며들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 마력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면 또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어 ......)
키라의 안내로 슈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던 멜로디가 어떻게 된 것일까를 생각했지만, 현재로서는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두 사람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마구간에 말을 돌려놓고 뒷문으로 향하던 중 슈가 멜로디에게 말을 건넸다.
"캬, 즐거웠다. 오늘 하루는 정말 즐거웠어, 멜로디."
"저도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슈 씨."
"또 놀러 가자!"
"네, 기회가 되면요."
빙그레 웃는 슈에게 멜로디도 웃으며 대답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뒷문 쪽으로 눈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는 인물이 있다.
"아, 루시아나 아가씨. 방금 돌아왔습니다."
"어서 와, 멜로디. 휴일은 즐거웠어?"
"네, 즐거웠어요. 슈 씨가 말을 타고 멀리까지 데려다주셨어요."
"그래, 잘 됐네. 오늘 피곤하지? 방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 마이카, 안내해."
"네~"
"마이카?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
"신경 쓰지 마세요. 가요, 멜로디 선배"
"음, 그럼 이만 실례할게요 아가씨. 슈 씨,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어요"
"어, 어어. 나도 즐거웠어. 함께 해줘서 고마워."
빙그레 웃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 슈. 멜로디는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돌아갔다.
...... 잠시 후 어디선가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던 것은, 분명 기분 탓일 것이다.